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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의 미학

색은 빛의 고통이다.

by 전갈 2022. 3. 22.

2022년 5월 17일(화)

 

여왕의 계절

뜨거운 태양, 작열하는 열기, 인내의 끝판을 요구하는 7월과 8월은 왕의 시간이다. 거기에는 권력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느낌이 나고 피 냄새도 살짝 난다. 그러나 오월은 부드럽고 아름답다. 5월은 섬세하고 다감하다. 그래서 5월을 여왕의 계절이라 부르는가 보다.

5월은 다양한 색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그린다. 만일 색이 없었다면 5월은 투명의 햇빛만 존재할 것이다. 우리는 눈이 부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이 화려하고 장엄한 색은 어디서 왔을까? 색은 원래부터 햇빛 속에 있었다. 1초에 30만km를 달려 지구에 도착한 햇빛은 대기 중의 분자나 먼지와 부딪쳐 공중에서 흩어진다. 빛은 색의 파편을 뿌린다.

색이 어디서 왔는지? 무엇으로 구성됐는지? 이런 질문에 가장 체계적으로 답한 사람이 괴테와 뉴턴이다. 괴테는 인문학의 눈으로 색을 봤고, 뉴턴은 과학의 눈으로 색을 봤다. 당연히 두 사람이 설명하는 색의 본질이 다를 수밖에 없다.

 

오늘은 빛을 문학적이며 철학적으로 해석한 괴테의 색채론을 소개한다. 빛에 관한 괴테의 정의는 그의 저서 『색채론』에 실려 있는 내용이다.

 

빛과 어둠의 대결

괴테(Goethe, Johann Wolfgang von, 1749~1832)는 세상에는 노랑의 밝음과 파랑의 어둠만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노랑의 밝음과 파랑의 어둠이 서로 힘을 겨루면서 경계가 합쳐지고 중첩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색채가 발생한다. 노랑과 파랑 가운데 어느 쪽으로 많이 쏠렸는지, 어느 힘이 더 강한지에 따라서 그쪽에 가까운 색이 나온다. 이처럼 괴테가 생각하는 색채는 노랑과 파랑의 힘의 균형과 대립에서 발생한다.

 

괴테는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색이 생긴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빛과 어둠의 힘겨루기에서 원초적 색(빨강, 노랑, 파랑, 보라)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 원초적 색들이 섞이면서 초록과 같은 중간색이 생겨난다는 보는 것이 괴테의 생각이다. 밟음과 어둠의 치열한 힘겨루기는 빛 내부의 고통이고, 그 고통의 결과가 아름다운 색채로 구현된다.

 

이러한 괴테의 색채론은 과학적 실험의 결과가 아니라 크게 환영받지 못했다. 하지만 화가들과 문학가들은 괴테의 색채론을 좋아했다. 특히 그림에 본격적으로 빛을 도입한 인상주의 화가들은 괴테의 색채 이론을 잘 활용했다. 색채의 근원이 빛과 어둠이라는 그의 주장은 인상주의 화가에게 강렬한 인상을 줬다.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에서 빛과 색채의 강렬한 대비를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색은 빛의 행위이자 고통

”색은 빛의 행동, 다시 말해 빛의 행위이자 고통이다“ 라고 괴테는 말한다. 그는 색채를 ‘빛의 고통’이라는 다분히 문학적이면서 철학적으로 표현했다.

 

괴테는 빛 속의 파랑과 노랑, 밝음과 어둠의 힘겨루기가 색채를 만든다는 문학적 색채관을 보였다. 밟음과 어둠의 치열한 힘겨루기는 빛 내부의 고통이고, 그 고통의 결과가 아름다운 색으로 구현된다는 것이다.

 

 

프란츠 마르크 ‘눈 위에 잠자는 개’ (1910~1911),  유화 62.5×105cm
 
프란츠 마르크는 괴테의 영향을 받아 그의 개 루시(Russi)를 그릴 때 밞음과 어둠의 경계에 채색된 주변을 포함했다. 그는 노랑, 흰색과 파랑 사이의 대비를 연구하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
칸딘스키, ‘노랑-빨강-파랑’ 1925 유화 201.5cm X 128.0cm

1925년 <노랑-빨강-파랑>에서 칸딘스키는 괴테 이론을 더 심화하여 색을 만들었다. 그는 괴테의 『색의 이론』에서 묘사된 대로 노랑(밝음)과 파랑(어두움)의 증가를 통해 빨강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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