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다3

어쩌면 나는 집시였나 보다. 일을 보러 멀리 코발트블루가 아름다운 해안 도시를 다녀왔다.꽤 먼 곳이라 낯선 풍경이 주는 즐거움에 흠뻑 취했다. 출장을 가든, 일을 보러 가든 눈에 익지 않은 곳의 설렘은 내겐 늘 여행이다. 내 이럴 줄 알았다. 겨우 하룻밤 지났는데 가방을 풀어보니 아쉬움은 온데간데없고 쪽빛 바다를 떠나온 거리의 제곱만큼 벌써 그리움이 쌓인다. 먼 바닷가 도시 사람들의 선하고 아름다운 얼굴 작은 점들로 떠 있는 배들과 멀리 뻗은 해안선이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하마나 눈에서 지워질까. 몇 날이 지나야 겨우 잊힐까 모를 일이다. 아마 며칠은 족히 몸살을 앓을 것이다. 예전에 그렸던 풍경으로 마음을 달랜다. 그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그날은 물감이 잘 먹혔다. 바닷가 노을을 제대로 표현했다며 내심 뿌듯했다. 늦은 귀항을.. 2023. 6. 30.
나는 무딘 편안함보다 낯선 설렘이 좋다. 일찍 잠에서 깬 바다는 한결 편안한 얼굴이다. 새털구름인지 양떼구름인지 하얀 구름 몰고 온 하늘은 해사한 얼굴로 해안 도로를 내려본다. 멀리 점점이 앞선 이들의 뒤로 해풍은 날것 그대로의 바다 내음을 싣고 온다. 포구는 늘 분주하고 해녀의 튼실한 어깨가 아침 햇살에 눈 부시다. 물속 깊이 자맥질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해녀의 망태에는 청정 바다가 가득하다. 철이 이른 해변의 아침은 조용하다. 긴 해안 도로를 걸으면 바다는 넉넉한 풍경을 안겨준다. 방죽 사이 어느 해녀가 놓고 간 빈 바구니만 물살에 이리저리 몸을 맡긴다. 온통 가득한 코발트블루를 뒤로 하고 도시의 회색빛 속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낯선 설렘과 달콤한 고독을 뒤로하고 익숙해져 무딘 편안함으로 돌아가야 한다. 몇 날 아니 몇 달을 머물러 .. 2023. 6. 29.
고독마저 감미로울 때 에뜨랑제가 된다. 간밤 내린 비에 쉬 잠들지 못한 바다는 밤새 몸을 뒤쳤였다. 겨우 비 그치고 하늘에는 낮은 구름 짙게 드리웠다. 해는 얼굴 내밀 생각이 없고 덕분에 바다는 모처럼 게으름을 피운다. 갈매기 한 마리가 낮은 포물선을 그리고 부지런한 어부는 만선의 꿈을 안고 먼바다로 떠난다. 첫새벽 잠에서 깬 나는 잔뜩 찌푸린 잿빛 하늘 아래 물색 흐린 바다를 본다. 낯선 해안을 거닐며 까뮈의 알제 해변을 생각한다. 오늘도 나는 이방인이 되어 바닷가 도시에 머문다. 에뜨랑제!! 먼 이국의 단어를 읊조리며 고독마저 감미로운 시간을 보내야 한다. 2023.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