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5월 20일(금)
색의 미학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 훌륭한 조리사는 좋은 식재료를 적절히 조합하고, 잘 버무린 양념과 소스, 적절하게 굽고 데친다. 제대로 된 좋은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온 정성을 쏟아 내는 장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보기 좋은 음식이 먹기에도 좋다 했듯이 아름다운 빛깔도 훌륭한 요리에는 빼놓을 수 없다. 계절에 어울리는 색깔의 요리들이 사람의 눈을 흔들고 미각을 유혹한다.
봄에는 향긋한 초록색의 음식이 어울리고 여름에는 붉은색의 식재료가 제격이다. 가을에는 알록달록한 색깔의 식재료들로 음식을 만드는 것이 좋다. 추운 겨울을 나기에는 검은색의 음식이 필요하다. 철마다 색깔을 달리하는 자연에서 나온 식재료도 고유의 색깔을 살려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눈으로 보는 즐거움이 클수록 요리가 주는 맛의 즐거움도 더 할 것이다.
훌륭한 요리가 내뿜는 아름다운 향기는 후각을 통해 뇌를 온통 흔들어 놓는다. 잘 익은 사과 향기가 십 리를 가듯 맛 좋은 음식의 향기는 불원처리 먼 길 마다치 않고 손님의 발길을 끈다. 봄 미나리 식단에 오르면 향긋한 향이 온 집안에 퍼진다. 동해 바다의 신선한 해초는 파도에 멍이 든 파란 바다 내음을 뿜어낸다.
지리산 깊은산골에 지천으로 핀 산나물은 골짝 깊은 봄 냄새를 들려준다. 넓은 들 동쪽 끝으로 실개천이 흐르는 들판의 무와 채소가 만들어내는 짙은 가을 냄새는 마음을 혼미하게 한다. 겨울향기 좋은 제철 식재료를 찾기 위해 천릿길 마다치 않는 요리사들의 발품 파는 수고가 아름답다.
소리의 미학
음식을 먹을 때 씹히는 미세한 소리도 훌륭한 요리에는 빼놓을 수 없다. 다른 사람에게 소리를 내는 결례를 범하지 않기 위해 혼자서 곱씹으며 입맛 가득 퍼지는 아삭하는 소리, 옅은 개울물 찰랑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좋은 음식에는 봄밤 벚꽃 피는 소리가 들리고 여름날 소나기에 몸을 뜨는 수숫대의 가냘픈 떨림도 있다.
들릴 듯 말 듯 깊은 가을에는 낙엽 지는 소리가 산골에 들린다. 한겨울 눈길 받는 사각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좋은 음식에는 자연이 주는 온갖 고요한 소리를 품어 낸다. 요리가 내는 미세한 음악 소리에 취해 음식을 음미하노라면 무릉도원에 사는 신선이 부럽지 않다. 귀로 듣는 음악도 중요하지만 잘 만들어진 음식이 내는 작은 소리도 놓칠 수 없다.
좋은 음식은 만질 수 없지만, 혀끝으로 느끼는 질감이 부드럽고 감미로워야 한다. 가볍게 깨물어도 순순히 씹히는 섬세함이 있어야 좋은 요리다. 억세고 딱딱해서 깨물기 힘들다면 결코 좋은 요리라 할 수 없다. 지나치게 익혀 허물 거리지 않고 설익어 딱딱하지 않은, 세지도 약하지도 않은 불길 위에서 적절히 굽고 익혀 나온 느낌 좋은 요리가 되어야 한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질감이야 다르다 해도 한입 베어 물 때 톡 하고 터지는 요리의 감미로움을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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