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빨리 갈까’도 중요하지만 ‘어떤 길을, 어떻게 갈까’도 중요하지 않을까. 사람들이 길 떠나면 그저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만 신경을 쓴다. 남보다 더 빨리, 남보다 더 일찍 도착해서 여유를 즐기자는 뜻일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서둘러 도착한 사람들의 마음에 과연 그러한 느긋함이 있을까? 너무 급하게 서둘러 오는 바람에 조용히 관조할 수 있는 마음을 잃어버렸을지 모른다. 그래서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할 때, 결과에 대해서만 후한 평가를 내리기 쉽다. 제일 먼저 도착한 사람. 남보다 더 빨리 도착한 사람. 사람들은 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결과만을 바라본다. 사람들이 같은 일을 모두 다 빨리, 완벽하게 잘 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적성과 소질이 다르기 때문에 일의 능률에서도 차이가 있고,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느리지만 일을 꼼꼼하게 처리한다. 또 다른 사람은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일을 잘 한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하나의 잣대로 사람을 가름한다.
사람들의 이러한 습관은 아이들을 키우는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아이의 내면에는 관심이 없고 아이의 결과인 성적에만 관심을 둔다. 공부를 좋아하는지 아니면 운동을 좋아하는지, 그것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아이의 적성에 맞기나 한 것인지, 이러한 것들에 대해서는 너무도 무지하다. 아이의 상태와는 관계없이 오로지 좋은 성적만을 기대하고 그것에 대해서만 칭찬한다.

어떤 아이는 공부가 적성에 맞거나 국영수 중심의 암기력과 이해력을 요구하는 스타일이 자기에게 유리해서 공부를 잘 한다. 어떤 아이는 창의적이고 남 다른 것을 좋아해서 성적 위주의 공부에 적합하지 않다. 그런 아이들은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된다. 아이들은 공부에 흥미를 잃고 마음 둘 데 없어 방황한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를 알지 못해서 힘들어 한다. 아이들은 세상을 모르기 때문에 막연한 두려움을 느낀다. 자신들의 장래가 어떻게 펼쳐질는지 모른다는 불확실함이 그들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어떤 아이는 연기자가 되고자 하고 다른 아이는 가수가 되려 한다. 또 어떤 아이는 야구선수가 되어 해외로 진출하는 꿈을 꾸기도 한다. 이러한 아이들의 꿈은 모두 실현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연기자가 되거나 가수가 되어 인기를 얻기 까지 엄청난 수고가 요구되고, 수많은 희망자 가운데서 아주 적은 숫자만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경쟁에서 탈락하는 아이들은 좌절하고 힘든 시간을 감내해야 한다. 성공의 문턱은 좁고 그곳에 가려는 아이들이 너무 많은 현실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어떤 아이가 성공하고 어떤 아이들은 실패할까? 처음부터 재능이 없이 그저 막연한 꿈을 가지고 도전한다면 실패할 것이다. 재능이 없다면 어떤 것도 보장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그저 운이 좋아서 성공하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자신들이 희망하는 일과 자신의 소질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른다. 우리 사회는 아이들의 그런 꿈과 희망을 찾아내어 키워주는 노력에 인색하다. 무엇을 하면 잘 수 있을는지 그것을 일러주는 것이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그런 길이 마땅찮다.
사람은 누구나 잘 하는 일을 하면 힘이 나고 신이 난다. 어쩌면 우리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잘 할 수 있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아이들은 자신이 하고픈 일에 집중하고 열심히 하게 되고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과정이 훌륭하고 결과 또한 칭찬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자신이 잘하는 일을 좋아서 하게 되면 그 결과가 어떠하더라도 사람들은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아이들을 결과로만 평가하지 않고 그들의 내면과 성장하는 모습을 인정하는 그런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그렇다. 사람들은 왜 다들 공부를 잘 하는 것만 원할까?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는 따로 있고 제대로 할 수 있는 분야가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오직 한길, 공부로 내모는 현실이 안타깝다. 국영수 성적이 좋은 아이들이 똑똑하다 대우받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그저 그렇게 대우 받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만일 아이의 학교 성적을 포기하기 싫다면 아이가 공부를 좋아하도록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지능과 인공지능'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아의 두뇌 (0) | 2022.04.04 |
---|---|
적을 미워하지 말라. 판단력이 흐려진다. (0) | 2022.04.04 |
기억을 습관으로 (0) | 2022.03.31 |
기록이 다빈치를 천재로 만들었다? (0) | 2022.03.31 |
좋은 머리의 생물학적 조건3(뉴런의 수초화) (0) | 2022.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