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1 물기 젖은 커피 향이 묵직한 아침 밤 짙게 드리운 구름이 그예 비를 뿌렸다. 도시의 회색 건물은 아직 게으른 잠에 빠졌다. 바람은 연신 나무를 흔든다. 가지에 매달린 잎들은 떨어지지 않으려고 힘을 잔뜩 준다. 가을의 단풍과 달리 여름의 초록은 힘이 튼실해서 잘 떨어지지 않는다. 온통 초록이 주르륵 흘러내릴 것 같은 여름 숲이 비에 젖었다. 빗방울이 화단에 부딪혀 흩어진다. 풀잎들은 제 세상 만난 양 빗물로 단장한다. 나뭇잎은 내리는 비로 얼굴을 씻는다. 도시의 소음과 먼지로 덕지덕지 낀 때를 말끔히 씻어 낸다. 덕분에 해사해진 초록의 얼굴로 배시시 웃는다. 이런 날은 풀잎 자라는 소리도 크게 들린다. 본격적인 한여름의 광폭한 더위를 앞두고 내리는 비는 한결 여유가 있다. 도시는 비의 축제가 열린다. 차들이 지나는 자리엔 물방울이 튄다. .. 2023. 6. 2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