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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야, 나 누군 줄 알겠니?" 내가 알던 그는 어디로 갔나? "지낼 만하니?" "-------------" "나 누군 줄 알겠니?" "------------" 너무 말이 없어 묻는 내가 당황스럽고 난감하다. 이럴 수가 있나. 그토록 똑똑하고 착한 후배는 어디 갔단 말인가. 눈동자의 초점이 잡히지 않고 퀭한 사내가 내 앞에 있다.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을 제대로 들지 못한다.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건지 선뜻 대답을 못 한다. 인내하며 계속 말을 붙여 본다. "밥은 먹었니?" "-------- 예!!" 한참 만에 겨우 입을 뗀다. 숨이 다 막힐 지경이다. 그래도 질문을 이어간다. 싫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오랜만에 만난 탓에 마음이 급하다. 후배는 거의 입을 열지 않고 그저 멍하니 서 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 한구석이.. 2023. 6. 21.
고양이가 개보다 영악하다는 말은 틀렸다. 천재견 호야 이야기 "진짜 개 맞나? 무슨 개가 저렇게 똑똑해?" 우연히 TV를 보다가 개 한 마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방 곳곳에 널브러진 쓰레기를 분리해서 수거하지 않나, 현관문 앞에 여기저기 흩어진 신발을 물고 가서 짝을 맞춰 가지런히 정리한다. 강아지가 실내에 오줌을 싸면 걸레로 닦아낸다. 양말이나 전화기 심부름도 곧잘 한다. 래브라도레트리버 종 반려견 호야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몇 년 전 SBS TV 프로그램 ‘동물농장’ 천재견으로 등장한 호야는 전국적으로 명성을 알렸다. 호야는 웬만한 심부름을 알아서 척척 해낼 만큼 뛰어난 지능을 가졌다. 호야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동물심리학 스탠리 코렌 교수가 개발한 천재견 시험에서 60점 만점에 58점을 받아 상위 5%에 해당하는 천재견으로 입증됐.. 2023. 6. 20.
이생망? 다시 도전한다!! 의욕적으로 준비한 프로젝트가 떨어졌다. 열심히 준비하고 최대한 노력했다. 꼭 될 줄 알았는데 예선을 통과하고 결승에서 고배를 마셨다. 아슬아슬하게 2등이다. 1등만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진작 알았지만 정작 내가 그 입장이 되고 보니 속이 쓰리고 마음이 아프다. 기대가 큰 만큼 상처도 깊다. 제대로 되었더라면 승기를 잡을 수 있다. 모처럼 인생의 반전이 오나 싶었다. 요즘 마음 쓸 일이 많아 더 간절했다. 고기도 먹은 본 사람이 맛을 안다. 승리도 해 본 사람이 이기는 법을 안다. 이번에는 승리의 고기 맛을 제대로 보나 그런 기대로 설렜다. 긍정은 자주 나를 배신한다. 절박하게 기도해도 응답이 없다. 승리의 신은 잘 오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챙기느라 나만 외면하는 게 아닐까. 운이 없어서 그렇다. 복이 없.. 2023. 6. 19.
수상한데, 이 사람이 변했어. 사진 출처 Pixabay 사랑의 샘물은 줄어든다. 안타깝게도 사랑의 화학물질의 분비량과 농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약해진다. 익숙한 것에서 무뎌져 처음 사랑에 빠질 때처럼 사랑의 샘이 솟지 않는다. 서서히 샘물은 줄어들고 끝내 말라버린다. 사랑은 떠나고 슬픈 마음만 남는다. 사랑이 식어서 화학물질이 줄어든 것인지, 아니면 이들 화학물질이 줄어서 사랑이 식은 것인지 선후는 모호하긴 하다. 머릿속의 화학물질의 농도가 사랑의 강도를 결정한다는 사실이 어째 썩 내키지 않는다. 안타깝지만 사랑은 여러 화학물질이 머릿속에서 폭죽처럼 터지는 일이다. 심리학자와 뇌과학자들은 사랑의 묘약인 화학물질 유지되는 기간은 2년이고 길어야 3년 정도라고 말한다. 평생 불타는 사랑을 하는 연인도 있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다.. 2023. 6.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