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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꽃의 향기가 제아무리 짙더라도(대학은 전쟁 중?)

by 전갈 2022. 8. 10.

2022년 8월 10일(수)

현대전은 원거리 폭격 중심의 전자전이다. 

과거 전쟁의 원인은 비교적 단순하고 분명했다. 인구가 증가하면서 강 유역의 쓸만한 땅은 부족했다. 새로운 땅을 구하기 위해 타 부족을 침략했다. 전쟁에서 승리하면 비옥한 땅과 노동력 그리고 여성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현대에 와서는 영토와 자원 확보, 종교적 갈등, 국가 이권 쟁탈 등으로 전쟁의 원인이 많아졌다. 

 

과거의 전쟁은 무기를 들고 사람과 사람이 직접 싸우는 형태였다. 간혹 돌을 쏘는 무기가 동원되기도 했지만, 기마병이든 보병이든 처음부터 사람이 투입됐다. 10만 대군 혹은 100만 대군이 넓은 평원에서 만나 치열하게 살육전을 벌였다. 적을 더 많이 죽이면 승리하는 것이 과거 전쟁의 모습이었다. 

 

현대전에 와서는 당사국의 병력이 직접 맞부딪치기 전에 먼저 포격전을 벌인다. 엄청난 전투기, 함포 그리고 대포를 동원해서 적의 진지를 맹렬하게 포격을 한다. 엄청난 화력을 동원한 포격은 아군의 직접 피해 없이 적을 무력화하는 공격 방법이다. 이러한 원거리 포사격은 적의 방어시설을 파괴하고 적의 피로도를 증가시켜 상대의 전의를 상실하게끔 한다. 

 

현대 전쟁의 또 다른 특징으로 들 수 있는 것은 첨단 전자 장비를 활용한 전자전(Electronic warfare)이다. 전자전은 적의 전자파를 탐지해 위치를 식별하고, 방해 전파를 활용해 적의 무기체계 교란한다. 첨단 전자기기를 활용해서 포, 전투기, 순항 미사일, 드론 등으로 상대를 공격함으로써 아군이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한다. 이 경우도 적의 중요 군사시설을 파괴하여 적의 군사력을 약화한 후 보병을 투입한다. 

 

전자전을 잘 치르려면 기본 군사력이 탄탄해야 한다. 첨단 군사 무기를 확보하고 전자전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는 것은 기본이다. 그뿐 아니라 보병의 숫자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사기와 전투 능력도 중요하다. 기본 실력을 갖추지 않고 전자 장비만 번드레해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그건 비단 전쟁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더욱이 위기에 처한 대학이라고 해서 예외가 되지 않는다. 전쟁이든, 경영이든, 대학이든 영역 싸움에서 이겨야 살아남기 때문이다. 

 

대학은 전쟁 중이다. 

대학은 전쟁 중이다. 국고 사업을 위한 전쟁, 대학 재정 확보 전쟁, 학생 모집 입시 전쟁 등 여러 전쟁을 치르고 있다. 거칠고 비약적인 표현임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현재 대학이 처한 실정을 이보다 더 적나라하게 표현할 마땅한 말을 찾지 못했다. 그 가운데서도 입학 자원을 확보하려는 입시 전쟁의 어려움은 눈물겹다. 물론 서울 시내의 명문대학에는 해당하지 않는 말이다. 이들 몇 개 대학을 제외한 대다수 대학의 현실은 입학생 모집이라는 절박함에 내몰린다. 학생을 모집하는 일이 대학의 존폐와 직결되는 현실에서 입시는 전쟁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대학이 학생 모집을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업적과 명성을 알리면 된다. 문제는 이것이 말처럼 쉽게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대학이 떡 버티고 있는 현실에서 다른 대학이 따라잡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대학마다 내실 있는 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첨단 강의실과 실습실을 갖췄다. 그런데도 학생들이 서울 시내 대학을 여전히 선호하는 상황에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빈익빈 부익부’라는 냉혹한 현실은 삭풍이 몰아치는 허허벌판에 선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학생을 잘 가르치고 학생들을 위해 우수한 교육 환경을 갖추는 것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교육의 근본을 받듯이 세우고 교육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야 할 것이다. 단순히 학생을 유치하는 일에 급급해서는 안 된다. 좋은 교육이 좋은 학생을 불러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시급한 일이다. 

