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4

색이 바래듯 생각도 변색한다. 가끔 시외버스를 타고 강원도 양양으로 여행을 간다. 양양 버스터미널은 수십 년이 동안 한 자리에 있었다. 켜켜이 쌓인 흔적만큼이나 시간의 때가 덕지덕지 붙었다. 간간이 덧대기 공사를 해도 건물은 해졌고, 대합실 벽은 누렇게 변했다. 처음 칠할 때 눈부시게 하얀 벽의 색이 변했다. 벽지도 창문도 낡고 원래의 맑고 깨끗함을 잊어버렸다. 그간 몇 번이나 덧칠한 탓에 벽은 낡고 어두운색으로 변했다. 양양은 아름다운 해변으로 옛날부터 명성이 자자했다. 해마다 여름이면 피서객으로 넘쳐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곳 정류장을 이용했는지 셀 수 없다. 한때 수학여행으로 붐비던 시절에는 전국에서 이곳을 한 번쯤 스쳐 가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최근에는 윈드 서핑의 명소로 알려지는 바람에 사람들로 넘쳐난다. 처음 이.. 2023. 2. 5.
빛의 소나타 10, 색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다. 색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다.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는 말이 있다. 따지고 보면, 사람의 몸 가운데 소중하지 않은 곳은 없다. 눈, 코, 입은 물론이고 폐, 간 등 장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느 하나 없이 다 온전해야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이 중요한 기관 중에서도 특히 눈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눈이 보배'라는 옛 속담과 같은 의미다. 눈은 외부로부터 가장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감각기관이다. 바깥세상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비중은 미각이 1%, 촉각이 2%, 후각이 4%, 청각이 10%를 차지하고 나머지 83%를 시각이 차지한다. 우리가 세상과 접하고 교감할 수 있는 것은 팔(八) 할(割) 이상이 눈의 덕택이라 할 수 있다. 묘하게도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八.. 2022. 12. 25.
빛의 소나타 9, 초록은 동색(同色)이라 서로 반사한다. '빛의 소나타', 뜻밖의 반응에 고무되었다. 『빛과 색의 아름다운 이야기』에 실린 글들의 반응이 뜻밖이다. 색에 관한 이야기야 누구나 흥미를 느낄 수 있다 치더라도, 빛의 본질은 딱딱하기 때문에 썩 좋은 반응을 기대하지 않았다. '빛의 소나타'와 '색'을 읽는 사람이 많아 내심 놀랐다. 물리학과 광학에 관한 내용이 많아 지루할 거로 생각했는데 다행한 일이다. 내친김에 '빛의 소나타'와 '색'에 관한 글을 더 올린다. 지난번 글에서는 빛의 본질과 양자물리학과의 관계를 생략했다. 이 글들과 우리가 어떻게 색을 인식하는 과정을 올릴 생각이다. 이미 공개한 글을『빛과 색의 아름다운 이야기 1』로 하고, 이번에 올리는 글들을 『빛과 색의 아름다운 이야기 2』로 제목을 붙인다. 함께 읽고 토론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 2022. 12. 25.
빛의 소나타 1, 색은 빛의 고통이다. 색의 유혹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만큼이나 아득한 옛날이야기다. 미국 출장 가는 길에 대도시 근교의 아울렛(outlet)을 방문했다. 유명 명품 매장에 들렀다.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큰 호강이었다. 당시에 한참 유행하던 BENETTON. GUESS, GAP 매장에 진열된 옷을 보는 즐거움도 쏠쏠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검정이나 흰색 옷이 유행하던 시절이라 형형색색이 주는 화려함에 눈이 즐거웠다. 빨강과 파랑의 원색도 있고 파스텔톤(pastel tone)의 색의 향연이 펼쳐졌다. 출장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도 색채의 여운이 진하게 남았다. 이처럼 다양한 컬러를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골똘히 생각했다. 그러다 불현듯 그림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전에도 그림 감상을 좋아해서 미술관을 다니기도 했지만,.. 2022. 1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