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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의 미학

지중해의 푸르름이 한 상 가득

by 전갈 2022. 4. 22.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요리

요리법의 발달은 인간의 진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는다. 불을 이용한 요리법이 도입되면서 인간이 인간다워졌고 완전한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수렵이든 채집이든 자연에서 구한 음식 재료를 가지고 요리하는 것은 인간만이 유일하다. 날것을 그대로 먹던 유인원에 불과한 인간이 음식을 익히거나 삶아서 먹는 요리법을 개발하면서 원초적 동물의 지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동물과 인간을 구별하는 여러 기준 가운데서도 요리만큼 뚜렷한 것은 없고, 동물적 본능과 인간적 욕망을 가르는 경계선에 불로 익힌 요리가 있음이 분명하다. 나아가서 어떤 요리를 먹느냐에 따라 사람의 성격에도 차이를 보인다.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요리를 먹으면 한결 너그럽고 낙천적인 성격을 가질 수 있는 반면에, 딱딱하고 척박한 요리를 먹으면 성격도 딱딱해진다는 것이다.

 

제대로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면 성장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변변치 않은 요리를 먹는 사람들은 고급 요리를 먹는 사람들보다 몸집이 작고 힘이 약했다. 또 두뇌 발달이 왕성한 유아기의 영양 섭취 부족은 총명을 억제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세상일은 늘 예외를 갖는다. 어릴 때 가난해 제대로 먹지 못했더라도 총명함과 영민함을 잃지 않는 사람도 많다.

 

지중해의 푸른 바다가 한 상 가득, 지중해 식단

 

소화하기 쉬운 음식이 생각과 사상, 문화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니체의 말을 들먹일 필요가 있을까? 부드럽고 소화하기 쉬운 음식이 주는 이점이 많다. 지중해의 바람만큼이나 부드러운 음식은 먹기 쉽고 소화도 빠르다. 이탈리아 남부의 경쾌함과 발랄함은 부드러운 음식을 먹고 형성된 성격이다. 소화가 잘되지 않는 감자나 소시지 요리를 먹는 독일 사람들의 위는 항상 묵직하다. 그들의 생각이 철학적이고 사상의 무게가 진중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 니체의 주장이다.

 

지중해 식단은 밝은 성격을 갖는 역할도 하면서 건강식으로도 훌륭하다. 특히 전통적 그리스 식단은 심장병과 암의 위험을 낮추는 데 크게 이바지한다. 과일과 야채, 우유보다 치즈, 고기보다는 생선들로 이루어진 그리스식 지중해 식단은 지중해의 푸르름과 신선함이 배어난다. 많은 사람이 노화를 방지하면서 비만을 예방하는 지중해식 식단을 최고로 친다. 특히 지중해식 요리에 빠지지 않는 올리브유는 불포화지방산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밝은 성격과 젊음을 유지하게 해주는 일등 공신이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는 성격의 형성에도 중요하고 그 지방의 특성을 결정짓기도 한다. 각자가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른 음식을 먹게 되면 그것이 문화의 차이를 발생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는 수단으로만 요리를 치부하기에는 그것이 갖는 문화적 함축미가 무척 깊고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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