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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경제학

무엇이 공정한가? 맬서서의 함정 탈출 후(‘정의’와 ‘공정’ 1)

by 전갈 2022. 7. 19.

2022년 7월 19일(화)

맬서스 함정

산업혁명, 드디어 맬서스 함정을 탈출하다.

인류는 오랜 시간 동안 먹을거리를 구하는 문제로 고심했다. 아득한 원시 시절에는 짐승을 사냥하고 과일이나 식물을 채집하여 먹는 문제를 해결했다. 농업사회로 진입하면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식량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왕이나 귀족이 아닌 일반 농민들의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긴 시간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인류가 제대로 식량 문제에 해방된 것은 산업혁명 이후라 할 수 있다.

 

산업혁명을 통한 기술발전은 농작물 생산 증대에 크게 이바지했다. 농기구와 비료의 발명은 인류의 오랜 소망인 배고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이 절대적 빈곤을 해결해 낸 산업혁명 이전 인류는 오직 살기 위해 먹는 절체절명의 시간을 보냈다. 이때까지 인류 문명을 발전킨 중요한 동력을 찾는다면, 그것은 바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열망이다.

 

그레고리 클라크Gregory Clark맬서스, 산업혁명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신세계에서 세계 경제사를 그래프 하나로 표시했다. 그는 세계 경제가 오랫동안 맬서스 함정에 빠졌다가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대부분 국가의 경제는 급성장했다고 말한다. 반면에 아프리카 등 몇 개 국가에서는 오히려 맬서스 함정 이전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1800년 이전까지 세계는 1인당 소득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농사가 잘되거나 기술이 발전해서 소득이 1달러를 넘어서면 인구가 증가한다. 인구가 증가하면 먹을 입이 늘어나 소득은 다시 1달러 아래로 떨어진다. 입은 많은데 식량이 부족하게 되자 인구가 줄어들어 소득이 증가하는 것이 맬서스 함정이다. 인구학자 맬서스의인구론에 빗대 인류는 산업혁명에 성공하기 전까지 이 함정에 빠졌다는 것이 그레고리 클라크의 주장이다.

 

일부 국가는 산업혁명의 실패로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대부분 국가는 절대빈곤에서 탈출했다. 몇 번의 부침을 겪으면서 세계 경제는 눈부시게 성장했다. 1980년대의 신자유주의가 등장하고 2000년 이후 통신과 네트워크 기술의 등장 이전까지만 해도 경제 성장의 과실이 비교적 고르게 나눠졌다. 부의 불평등 정도가 지금보다는 훨씬 덜한 시대였다.

 

부의 대물림과 금수저

2000년대 이후 많은 국가에서 부가 일부 상위계층에 집중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소수의 승자가 과실 대부분을 가져가는 승자독식사회로 진입했다. 이렇게 독식한 부를 자식에 물려줘 부를 대물림하고 있다. 고도로 발전한 금융기법은 축적한 부를 안전하게 보호한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함으로써 부를 대물림하는 일이 한결 편하게 됐다. 옛날에는 부자는 망해도 3년은 먹을 것이 있다.’고 했다. 지금은 3년이 아니라 300년이 갈 정도로 견고한 부의 성을 쌓았다.

 

부의 대물림이 만연하고 금수저가 부를 쥐락펴락하는 세상에서는 계층상승의 사다리가 점차 사라진다. 부모가 가난하면 자식도 가난한 삶을 이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우리나라 3대 명문대학 재학생 70%가 부모를 잘 둔 금수저라 이미 '계층이동 사다리'가 사라졌다고 한다. 개울이 말라붙어 용이 태어날 수 없는 부의 세습 공화국이라는 날선 비판을 쏟아낸다.

 

우리 사회는 어느 때보다 정의공정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고위 공직자 자녀의 스펙 쌓기가 공정한가 안 한가를 두고 수년째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논쟁의 초점은 주로 법을 어겼느냐 아니냐에 두었다. 자녀의 경력 쌓기 활동이 법을 어기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주장과 법을 어겼기 때문에 벌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두고 법정 다툼도 치열하다.

 

지금부터 공정정의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물론 대부분 사람은 자신의 공정과 정의의 기준이 있다. 그것이 옳고 그러냐를 논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소개하려 한다. 이런 관점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공정성 논란을 해석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존 롤스의 정의론을 통해 새로운 관점에서 정의공정을 생각하게 한 마이클 샌델 교수의 주장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 한다. ‘정의공정을 이렇게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소개한다. 그렇게 엄격하게 정의공정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관점에서 공정을 바라본다면, 현재 우리 사회의 공정을 둘러싼 논쟁을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