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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색채의 달콤씁쓸한 대화

빛의 소나타 3, 가시광선은 서로 다른 색을 품고 있다.

by 전갈 2022. 12. 25.

가시광선은 서로 다른 색깔을 품고 있다.

왜 가시광선 파장대의 빛만 눈에 보이느냐고? 진화 과정에서 터득한 정보다. 이 파장대의 빛만 가지고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 그 너머까지 알려면 무척 힘이 든다. 에너지가 너무 많이 필요하고, 그걸 지탱하려면 얼마나 많은 식량을 구해야 할까? 그 옛날에 마이크로파나 라디오파를 알았다고 해서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걸 알아봤자 이득이 없었다.      

 

가시광선의 파장은 보라색 빛에서 붉은색의 빛까지 품고 있다. 가시광선 안에서도 파장이 쪼개지고, 쪼개지는 만큼 빛의 색깔도 다르다. 가시광선을 더 잘게 쪼개면 더 미세한 색깔이 나온다. 보통 사람은 가시광선의 색깔을 백만 개의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이 말은 가시광선의 파장을 백만 개로 구분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이한 경우 이 파장대의 색을 1억 개까지 구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이런 사람은 가시광선을 1억 개의 각기 다른 파장으로 볼 수 있다.      

 

아침에 일찍 눈을 뜨면 아직 해가 나지 않아 어둠이 반긴다. 눈은 어둠에 적응하느라 잠시 머뭇거린다. 어둠이 눈에 들어오면 침대에서 내려와 가볍게 체조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이윽고 해가 솟으면 집안의 모든 것들은 제각각의 색으로 깨어난다. 어둠에서 밝음으로 그리고 색채가 우리 눈으로 들어온다.

 

이처럼 우리는 매일, 매시간 빛과 색채를 만나고 그들과 함께 생활한다. 빛이 없다면 밝음과 어둠이 없고 색채도 없다. 또 빛이 있다고 해도 색채가 없으면 우리는 오직 투명한 눈부신 세상만 볼 것이다. 이처럼 빛과 색채는 우리가 세상을 세상답게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사진 출처 :  https://uple.net/1578

 

앞에서 말했듯이, 우리 눈은 파장의 길이가 380nm(나노미터)~760nm(나노미터)인 가시광선인 빛만 볼 수 있다.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짧은 빛에는 순서대로 자외선, X선, 감마선이 있다.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긴 빛에는 순서대로 적외선, 초단파, 라디오파가 있다. 1 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m이고, 100만 분의 1mm이다. 빛의 파장이 얼마나 짧은지 짐작할 수 있다.

 

이번에는 가시광선 내부에 있는 빛을 들여다보자. 기준은 역시 파장의 길이다. 파장이 380~450nm의 빛은 보라색이고, 450~495nm의 빛은 파랑이다. 495~570nm의 빛은 초록이다. 밝은 색의 파장은 상대적으로 길다. 노랑은 570~590nm 파장의 빛이고, 주황은 590~620nm 파장의 빛이다. 마지막으로 빨강은 620~780nm의 파장을 갖는 빛이다. 이처럼 가시광선에도 서로 다른 파장을 가진 빛들이 있고, 이들 각각이 서로 다른 크기의 물체와 부딪히면 본색을 드러낸다.

    

'키스(1907–1908년)' 구스타프 클림프

 

만일 가시광선 속에 존재하는 빛들의 파장이 같으면 하나의 색깔만 존재한다.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아름다운 색깔을 볼 없을 것이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의 황금색과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의 노란색도 빛이 있기에 아름다운 색채로 빛난다. 태초에 빛이 없었다면 색채도 없었다. 세상은 그저 깊은 어둠의 공간일 뿐이다. 빛이 비치지 않은 우주 공간이 깊은 어둠 속에서 침묵하듯이 지구도 그런 어둠의 별이 되었을 것이다. 말하자면, 빛은 색채의 고향이며 색채의 어머니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