본문 바로가기
요리의 미학

디지털 요리의 미학

by 전갈 2022. 3. 25.

인공지능 왓슨의 요리책

하루가 멀지 않고 주변에 음식점과 레스토랑이 생겨난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 날 자취를 감춘 곳도 부지기수이다. 사람들이 쉽게 오픈하고 그만큼 쉽게 실패하는 직업 가운데 하나가 식당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일들은 요리를 주업으로 하는 레스토랑 경영을 단순히 맛을 파는 곳이라 착각해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불 수 있다. 맛이 좋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만으로 레스토랑 경영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레스토랑 산업만큼 경쟁이 치열한 분야도 없에 끊임없이 고객이 원하는 새로운 메뉴를 제공해야 한다.

 

최근 눈부시게 발달하고 있는 디지털 기술은 모든 산업 분야에서 혁명적인 기술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모든 전자제품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 발전을 거듭하는 인공지능기술인 기계학습 능력 등은 사람의 손으로는 불가능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순식간에 분석할 수 있게 해준다. 요리 분야에도 예외 없이 디지털 기술의 발달을 활용하는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왓슨의 요리책

IBM이 자랑하는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은 다양한 음식 재료를 활용하여 만들 수 있는 요리 레시피를 알려준다. 왓슨은 여러 지방에서 나는 재료와 음식의 화학적 성분, 맛을 분석하여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요리법을 개발한다. 사람들은 직접 맛을 보고 만들어야 알 수 있는 음식의 맛과 향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왓슨은 시물레이션을 통해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음식 재료를 가지고 1,000조 이상의 결과를 보여준다.

 

왓슨은 미국 최대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요리 월간지인 봉 애페티(Bon Appetit)셰프 왓슨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주어진 음식 재료와 원하는 음식의 종류, 분위기 등의 조건을 입력하면 왓슨은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레시피를 추천한다. 왓슨이 축적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순식간에 분석함으로써 이러한 결과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없이 왓슨이 추천한 레시피를 이용해서 요리를 만들기만 하면 된다. 요리사가 독창적인 음식을 만들 때 일일이 재료들을 사용해서 향과 맛, 영향을 알아내야 하는 번거로움을 왓슨의 인공지능이 대신해 주는 것이다.

 

2015414일 요리분야에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다. 드디어 셰프 왓슨이 기존의 요리법을 분석한 후 자신만의 65가지 새로운 조리법을 담은 셰프 왓슨과 함께하는 인지요리(Cognitive Cooking with Chef Watson)’라는 요리책을 출간했다. 아무리 훌륭한 셰프라도 자신이 경험한 맛과 향기를 바탕으로 음식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평생 음식을 맛본 적이 없는 셰프 왓슨의 요리법은 매우 놀랄 만한 일다. 셰프 왓슨이 추천한 레시피만 있으면 조리의 경험이 없는 누구라도 쉽게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이제 맛있는 요리는 어머니의 손맛이 아니라 왓슨의 인공지능에서 나오게 되었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조리학교 ICE(the Institute of Culinary Education)가 셰프 왓슨의 요리책을 개발하는 데 참여하였다. 지금까지 이 대학 조리학과의 책임자인 마이클 라이스코니스(Michael Laiskonis)는 셰프 왓슨 라이스코니스는 공동으로 호주의 초콜릿 부리토(토르티야, 초콜릿, 간 쇠고기, 바닐라, 에담 치즈, 살구, 계피, 오렌지 껍질, 풋콩), 아보카도 오일 빠따슈, 베트남 사과 케밥 등을 배합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였다. 라이코니스는 딸기와 버섯, 혹은 버섯과 치킨이 결합되는 메뉴를 개발하는 등 지금까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새로운 조리법을 개발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왓슨은 스위스 소고기와 태국의 쌀국수를 혼합해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였다. 왓슨은 일본산 가지를 곁들인 터키식 브루스케타(얇게 썬 바게트에 야채·치즈 등을 얹은 것) 같은 특이한 요리 레시피를 제안함으로써 많은 요리 애호가들의 칭찬을 받기도 했다. 이제 왓슨의 지도를 따르면 요리에 문외한이었던 사람들도 얼마든지 훌륭하고 창조적인 요리사가 되는 길이 열린 것이다.

