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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토르 문디'와 왕세자의 행복

by 전갈 2022. 12. 28.
사진 출처 :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2111711234363905

 

1985년생 37세의 나이로 약 2,700조 원의 재산을 가진 부드러운 미소의 남자. 돈이면 돈, 권력이면 권력,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그의 별명은 ‘Mr. Everything’이다.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그는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적인 왕위 계승자이며 석유 부국 사우디아라비아의 권력을 모두 손에 넣었다.      

 

무함마드가 처음부터 왕위 계승자로 낙점받은 것은 아니다. 왕자만 해도 최소 수십 명이 되는 복잡한 권력 구도의 사우디 왕가에서 서열이 한참이나 밀리는 신세였다. 그런 그가 모략과 음모로 경쟁자들을 하나하나씩 제거하고 일인자의 자리에 올랐다. 무함마드는 정적을 납치하고 암살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그의 부드럽고 온화한 미소 뒤에는 잔혹한 권모술수의 화신이라는 달갑지 않은 모습이 숨어 있다.       

 

거금을 주고 ‘살바토르 문디’를 구매한 사람이 바로 빈 살만 알사우드로 알려졌다. 약 2,700조 원이나 되는 그의 재력은 '살바토르 문디'를 5,000억 원 주고 사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소유한다는 현재의 만족감과 그림을 사랑한다는 이미지는 권력 투쟁에서 보여준 자신의 잔혹함을 희석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게다가 그림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만족감까지 더하면 '살바토르 문디'의 가치는 5,000억 원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무함마드 왕세자로 봐서는 크게 남는 장사인 셈이다. 알려진 무함마드의 재산과 '살바토르 문디'의 그림값을 굳이 비유하자면 2,700억 원 재산가에게 5,000만 원짜리 자동차와 같은 의미가 될 것이다. 그 정도 재산이면 얼마든지 더 비싼 자동차도 살 수 있다. 예산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 엄청난 재력가는 언제든지 경매시장에 참가해 최고 가격을 치른다. 보통 사람인 우리로서야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일이지만, 그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왕세자는 미래 가격이 어떻고 하는 말을 귓등으로 흘려보낼 것이다. 이런 말들은 다 쓸데없는 호사가의 말잔치에 불과하다. 그에게 왜 '살바토르 문디'를 그렇게 비싼 값을 주고 샀느냐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지 않을까?

 

"마음이 들어서 샀어요. 왕실에 걸어 놓고 손님들과 함께 감상하면 너무 행복하지 않겠어요?"

 

자기 소득 범위 내에서 최고의 만족감을 누리는 구매 활동을 합리적인 경제 행위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는 보통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소득의 격차가 너무 심해서 우리는 입을 댈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자기 돈 주고 사는데 남들이 따따부따 따질 입장도 아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지 갈잎을 먹으면 죽는다'라는 속담이 생각난다. 솔잎만 먹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도 합리적인 행동이다. 돈이 많은 사람이든, 적은 사람이든 자기 소득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만족감은 주관적이라 꼭 좋은 차에 좋은 옷을 입어야만 커지는 것은 아니다. 행복은 원래 내 마음속에 있다.  

 

‘너무 높이 날면 태양의 열 때문에 밀랍이 녹으니 너무 높이 날지 말고, 너무 낮게 날면 바다의 물기 때문에 날개가 무거워진다. 항상 하늘과 바다의 중간으로만 날아라.’하고 이카로스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충고했다.     

 

그리스 신화의 이카로스는 아버지가 밀랍을 발라 만든 날개를 달고 크레타섬에서 탈출한다. 뜨거운 태양은 밀랍을 녹인다. 이카로스는 아버지의 충고를 무시하고 태양 가까이 날았다. 뜨거운 태양은 새 깃털 밀랍을 녹였고, 이카로스는 바다에 떨어져 죽고 말았다.

 

우리는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가 없다. 애초 태양 가까이 갈 생각을 하지 않으니 추락할 일도 없을 것이다.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이 다르고 만족하는 수준도 다르다. '살바토드 문디'를 집에 두고 감상하는 사람도 있고, 전람회나 미술관에 가서 좋아하는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도 있다. 각자 주머니 사정에 맞는 최고의 만족감을 찾는다면 그것이 합리적인 경제 활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