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7일(일)
'남자에게 잔혹한 21세기'의 마지막 보스
“절대 네 적을 미워하지 마라. 그러면 판단력이 흐려진다.”
영화 ‘대부’(代父 The God Father)에서 마이클 콜레오네(알 파치노)가 조카 빈센트에게 들려주는 말이다.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 두라.”
비토 콜레오네(말론 브론드)가 한 이 말과 함께 적을 대하는 보스의 자세를 말해준다.
곰곰이 따져보면 두 말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적을 미워하지 않는 일과 적을 가까이 두는 일은 평정심을 갖지 않고는 할 수 없다. 적의 움직임을 꿰뚫어 보고 있어야 위험한 상황을 막을 수 있다. 또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적을 볼 수 있어야 판단력을 유지할 수 있다. 21세기의 마지막 보스들의 이야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영화 ‘대부(代父 The God Father)는 마리오 푸조의 소설 『대부』를 원작으로 1972년부터 1990년까지 모두 3부작으로 만들어졌다.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콜레오네 가문의 3대에 걸친 이야기다. 콜레오네 가문이 뉴욕의 암흑가를 장악하고 적들로부터 가족과 동족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주인공 비토 콜레오네(말론 브란도)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출신으로 뉴욕 일대를 주름잡는 암흑가의 보스다. ’대부‘라는 말은 가톨릭에서 세례 성사를 받는 아이의 후견인을 말한다. 살인을 마다하지 않는 범죄 단체의 두목을 갓 태어난 아이의 신성한 종교 행사의 후견인이 이름을 붙인다는 게 낯설다. 영화에서 '대부'는 단순히 살육을 일삼는 범죄 단체의 보스가 이나라 가족과 동족을 돌보는 후견인의 의미로 사용된다.
콜레오네 패밀리는 반대파를 제압하기 위해 잔혹한 살인을 저지르지만 자신들 만의 대의와 명분을 지킨다. 같은 이탈리아 이민자들에게 관대하고 가족과 친구들을 보호해 준다. 패밀리의 1대 보스인 비토 콜레오네는 복수를 부탁하는 사람에게 돈이 아니라 존경과 상호 신뢰를 요구한다. 그는 돈보다 대의명분을 중요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갖춘 보스다.
비토 콜레오네에게는 3명의 아들이 있다. 장남 소니는 다혈질이고 잘 흥분하는 인물이다. 자신을 통제하지 못해 상대방 마피아로부터 총알 세례를 받고 죽는다. 둘재 아들 프레도는 소심하고 우둔한 인물이라 일찍 돈 콜레오네의 눈 밖에 났다. 막내 마이클은 무척 냉정하고 머리가 뛰어난 인물이다. 그래서 비토 콜레오네는 마이클이 자기 뒤를 잇지 않고 가문의 명예를 찾을 수 있는 의원이나 판사가 되길 원한다. 그러나 뜻대로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 게 인생이다.
마약 거래를 하지 않으려는 비토 콜레오네를 반대파에서 저격한다. 그는 다섯 발을 총알을 맞고 사경을 헤핸다. 이것을 본 마이클은 본격적으로 패밀리에 합류한다.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그리고 다른 꿈을 꾸던 마이클은 아버지를 저격한 반대파의 보스와 그를 비호하는 뉴욕 경찰서장을 총으로 쏴죽인다.
사랑은 뜨겁게, 복수는 냉정하게
마이클은 아버지의 고향인 이탈리아 시칠리아로 피신한다. 시칠리아의 아름그 곳에서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 그녀와 결혼하고 꿈같은 시간을 보낸다. 시칠리아의 빼어난 풍경 너머로 영화 음악가 니노 로타의 애절한 주제곡이 울려퍼진다. 시칠리아의 이야기만 따로 떼놓고 보면 아름다운 사랑 영화가 된다.
그러나 마이클의 꿈 같은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자신을 저격하려는 암살 시도로 차량이 폭발하고 아내가 죽는다. 뜨거운 사랑은 끝나고, 냉정한 복수가 시작된다. 그는 뉴욕으로 돌아온다.
마이클은 콜레오네 패밀리의 새로운 보스가 되어 경쟁자들을 하나씩 제거한다. 아버지 비토 콜레오네보다 더 영민한, 더 잔혹한, 더 냉정한 보스가 된다. 마이클은 콜레오네가 가문을 합법적인 기업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노력하지만 끝내 실패한다. 더구나 법조인이 되어 자신을 돕기를 바란 아들은 성악가의 길을 택한다. 마이클이 새로운 대안을 찾는 동안에도 반대파의 공격이 계속된다.
마이클은 성공적으로 끝난 아들의 첫 오페라 공연을 보고 가족과 함께 공연장을 나온다. 그때 마이클을 노린 암살범의 총알이 날아온다. 불행하게도 마이클이 가장 사랑하는 딸 매리가 총알을 맞고 죽는다. 마이클의 삶이 끝나는 순간이다.
매력적인 비토 콜레오네
비토 콜레오네는 잔혹하고 무자비하게 살인만 일삼는 잔혹한 범죄인이 아니다. 가족과 동족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꼭 필요한 경우에만 범죄를 행하는 사람이다. 이때문에 사람들은 이 영화가 살인이 등장하는 범죄 영화가 맞는데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본다. 어느 순간 가족애와 약자를 보호하고, 복수의 대가로 존경과 우정을 요구하는 비토 콜레오네의 모습에 빠져든다.
영화는 세계적으로 크게 성공했다. 1편에서 3편까지 모두 성공한 보기 드문 경우다. 그리고 각종 영화상을 휩쓸 정도로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영상미와 음악이 빼어난 영화로서 지금도 가장 위대한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러나 마피아를 지나치게 인간적으로 묘사하여 범죄를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후 범죄 영화에서 웅장한 서사미가 포함되기 시작했고 그들의 이야기를 동경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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