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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의 미학43

나는 무딘 편안함보다 낯선 설렘이 좋다. 일찍 잠에서 깬 바다는 한결 편안한 얼굴이다. 새털구름인지 양떼구름인지 하얀 구름 몰고 온 하늘은 해사한 얼굴로 해안 도로를 내려본다. 멀리 점점이 앞선 이들의 뒤로 해풍은 날것 그대로의 바다 내음을 싣고 온다. 포구는 늘 분주하고 해녀의 튼실한 어깨가 아침 햇살에 눈 부시다. 물속 깊이 자맥질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해녀의 망태에는 청정 바다가 가득하다. 철이 이른 해변의 아침은 조용하다. 긴 해안 도로를 걸으면 바다는 넉넉한 풍경을 안겨준다. 방죽 사이 어느 해녀가 놓고 간 빈 바구니만 물살에 이리저리 몸을 맡긴다. 온통 가득한 코발트블루를 뒤로 하고 도시의 회색빛 속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낯선 설렘과 달콤한 고독을 뒤로하고 익숙해져 무딘 편안함으로 돌아가야 한다. 몇 날 아니 몇 달을 머물러 .. 2023. 6. 29.
고독마저 감미로울 때 에뜨랑제가 된다. 간밤 내린 비에 쉬 잠들지 못한 바다는 밤새 몸을 뒤쳤였다. 겨우 비 그치고 하늘에는 낮은 구름 짙게 드리웠다. 해는 얼굴 내밀 생각이 없고 덕분에 바다는 모처럼 게으름을 피운다. 갈매기 한 마리가 낮은 포물선을 그리고 부지런한 어부는 만선의 꿈을 안고 먼바다로 떠난다. 첫새벽 잠에서 깬 나는 잔뜩 찌푸린 잿빛 하늘 아래 물색 흐린 바다를 본다. 낯선 해안을 거닐며 까뮈의 알제 해변을 생각한다. 오늘도 나는 이방인이 되어 바닷가 도시에 머문다. 에뜨랑제!! 먼 이국의 단어를 읊조리며 고독마저 감미로운 시간을 보내야 한다. 2023. 6. 28.
물기 젖은 커피 향이 묵직한 아침 밤 짙게 드리운 구름이 그예 비를 뿌렸다. 도시의 회색 건물은 아직 게으른 잠에 빠졌다. 바람은 연신 나무를 흔든다. 가지에 매달린 잎들은 떨어지지 않으려고 힘을 잔뜩 준다. 가을의 단풍과 달리 여름의 초록은 힘이 튼실해서 잘 떨어지지 않는다. 온통 초록이 주르륵 흘러내릴 것 같은 여름 숲이 비에 젖었다. 빗방울이 화단에 부딪혀 흩어진다. 풀잎들은 제 세상 만난 양 빗물로 단장한다. 나뭇잎은 내리는 비로 얼굴을 씻는다. 도시의 소음과 먼지로 덕지덕지 낀 때를 말끔히 씻어 낸다. 덕분에 해사해진 초록의 얼굴로 배시시 웃는다. 이런 날은 풀잎 자라는 소리도 크게 들린다. 본격적인 한여름의 광폭한 더위를 앞두고 내리는 비는 한결 여유가 있다. 도시는 비의 축제가 열린다. 차들이 지나는 자리엔 물방울이 튄다. .. 2023. 6. 26.
40초 만에 무하 스타일로 그린 '신라의 여왕' 신라의 여왕을 무하 스타일로 40초 만에 그린 AI 개인적으로 인터넷 검색을 많이 한다. 글을 쓸 때 필요한 자료를 조사하거나 인용문의 출처를 밝힐 때 구글링한다. 국내 자료가 필요할 때는 네이버 검색기가 편리해서 자주 이용한다. 인터넷이 주는 혜택을 최대한 누린다. 그런 점에서 네트워크 기술과 IT 기술의 순기능을 높이 평가한다. 한편으로는 여전히 아날로그 기술의 매력도 잊지 않는다. 매일 활자 신문을 보고 활자 책을 자주 읽는다. 물론 전자책이 주는 편리함도 인정하지만 아무래도 손때 묻는 종이의 감촉을 느끼는 데는 활자 책만 한 것도 없다. 책장에 꽂힌 책을 보면 흐뭇하고, 색색의 표지가 주는 시각적 매력도 무시할 수 없다. 손 닿을 곳에 있는 그들이기에 수시로 꺼내본다. 매일 활자 신문을 보는 까닭.. 2023. 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