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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의 미학

나는 무딘 편안함보다 낯선 설렘이 좋다.

by 전갈 2023. 6. 29.

 
일찍 잠에서 깬 바다는 한결 편안한 얼굴이다.
새털구름인지 양떼구름인지
하얀 구름 몰고 온 하늘은 해사한 얼굴로 해안 도로를 내려본다.
멀리 점점이 앞선 이들의 뒤로
해풍은 날것 그대로의 바다 내음을 싣고 온다.
 
포구는 늘 분주하고
해녀의 튼실한 어깨가
아침 햇살에 눈 부시다.
물속 깊이 자맥질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해녀의 망태에는 청정 바다가 가득하다.
 
철이 이른 해변의 아침은 조용하다.
긴 해안 도로를 걸으면 바다는 넉넉한 풍경을 안겨준다.
방죽 사이 어느 해녀가 놓고 간
빈 바구니만 물살에 이리저리 몸을 맡긴다.
 
온통 가득한 코발트블루를 뒤로 하고
도시의 회색빛 속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낯선 설렘과 달콤한 고독을 뒤로하고
익숙해져 무딘 편안함으로 돌아가야 한다.
 
몇 날 아니 몇 달을 머물러
눈에 익지 않은 풍경과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무 꾸밈없이 지내고 싶다.
야속하게도 인정머리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시간은
그만 돌아가라고 채근한다.
 
떠나올 때 여행 가방에 빈틈없이 설렘을 꼭꼭 채웠다.
이제 그것들을 모두 비우고 아쉬움을 채워야 한다.
며칠이면 벌써 가방에는 그리움이 가득할 것이다.
 
우리는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한다.
이방인의 꿈을 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