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길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진다.
긴 방황을 거치면서 조금씩 그림을 이해하는 틀을 잡아갔다. 이건 그림을 잘 그리거나 그림을 안 다는 말이 아니다. 그림 보는 눈을 조금 길렀다는 이야기다. 사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참 조심스럽다. 화가들이 들으면 얼마나 같잖을가? 굳이 화가가 아니라도 강호에는 혜안이 높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들 귀에는 내 이야기가 시건방을 떠는 흰소리로 들릴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비전공자가 감히 그림을 운운한다는 것은 무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그림을 좋아하고 그림을 그리게 된 과정임을 발혀둔다.
시간이 지나면서 회화를 제대로 알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술의 역사를 미리 파악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때부터 인터넷을 뒤지고 도서관에서 미술 관련 책을 읽었다. 책 속에는 늘 다른 책으로 연결되는 길이 있다. 가끔 옛 어른들은 '책을 읽으면 밥이 나오나 떡이 나오나'라는 말을 했다. 지금은 책 속에 밥이 있고 떡이 있다. 책 속의 길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진다.
책을 구하기 위해 학교 도서관과 지역 도서관을 자주 찾았다. 요즘은 시청 도서관이나 구청 도서관에도 좋은 책이 많다. 신간에서 구간까지 웬만한 책은 시청의 중앙도서관과 각 구청 도서관 어디에든 꼭 있다. 어느 구청에서 발급 받은 도서 회원증이라 해도 인천 관내 모든 도서관에서 사용할 수 있다. 그래도 구하지 못하는 책은 교보나 알라딘의 중고서적에서 직접 구매했다. 중고서적이라 해도 거의 신간이나 다름없이 상태가 깨끗하다. 특히 더 이상 출판되지 않은 책을 구하기에는 그만이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길을 한참이나 걸었다. 그러다가 E.H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The Story of Art)를 만났다. 미술사 전반을 위해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이 책의 유명세를 논하는 것은 잔소리다. 미술사 입문서로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의 반열을 올라 있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읽는 책이다. 당장 책을 펼쳐서 서문을 읽기 시작했다.
저자 곰브리치는 이렇게 서문을 시작한다.
”이 책은 아직 낯설지만 매혹적으로 보이는 미술이라는 분야에 처음 입문하여 약간의 오리엔테이션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쓰여졌다. 그러므로 이 책은 이제 막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신참자에게 세부적인 것에 휘말려 혼돈됨이 없이 이 넓은 분야의 지세(地勢)를 보여주고, 까다롭고 복잡한 인명과 각 시대와 양식들을 알기 쉽게 정리함으로써, 보다 더 전문적인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이다."
저자는 이제 막 미술 세계를 발견한 10대의 젊은 독자들이 전문 용어나 얄팍한 감상의 나열로 인해 평생 미술책은 모두 그럴 것이라 생각할까 염려한다. 그래서 그는 평범하고 비전문적으로 보일지도 모르는 위험부담을 안고서도 평이한 말을 사용하려고 성심껏 노력했다. 그렇다고 해서 난해한 사상들을 무조건 피하지 않았기에 전문적 용어를 적게 쓰는 것이 독자들을 '무시'하는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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