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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105

어쩌면 나는 집시였나 보다. 일을 보러 멀리 코발트블루가 아름다운 해안 도시를 다녀왔다.꽤 먼 곳이라 낯선 풍경이 주는 즐거움에 흠뻑 취했다. 출장을 가든, 일을 보러 가든 눈에 익지 않은 곳의 설렘은 내겐 늘 여행이다. 내 이럴 줄 알았다. 겨우 하룻밤 지났는데 가방을 풀어보니 아쉬움은 온데간데없고 쪽빛 바다를 떠나온 거리의 제곱만큼 벌써 그리움이 쌓인다. 먼 바닷가 도시 사람들의 선하고 아름다운 얼굴 작은 점들로 떠 있는 배들과 멀리 뻗은 해안선이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하마나 눈에서 지워질까. 몇 날이 지나야 겨우 잊힐까 모를 일이다. 아마 며칠은 족히 몸살을 앓을 것이다. 예전에 그렸던 풍경으로 마음을 달랜다. 그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그날은 물감이 잘 먹혔다. 바닷가 노을을 제대로 표현했다며 내심 뿌듯했다. 늦은 귀항을.. 2023. 6. 30.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도 변한다. 사랑은 타고난 감정일까 '우리는 진정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것일까? 교회나 국가가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 낸 제도를 무조건 따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상당히 도발적인 질문에 성의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인 잉겔로레 에버펠트(Ingelore Ebberfeld)는 후자가 답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들은 사회적 관습에 지나지 않고, 우리가 죽을 때까지 한 사람하고만 살아야 하는 운명의 노예가 아니라는 것이다. 에버펠트는 일부일처제도 인간의 본성에 일치하지 않는 제도라고 말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고 애절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진정한 사랑의 교과서이자 낭만적이고 애틋한 사랑을 꼽을 때면 단연 앞자리에 선다. 사랑 때.. 2023. 2. 26.
실망과 배신에 대처하는 자세 기대와 현실 사람과의 관계는 예상을 벗어난 일이 잦다. 내가 이렇게 해주면 상대는 이렇게 해줄 것이라고 속으로 기대한다. 그런 기대와 현실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면 우리는 실망한다. 심하면 배신감마저 든다. 평소 잘해준 사람이 의외의 반응을 보이면 화가 난다. 그래서 네가 어찌 이럴 수 있느냐고 따지기라도 하면, 상대가 잘못했다는 말 대신에 오히려 버럭 화를 내며 덤빈다. 이때는 뒤통수를 세게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든다. 잘해 주던 사람이 이런 반응을 보이면, 어안이 벙벙하고 순간적으로 멘붕 상태가 된다. 자연히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이고, 화를 낸다. 서로서로 비난하고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 상대를 비난하고, 비판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가 사람을 비난하는 이유는 문제가 발생한 원인이 상대.. 2023. 2. 15.
잊힐 권리와 잊힐 용기 잊힐 권리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의 확산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한 번 전파되면 순식간에 전 세계로 정보가 뻗어간다. 정보의 빠른 전달 속도는 정보가 필요한 사람에 큰 도움이 된다. 과거에는 일일이 자료를 찾아야 하고, 문서를 뒤져야 하는 불편함을 한 방에 날려 버렸다. 간단한 키워드 검색으로 최신 정보를 앉아서 손에 쥘 수 있으니 참 편리한 세상이다. 정보의 빠른 전파와 확신이 때로는 불편할 때도 있다. 개인 정보가 한순간에 전 세계로 전파된다고 생각하면 머리가 아찔하다. 잘못된 정보나 왜곡된 정보가 인터넷 공간에 퍼지면 이걸 회수하거나 수정할 방법이 마땅찮다. 수정 자료를 올린다 해도 사람들이 제대로 읽어본다는 보장도 없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개인의 사생활이 통제되지 않은 채 .. 2023. 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