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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경제학

우아한 욕망의 거래, 소더비와 크리스티

by 전갈 2022. 12. 25.

사진 출처 https://www.hankyung.com/news/article/2016021190681

소더비와 크리스티 경매시장

미술품의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알려면 미술품 시장의 형태와 작동 메커니즘, 미술품의 재화 성격, 그곳에 참여하는 주체들의 역할 등을 파악해야 한다. 그중에서 제일 먼저 미술품 시장의 특성을 알아보자.      

 

시장이란 무엇인가? 시장은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나 자유롭게 상품을 사고파는 형태 혹은 장소를 말한다. 우리 동네 근처에 있는 재래시장은 가장 분명한 시장의 모습이다. 그렇다고 시장이 꼭 물리적 장소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상품을 교환하는 대가로 돈이 오가는 곳이면 어디든 시장이라 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이나 동네의 중고 물건이 거래되는 곳도 모두 시장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미술품이 매매되는 경매회사도 경매시장이라 이름한다.     

 

현실에서 미술품 경매시장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경매시장으로 1744년 설립된 소더비(Sotheby's)와 1766년 설립된 크리스티(Christie's)가 있다. 둘 다 천문학적인 미술품이 거래되는 경매회사다. 경매회사는 합법적으로 수요자와 공급자에게 미술품을 판매한다. 그곳에서 인간의 욕망과 돈을 원천으로 한 경매시장이라는 엔진이 강력한 폭발력을 자랑한다.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표출하는 뜨거운 욕망은 미술품을 향한 고급스러운 취향이다. 돈을 향한 물질적 욕망을 예술품으로 포장한 것일 수도 있다. 그곳에서는 욕망을 매개로 한 천문학적 돈이 돌고 돈다. 미술품 경매시장은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가장 우아하면서도 가장 비싼 상품이 거래되는 장소다. 

 

미술품 경매시장인 크리스티(Christie's)와 소더비(Sotheby's)는 어떤 특징을 가진 시장일까? 그것을 알기 위해 현실 경제의 시장을 몇 가지 유형으로 정리해 보자. 경제학에서는 시장을 더 세분화하지만, 여기서는 크리스티와 소더비의 특징만 파악하자.   

 

상품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수가 얼마나 되는가, 공급하는 상품의 질적 차이가 존재하는가 등을 보고 시장을 몇 가지 종류로 나눈다. 여기서는 공급자와 수요자의 수와 질적 차이 유무만 따질 것이다. 다수의 수요자와 공급자가 존재하는 경쟁적 시장, 제품의 질적 차이를 보이는 독점적 경쟁시장, 공급자나 수요자가 한 사람인 독점시장 등이 있다. 이 가운데서 미술품 시장은 상품이 하나밖에 없는 공급 독점시장이라 할 수 있다.  

 

배추나 무 같은 상품은 동일 상품이면서 질적으로도 동일한 상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특수하게 재배하거나 고랭지 채소의 경우 약간의 질적 차이를 보일 수 있으나 예외적이라 무시하자. 배추나 무를 공급하는 사람도 많고, 이것을 사려는 사람도 많다. 이런 시장을 우리는 경쟁적 시장이라고 부른다. 이런 시장에서는 누구도 상품의 가격을 올리거나 내릴 수 없다. 수요량과 공급량이 일치하는 점에서 가격이 결정되고, 사람들은 이 가격을 받아들여야 한다.      

 

최고 높은 가격을 받아내는 미술품 경매시장 

현실에서 동종 혹은 동일 상품이라도 제품의 질에서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에는 질이 경쟁 상품에 비해 좋다면 가격을 더 높게 받을 수 있다. 이런 시장은 경쟁 상대인 공급자가 많지만, 질적 차이를 바탕으로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는 시장인 독점적 경쟁시장이라 한다.   

   

스테이크를 파는 레스토랑은 많고, 이것을 먹으려는 사람도 많다. 다수의 공급자와 수요자라는 관점에서 보면 경쟁적 시작이다. 그러나 레스토랑마다 스테이크의 맛과 질이 차이를 보인다. 스테이크가 특히 맛과 질이 뛰어난 레스토랑의 가격이 높은 것이 독점적 경쟁시장의 특징이다.     

 

미술품은 진품이 하나밖에 없다. 최근 현대 미술에서는 앤디 워홀처럼 다수의 미술품을 공급하나 이 경우를 일단 제외한다. 우리가 알아보려는 미술품 시장은 공급량이 처음부터 제한된 시장이다. 이런 시장에서는 수요자보다 공급자가 가격을 결정하는 권한을 갖는다.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제품을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에게 판매한다. 다시 말해 경매를 통해 높은 가격으로 사려는 사람에게 물건을 낙찰하는 경매방식이 된다.     

 

오늘의 이야기를 정리하자. 자본주의의 경제체제에는 여러 형태의 시장이 존재한다. 그중에서 우리의 관심사인 미술품 시장은 공급이 하나뿐인 공급독점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상품 가격이 다수의 수요자 중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에게 미술품이 낙찰된다. 따라서 미술품 시장은 경매시장이고, 크리스티와 소더비가 바로 최고의 가격을 받아내도록 장치된 미술품 시장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