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재견 호야 이야기
"진짜 개 맞나? 무슨 개가 저렇게 똑똑해?"
우연히 TV를 보다가 개 한 마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방 곳곳에 널브러진 쓰레기를 분리해서 수거하지 않나, 현관문 앞에 여기저기 흩어진 신발을 물고 가서 짝을 맞춰 가지런히 정리한다. 강아지가 실내에 오줌을 싸면 걸레로 닦아낸다. 양말이나 전화기 심부름도 곧잘 한다. 래브라도레트리버 종 반려견 호야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몇 년 전 SBS TV 프로그램 ‘동물농장’ 천재견으로 등장한 호야는 전국적으로 명성을 알렸다. 호야는 웬만한 심부름을 알아서 척척 해낼 만큼 뛰어난 지능을 가졌다. 호야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동물심리학 스탠리 코렌 교수가 개발한 천재견 시험에서 60점 만점에 58점을 받아 상위 5%에 해당하는 천재견으로 입증됐다.
호야 말고도 몇몇 천재견들의 명성도 자자하다. 이들 천재견은 200여 개가 넘는 단어를 기억한다. 이들은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어느 정도의 상황을 추론한다고 한다. 개들이 동물 가운데 얼마나 똑똑한지 궁금하다. 몰티즈 강아지 키키와 페르시아고양이 중에서 누구 IQ가 더 높을까?
대뇌화지수와 뉴런
우리는 동물의 두뇌 발달 정도를 평가할 때 대뇌화지수(Encephalization quotient, EQ)와 뇌 신경세포의 숫자를 기준으로 활용한다. 이 두 개의 수치가 높을수록 지능지수가 높다. 물론 예외 없는 법칙은 없지만, 대략 이 수치가 높은 동물이 IQ가 보면 된다.

먼저 대뇌화 지수는 뇌의 크기가 몸의 크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수치화한 것이다. 대뇌화지수가 높으면 덩치에 비해 뇌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크다. 동물의 대뇌화 지수를 보면, 인간 7.5, 돌고래 5.31, 침팬지 2.49, 아프리카코끼리 1.8, 개 1.2, 고양이 1, 쥐와 토끼가 0.4로 나온다. 인간의 뇌 크기는 몸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척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개의 대뇌화지수는 1.2로 영장류인 침팬지보다는 작고, 고양이와 쥐의 그것보다는 크다.
다음으로 똑똑한 정도를 파악하려면 두뇌 뉴런(신경세포)의 숫자를 봐야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두뇌 전체의 뉴런도 중요하지만, 대뇌피질의 뉴런에 주목해야 한다. 인간과 동물의 인지 능력을 가름하는 중요한 요소는 대뇌피질 안 신경세포의 숫자다. 우리가 '골'이라고 부르는 두뇌 바깥의 단백질 덩이 속에 들어 있는 뉴런 수치가 중요하다.

인간의 뇌 신경세포의 숫자는 약 1천억 개이고, 대뇌피질 속에만도 약 160억 개가 존재한다. 정확한 숫자는 연구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인간의 뇌 신경세포 개수 다른 동물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대뇌피질은 인지, 인지, 운동, 감각, 언어, 추론 등 다양한 뇌 기능을 수행한다. 인간의 IQ가 다른 동물들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을 보이는 까닭이 바로 뉴런의 수가 많기 때문이다.
2017년 12월 '프론티어스 인 뉴로아나토미(Frontiers in Neuroanatomy)'에 개와 고양이의 뉴런 숫자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주 1)가 실렸다. 미국 반더빌트대학 신경해부학 연구팀에 따르면, 개의 대뇌 피질에는 약 5억 3천만 개의 뉴런이 있다. 반면에, 고양이의 대뇌 피질 속 뉴런의 수는 2억 5천만 개에 불과하다. 이는 개의 뇌 신경세포의 수가 고양이의 두 배가 넘는다는 사실을 뜻한다. 이 정도면 몰티즈 강아지 키키가 페르시아고양이보다 IQ가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사람과의 교감 능력
지구상에는 많은 견종이 있고, 그들의 인지 능력도 천차만별이다. 가장 머리가 좋은 보더 콜리는 약 7세 정도 아동의 지능을 갖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들의 대뇌 피질 속 뉴런의 수는 5억 개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견종 가운데 높은 지능을 자랑하는 골든레트리버의 대뇌 피질 속 뉴런은 6억 개를 넘는다. 견종들 사이에서도 지능의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뉴런 수와 대뇌화지수를 보면, 개는 동물 가운데서 머리가 좋은 종족은 아니다. 고양이보다는 똑똑하지만, 침팬지나 원숭이와 비교하면 지능의 월등히 떨어진다. 그런데 우리가 볼 때는 개가 다른 동물들보다 더 똑똑하게 느껴진다. 그것은 반려견이 가진 인간을 따르는 복종심과 상호 교감 때문이다. 수만 년 인간 곁에서 생활하면서 개는 인간의 언어와 몸짓을 이해한다. 그래서 주인의 눈치만 보고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척척 행동한다.
개는 어떤 동물보다 사람과 잘 소통하고 교감한다. 개는 사람 말을 잘 알아듣고 감정적으로 교류한다. 돌고래나 침팬지가 머리가 좋아도 아무 소용이 없다. 그들은 개보다 영악하지만, 인간과 교감할 수 없다. 반려견은 인간에 길들었고, 오랜 시간 인간과 소통해 왔다. 이 때문에 사람 눈에는 개가 동물 가운데서 가장 똑똑하고 제일 이쁘게 보인다. 한마디로 말하면 개는 말귀를 알아듣고 감정이 통하는 반려동물이다.
주 1) Dogs Have a Lot More Neurons Than C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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