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17일(수)
인천시 부평구에 가면 십정((十井)이란 지명이 있다. 옛날 우물이 귀하던 시절 다른 마을에서는 우물 하나 파려면 힘이 꽤 많이 들었다. 그러나 이 지역은 혼자서 몇 시간 파지 않아도 물이 콸콸 솟는 우물을 팔 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너도나도 우물을 파니 작은 마을에 우물이 열 개나 되었다. 그래서 열 개 우물이 있는 마을이라 하여 이름하고, 한자어로 십정((十井)이라 불렀다. 지금은 많이 개발되어 새 건물이 쏙쏙 들어섰다. 더구나 마을 입구 큰 도로가에 열우물경기장이 있고, 이곳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리기도 했다.
2018년 늦여름 열우물 마을 뒤편의 호봉산 가을 산행을 나갔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서니 철거를 앞둔 폐가가 눈에 들어온다. 이제 곧 사라질 풍경이라 생각하니 아쉬움이 남는다.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그림을 갓 배우고 겨우 수채화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다. 그렇지만 용기를 내서 그림을 그려보았다.
한때는 누군가의 보금자리였던 집이다. 아이들이 자라고 사랑을 배웠던 그런 곳이 사라진다 하니 마음이 애잔하다. 벽은 이미 낡아 허물어지고, 붉은 벽돌이 군데군데 떨어져 볼품을 잃었다. 집에 딸린 창고 건물 너무로 풀이 무성하다. 사람들은 떠나고 집은 쇠락하고 있다. 누군가의 추억이 남았을 집을 그림으로 남겨야겠다.

그림의 완성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색감도 약하고 무게감도 느껴지 않는 것 내 마음 탓일까? 하긴 그림 배우고 1년이 겨우 지나서 이 정도면 어떤가 하고 위안을 해본다. 그림 그리는 일은 그런 것 같다. 화가처럼 그릴 수 없다든가, 오랜 동은 작품 활동에 전념한 사람들에 비교하여 한탄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구력에서 너무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실력 차가 큰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마추어답게 노력하고 그리는 데만 집중해야 한다. 그리는 시간이 늘수록 실력도 쌓인다. 관건은 노력, 노력 또 노력이다.
미술을 전공한 사람들과 그림 실력을 비교하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일이다. 그들은 4년 동안 수업 들으면서 무수히 많은 그림을 그렸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치고, 붓질하고, 지우기를 반복했을까. 생각으로도 그들의 노력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어쩌면 1만 시간을 훨쩍 넘기기도 남는다. 그들의 그림에 힘이 있고 깊이가 있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그런 사정을 생각하면 겨우 아마추어 수준에 머무른 내가 실망할 것은 없다.
어차피 오르지 못할 나무를 쳐다보고 한숨짓는 건 어리석다. 오를 수 있을 만큼 오르고 더 오를 수 없다면, 거기서 멈추고 만족하는 것이 현명하다. 노력할 때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무릇 누구나 천재가 되고 싶고, 누구든 뛰어난 재주를 갖고 싶어 한다. 자신의 역량이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고 괴로워하는 건 질투심에 불과하다. 정말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를 지켜볼 따름이다. 무언가 추진하는 데 있어서 질투만큼 훌륭한 동력은 없다. 질투, 시샘, 바람은 좋은 내적 동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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