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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살기로 아버지한테 대들지 그랬어? 의대를 강요하지 않았다면 그는 아버지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우등생이다. 의대에 진학할 생각이다. 아니 진학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의대 가는 것은 자기 생각이 아니라 아버지의 강요다. 아버지는 아들을 의사로 만들기로 작정했다. 정작 당사자는 연극에 관심이 있다. 학교 연극 '한여름 밤의 꿈'에서 요정 역을 맡아 훌륭한 연기를 선보인다. 관객들로부터 큰 칭찬을 받는다. 뿌듯하고 행복한 순간이다. 공부도 잘하지만 되고 싶은 건 의사가 아니라 연극배우다. 아버지가 들으면 목덜미를 잡고 넘어갈 판이다. 연극이 끝나자 하나같이 그의 연기를 칭찬한다. 단 한 사람 아버지는 아들을 심하게 질책한다. 아버지는 불같이 화를 내며 당장 전학 보내 군사학교에 입학시키겠다고 한다. 아버지로부터 이런 통보를 받은 아들은 압박감.. 2023. 6. 26.
물기 젖은 커피 향이 묵직한 아침 밤 짙게 드리운 구름이 그예 비를 뿌렸다. 도시의 회색 건물은 아직 게으른 잠에 빠졌다. 바람은 연신 나무를 흔든다. 가지에 매달린 잎들은 떨어지지 않으려고 힘을 잔뜩 준다. 가을의 단풍과 달리 여름의 초록은 힘이 튼실해서 잘 떨어지지 않는다. 온통 초록이 주르륵 흘러내릴 것 같은 여름 숲이 비에 젖었다. 빗방울이 화단에 부딪혀 흩어진다. 풀잎들은 제 세상 만난 양 빗물로 단장한다. 나뭇잎은 내리는 비로 얼굴을 씻는다. 도시의 소음과 먼지로 덕지덕지 낀 때를 말끔히 씻어 낸다. 덕분에 해사해진 초록의 얼굴로 배시시 웃는다. 이런 날은 풀잎 자라는 소리도 크게 들린다. 본격적인 한여름의 광폭한 더위를 앞두고 내리는 비는 한결 여유가 있다. 도시는 비의 축제가 열린다. 차들이 지나는 자리엔 물방울이 튄다. .. 2023. 6. 26.
강아지 키키, 귀엽고 예쁘기는 한데 머리는 그닥... 강아지 키키와의 재회 "오, 키키 오랜만이야~~" 키키 듣기에 좋으라고 경쾌한 하이 톤으로 인사를 건넸다. 강아지들의 동료를 부를 때 하이톤의 하울링 한다. 대신 상대를 위협하거나 공격할 때는 낮은 톤으로 으르렁댄다. 중저음인 원래 내 목소리 톤으로 말을 걸면 키키가 긴장할 수 있다. 키키를 편안하게 해 주려 목소리를 변조했다. 까칠하지만 귀여운 강아지 키키는 몰티즈 종이다. 며칠 전 녀석과 재회했다. 이 녀석 여전히 귀엽고 해맑은 얼굴이다. 날 빤히 쳐다보더니 왈왈 짖는다. 아직 나와 그리 친하지 않다는 신호다. 내가 누군지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하니 우선 적으로 간주하는 셈이다. 사람이 낯선 사람을 보면 경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내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려야 했다. 아직 친하지 않은 상대가 .. 2023. 6. 23.
사랑은 열정이 아니라 기술이다. 사랑의 기술 혁신 “사랑이 배우고, 익혀야 할 기술인가?”라고 한 친구가 말한다. "기술은 무슨 기술, 사람을 못 만나서 그렇지. 만나기만 하면 제대로 사랑할 거야?"라며 다른 친구가 맞장구를 친다. 그러면서 둘이 동시에 외친다. "그래!! 좋은 사람을 만나기만 해. 멋진 사랑을 할 거야" 우리는 사랑하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모른다. 그러다 보니 사랑의 기술을 배우는 데는 관심이 없다. 누굴 만날 것인가만 생각하지 정작 어떤 사랑을 할지 고민하지 않는다. 대부분 사람은 사랑에 빠지는 처음 설렘이 쭉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이런 착각 때문에 사랑을 오래 유지하는 데 실패한다. 우리는 사랑하는 데 관심이 많지만 정작 사랑하는 기술을 모른다. 일찍이 독일 출신의 사회철학자 에리히 프롬.. 2023. 6.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