 

그러나 교육의 내실이 알려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몇 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걸려 겨우 사람들의 머리에 자리 잡는다. 그렇다면 당장 학교 이름과 교육의 우수성을 알리는 일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아니 동시에 더 적극적으로 학생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찾고 실행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시설과 우수한 교수진을 갖췄다고 해도 학생들이 모르면 아무 소용 없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알고 찾아오도록 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꽃의 향기가 제아무리 짙더라도...”

“꽃의 향기가 제아무리 짙더라도 그 향은 바람을 거슬러 퍼질 수 없다”라고 법구경에서 말한다. 꽃향기 저절로 천리만리 퍼질 것이라 믿었는데, 역풍이 불면 제아무리 짙은 꽃향기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법구경은 “그러나 순수한 마음에서 풍기는 덕의 향기 바람을 거슬러 이 세상 끝까지 간다.”면서 덕을 쌓을 것을 가르친다. 덕은 사람의 입을 통해 천리만리로 퍼질 것이다. 그러니 덕 쌓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대학은 서열화가 고착된 지 이미 오래다. 대리석 위에 이름 새기듯 전국 대학의 순위가 매겨져 있다. 짙은 꽃향기를 막은 바람보다 더 단단한 돌담에 막힌 꼴이다.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대학이 아무리 좋은 교육과 내실 있게 교육한들 사람들이 어찌 알 수 있겠는가. 그냥저냥 듣도 보도 못한 대학의 이야기라 치부해 버리기 일쑤다. 제아무리 교육에 특화해도, 훌륭한 교수를 초빙해도 알아주는 이 없으니 어찌 그를 서러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떡하면 짙은 꽃향기를 널리 전파할 것인가. 기본 실력이 탄탄하고 잘 갖춰진 교육 실적을 가진 대학의 고민이다. 이름이라도 알아야 학생들의 눈길 받을 수 있다. 무엇을 잘 가르치는지를 알아야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어쨌든 알려야 한다. 전쟁의 원리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학생들에게 다가가 봐야 외면당하기가 십상이다. 말하자면 원거리 함포 사격을 통해 대학의 인지도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입시 전쟁에서 원거리 포사격은 어떤 것일까? 대학의 지명도를 올리는 마케팅 전략을 들 수 있다. 여기에는 지속적인 광고나 반복적인 메시지 전달의 PR도 포함된다. 지명도가 낮고 이름조차 모른다면 대학의 우수성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을 만나봐야 할 말이 없다. 학생들은 아예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코로나 19시대에 직접 학생과 대면하는 일은 아예 허용조차 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러니 아무리 대학에서 발로 뛴다 해도 효과가 있을 리 만무하다. 

 

MZ 세대는 활자나 텍스트 세대가 아니다. 비주얼과 영상에 익숙한 그들에게 설명체의 매체는 호소력이 없다. 물론 학생의 관심이 집중된 명문대학에서야 무얼 한들 먹히지 않는 것이 없다. 활자로 만들거나 텍스트로 만든 홍보 자료도 요긴하게 사용된다. 그들의 명성이 스스로 향기를 내 천리만리로 퍼졌기 때문이다. 내용이 복잡해도 꼼꼼히 읽고 내용을 검토하고 혹시 놓친 것이 없을까 노심초사하는 것이 수험생의 마음이다. 그러니 이들 대학은 PR이나 마케팅에 관심을 기울일 하등의 까닭이 없다. 

 

교육 시설과 내용이야 충실하지만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대학이 문제다. 아무리 뛰어난 실습 장비와 우수 교수진을 갖췄다 해도 알아주지 않는 현실에서야 용빼는 재주를 찾을 수 없다. 먼저 이름을 알리고 지명도를 높여야 한다. 그것이 입시 전쟁의 전투기 사격이고 함포 사격이다. 영상 매체를 동원해 충분한 PR 포격을 해야만 사람들의 뇌리에 남는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나 한두 달에 끝내서는 아무 효과가 나지 않는다. 

 

이제 대학도 첨단 전자 무기를 운용한 현대전처럼 각종 대중 매체를 활용한 전자적 홍보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 발로 뛰어서 이길 싸움이 아니다. 시대도 바뀌고 세상도 변했다. 학생들이 몇 개의 대학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선택권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있다. 그들에게 우리의 장점을 어떻게 알릴까 고민해야 한다. 이제 보병전으로 입시 전쟁에서 절대 승리할 수 없다. 물론 대학은 군사력에 해당하는 기본 실력을 갖춰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