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인천아트시즌 전 아트플리마켓한마당

2022 인천아트시즌 운영위원회가 주관하고 한국미술협회 인천광역시지회가 주최한 <2022 인천아트시즌 전 아트픨리마켓한마당>에 참여했다. 2022.3.26(토)~3.31(목)까지 6일간 인천예술문화회관 전시실에서 그림이 전시되었다. 전시실 밖 로비에서는 다양한 아트 상품이 판매되는 장이 함께 열렸다. 물감과 미술 제품이 판매대에 올라 있다. 또 작은 그림들도 다소곳이 구매자를 기다린다. 워낙 색감이 다채로워 얼른 손으로 잡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아마추어가 참가한다 해서 뭐 그리 거창한 일은 아니다. 많은 전시 작품 가운데 내 그림인 <황혼의 귀향>이 벽에 걸렸다. 막상 남들에게 내 그림을 보인다고 하니 처음에는 영 쑥스러웠다. 그러다 한두 번 전시회에 참가하니 배짱이 두둑해졌는지 용기가 생긴다. 그만큼 얼굴이 두꺼워졌다는 말도 된다. 연구실 벽면에 있을 때보다 넓은 전시실에 다른 그림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니 보기는 좋았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 한다.’는 말이 이 경우도 딱 맞다. 우선 내 눈에 좋게 보이야 남들도 좋게 봐줄 여지가 생기지 않을까?

전시실 입구에는 대가들의 작품이 걸렸다. 누가 봐도 한눈에 들어온다. 그림의 질감과 구도가 남다르다. 수십 년 붓의 힘이 느껴진다. 색의 두꺼움과 그림의 입체감이 나를 압도한다. 이제 겨우 걸음마를 떼려 하는 나로서야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구나!!”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분들의 그림을 배워야겠구나. 배운다는 것은 화풍을 모방하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없다. 처음에는 누군가를 모방하고 베껴서 실력을 익힌다. 그러다가 모방의 단계를 넘어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면 성공하는 것이다.
훌륭한 예술가는 잘 베끼고, 위대한 예술가는 잘 훔친다.
피카소는 “훌륭한 예술가는 잘 베끼고, 위대한 예술가는 잘 훔친다.”라는 말을 즐겨했다. 사실 이 말도 시인 T.S 엘리엇의 “어설픈 시인은 흉내 내고, 노련한 시인은 훔친다”라는 문장을 인용한 것이다. 그런데 엘리엇 역시 오스카 와일드의 “재능있는 이는 빌리고, 천재는 훔친다.”는 말을 베낀 것이다.

피카소의 유명한 일화 중 하나는 6살 때 피카소는 ‘시녀들’을 보고 매일 이 그림을 똑같이 따라 그렸다. 76세가 되어서도 ‘시녀들’을 따라 그렸다. 그는 ‘시녀들’ 전체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일부를 떼어 그리기도 하는 등 많은 ‘시녀들’ 작품을 남겼다. 피카소는 단순히 그림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하여 위대한 예술가로 거듭났다.

피카소의 그림은 천재성으로 쉽게 그려진 것이 아니라 엄청난 노력과 탐구의 성과다. 피카소는 시녀들을 여러 번 모방하며 결국 자신의 작품 세계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벨라스케스의 영감을 훔치고, 결국에는 자신의 작품으로 창조적으로 재창조한 것이다. 그가 말한 대로 잘 베끼는 훌륭한 예술가에서 벨라스케의 창작성까지 잘 훔친 위대한 예술가가 된 것이다.
"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이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작 뉴턴이 1676년 경쟁자였던 과학자 로버트 후크와 논쟁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위대한 과학자인 뉴턴의 겸손함을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말도 뉴턴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고 누군가 말한 것을 인용했다. 최근 과학자들이 이 문장의 근원을 추적해보니 무려 1100년도까지 거슬로 올라간다. 그렇다면 하늘 아래 새 것이 있을까?
처음에는 잘 베끼고 잘 모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그렇지만 끝내 베끼고 훔치는 것에 머무르면 발전은 없다. 앞선 사람에게서 배우고 익힌다 해도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해야 한다. 단순히 베끼는 능하다면 아류에 그칠 뿐이다. 베끼고 모방하고 익혀 자신만의 고유한 색감과 구도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정말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림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림 소비의 만족도(수정) (0) | 2022.04.11 |
---|---|
열우물마을의 폐가를 그림으로 (0) | 2022.04.04 |
비오는 날, 파다아이스 시티 Art Space를 보고.. (0) | 2022.03.31 |
'만추' 그리기 (0) | 2022.03.29 |
특선이라... (0) | 2022.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