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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치매7

죽기 살기로 아버지한테 대들지 그랬어? 의대를 강요하지 않았다면 그는 아버지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우등생이다. 의대에 진학할 생각이다. 아니 진학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의대 가는 것은 자기 생각이 아니라 아버지의 강요다. 아버지는 아들을 의사로 만들기로 작정했다. 정작 당사자는 연극에 관심이 있다. 학교 연극 '한여름 밤의 꿈'에서 요정 역을 맡아 훌륭한 연기를 선보인다. 관객들로부터 큰 칭찬을 받는다. 뿌듯하고 행복한 순간이다. 공부도 잘하지만 되고 싶은 건 의사가 아니라 연극배우다. 아버지가 들으면 목덜미를 잡고 넘어갈 판이다. 연극이 끝나자 하나같이 그의 연기를 칭찬한다. 단 한 사람 아버지는 아들을 심하게 질책한다. 아버지는 불같이 화를 내며 당장 전학 보내 군사학교에 입학시키겠다고 한다. 아버지로부터 이런 통보를 받은 아들은 압박감.. 2023. 6. 26.
"후배야, 나 누군 줄 알겠니?" 내가 알던 그는 어디로 갔나? "지낼 만하니?" "-------------" "나 누군 줄 알겠니?" "------------" 너무 말이 없어 묻는 내가 당황스럽고 난감하다. 이럴 수가 있나. 그토록 똑똑하고 착한 후배는 어디 갔단 말인가. 눈동자의 초점이 잡히지 않고 퀭한 사내가 내 앞에 있다.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을 제대로 들지 못한다.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건지 선뜻 대답을 못 한다. 인내하며 계속 말을 붙여 본다. "밥은 먹었니?" "-------- 예!!" 한참 만에 겨우 입을 뗀다. 숨이 다 막힐 지경이다. 그래도 질문을 이어간다. 싫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오랜만에 만난 탓에 마음이 급하다. 후배는 거의 입을 열지 않고 그저 멍하니 서 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 한구석이.. 2023. 6. 21.
후배, 요양병원 갈 나이는 아니잖아? 치매, 잔인한 이름의 고통 며칠 전 후배가 허리를 삐끗했다. 며칠 간이라도 병원에 입원시키지 않으면 안 될 사정이다. 그런데 치매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은 요양병원 말고는 없다. 나이가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 치매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고 관리하는 시설이 태부족하기 때문이다. 후배의 어머니가 발품을 팔아 병원을 찾아다녔다. 다행히 한 곳을 발견하고 입원했다. 후배가 입원한 병원은 새로 생긴 곳이라 시설이 깨끗해 다행이라 생각했다. 병실에 들러 그를 만나는 순간 그런 생각을 접었다. 간병하는 프로그램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 때문이다. 말로만 듣던 요양 병원의 현실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환자 대부분이 치매 환자가 아니면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다. 나이가 80세를 넘긴 노인들이 주로 입원해 있다. 표.. 2023. 6. 17.
치매? 놀람, 분노, 부정, 좌절 그리고 수용 치매로부터 자유로운 나라 '치매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겠다.’ ‘치매국가책임제’ 치매를 극복하려는 정부 의지를 담은 구호다. 말만 들어도 뿌듯하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동안 지역마다 치매 상담센터가 생기고, 여러 가지 관리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의료비 부담도 줄고, 장기 요양 서비스도 확대되었다. 모든 제도가 그렇듯이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앞으로도 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또 치매가 어떤 병인 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처음에는 건망증처럼 사람 이름이나 사물을 깜빡깜빡 잊다가 점차 심해지면 기억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인지기능이 크게 저하한다. 말도 어눌하고 .. 2023. 6.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