 

현대인들은 하루 섭취하는 음식의 높은 열량으로 인해 비만과 각종 성인병으로 고생한다. 사람들이 앓고 있는 많은 질병이 우리가 먹는 음식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다. 따라서 사람들은 건강에 좋은 음식과 비만 예방을 위한 식단에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을 보인다. 어떤 음식 재료와 음식이 다이어트에 좋은지, 또 어떤 먹거리가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가 사람들의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다. 이런 점에서 셰프 왓슨의 인공지능은 자신이 보유한 엄청난 데이터를 분석하여 사람들의 몸에 좋은 요리를 추천해준다. 음식을 통해 몸과 마음에 도움이 되는 힐링 레시피를 제공할 수 있음은 셰프 왓슨의 자랑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새로 개발한 레시피를 누구나 쉽게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을 가능하게 하였다. 스마트 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가 널리 보급됨으로써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요리 레시피를 입수할 수 있다. 더 놀라운 발전은 지금 자신의 냉장고 안에 있는 음식 재료와 원하는 음식을 입력하면 적당한 조리법을 받는다. 한정된 재료만을 이용해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조리법을 전송받을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누누가 자신의 부탁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

 

로봇 세프 몰리의 화려한 만찬

셰프 왓슨은 직접 요리를 하지 않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여 식단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그러나 많은 조리기업이 직접 요리를 할 수 있는 로봇 조리사를 개발하고 있다. 영국의 유명한 로봇회사인 <몰리 로보틱스>는 주방용 로봇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였다. 18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드디어 야채를 다듬고 냄비의 국물을 저을 수 있은 로봇 팔을 개발하였다. 이 회사가 개발한 두 개의 로봇 팔은 일식 조리사의 영역이었던 생선회까지 얇게 뜰 수 있으며 요리에 필요한 동작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요리하는 몰리

 

로봇 조리사는 세계적 셰프들이 추천하는 레시피를 다운받는 인공지능을 가지고 있다. 로봇 조리사는 알랭 뒤카스나 피에르 가니에르와 같은 미슐랭 스타 셰프가 추천하는 요리를 완벽하게 만들 수 있다. 이제 조만간 집에서도 로봇 조리사가 만들어주는 미슐랭 스타들의 음식을 먹게 된다는 것은 설렘이 인다. 로봇 조리사에게 힐링에 적합한 메뉴를 지정해주면 원하는 시간에 먹기 좋은 따뜻한 음식을 만들어준다. 비만을 예방하고 다이어트에 적합한 영양 만점의 음식을 매일 달리 먹을 수 있는 미식의 세상이 펼쳐지게 되었다.

 

로봇 요리사는 음식을 할 뿐만 아니라 청소도 꼼꼼하게 치우는 기특한 재능까지 가졌다. 싱크대, 가스레인지, 오븐을 깨끗이 닦을 뿐만 아니라 음식을 먹은 그릇들을 식기 세척기에 넣어 돌려주기까지 한다. 몸과 마음에 위안이 되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것만 해도 고마운데 식사 후 남은 뒷정리까지 해준다니 앞으로 로봇 조리사가 주방을 차지할 날도 그리 머지 않았다.

 

 

 

'요리의 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요리  (0) 2022.03.25
빅 데이터로 요리하기  (0) 2022.03.25
장 폴 주아리의 요리 예찬  (0) 2022.03.25
첫 쾌락 그리고 마지막 쾌락  (0) 2022.03.25
식욕 본능과 식탐 쾌락  (0) 2022.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