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멀고도 가까운 경제학

시장이 자유롭다면 경제는 만사형통(고전파경제학의 자유주의)

by 전갈 2022. 6. 15.

경제학이 탄생한 고전 시대

산업혁명의 시작되는 시기에 철학과 문학, 예술 중심의 학문에 경제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탄생했다. 그때까지 사람들의 경제활동을 과학적으로 설명한 사람이 없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단편적으로 경제라는 말의 정의를 내리기는 했지만, 학문적 체계를 갖춘 언급은 아니었다. 최초로 국가와 개인의 경제활동을 논리적이며 체계적으로 분석한 애덤 스미스(Adam Smith)라는 천재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애덤 스미스의 과학적 경제이론도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고대 그리스 이후의 위대한 철학자들의 지식을 충분히 축적한 애덤 스미스는 1776년 『국부론』이라는 책을 발표했다. 스미스는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 경제이론의 뿌리를 『국부론』에서 소개하고 있다. 그는 시장의 자유, 분업의 효율성, 국제 무역의 이익 등 지금도 배우고 익히는 경제이론을 정립했다.

스미스는 경제주체가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달성하게 자유롭게 시장에 참여하면, 시장 내부의 ‘보이지 않는 손’인 가격이 그들 사이의 균형을 이루게 한다고 주장했다. 상품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은 자신의 이기심을 최고의 가치로 삼은 경제활동이 사회 전체로 봐서 바람직하다는 것이 스미스의 주장이다. 그는 처음부터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어설픈 생각보다 자신의 경제적 이익에만 신경 쓰라고 권유한다. 또 그는 관세나 비관세장벽을 두지 않는 자유무역이 교역국의 이익을 확대한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설명했다.

이러한 스미스의 생각을 따르는 학자들을 고전파경제학이라 한다. 흔히 우리는 고대 그리스나 로마 정도가 되어야 고전주의라 생각하지만, 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때가 경제학의 여명기인 고전주의에 해당한다. 고전파경제학의 주장에 따르면, 시장의 자유를 보장하면 가격이 상승하거나 하락해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잘 잡는다.

가격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장하면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서 발생하는 경제문제를 저절로 해결한다. 말하자면 가격이 마치 손처럼 수요와 공급을 일치하게 하는 매개자의 역할을 한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격을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라 부른다.

시장에 자유를 주었는데 대공황이 발생하다니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은 불황이나 경기침체에 대한 시장의 자동 해결 능력을 크게 신봉하였다. 경제문제가 발생해도 시장이 알아서 잘 해결하는데 굳이 정부가 개입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정부나 국가는 시장경제에 개입하지 말아야 하고, 국가의 기능이나 역할도 국민 전체의 안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최소의 영역에 그 역할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고전파경제학의 작은 정부론(Cheap Government)이다.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국방, 안보, 치안 등 몇 가지 부분을 빼고 나머지 자유를 경제주체에 허용하라는 것이 고전파의 자유주의 사상이다.

이들 고전파 경제이론은 자본주의 경제의 초석을 다지는 데 크게 공헌했다. 세계 경제는 눈부시게 발전하고 개인들의 소득은 증가했다. 비교적 늦게 산업혁명에 성공한 미국은 경제적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발전했다. 경제가 잘 돌아가니 너도나도 공장을 짓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거의 무한의 자유가 주어졌기에 통제되지 않는 물량이 시장으로 쏟아졌다. 살 사람보다 훨씬 많은 상품이 쏟아지니 당연히 재고 넘쳐났다. 그 유명한 대공항이 시작된 것이다.

과잉 생산된 상품이 시장에 넘쳐나자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다. 상품의 소비 속도보다 상품이 시장에 출하되는 속도가 더 빨라진 것이다. 상품이 팔리지 않자 기업들은 경영 압박에 시달렸다. 생산 설비를 축소하고 사람들을 해고했다. 실업자가 늘어나니 상품을 구매할 사람이 감소하고, 기업은 다시 생산 규모를 줄였다.

불황을 견디다 못한 기업들의 줄줄이 문을 닫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가격이 내려가도 소득이 없는 사람들은 상품을 구매할 수 없었다. 가격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도 아무 소용이 없어졌다. 고전파경제학의 말을 믿고 이제나저제나 시장이 자율적으로 불황을 극복하기를 기다렸다. 아무리 기다려도 불황이 회복되기는커녕 더 악화하는 대공항이 닥친 것이다. 사람들은 시장이 자율적으로 불황을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처럼 자유주의적 경제 해결방식은 1929년 미국에서 시작한 세계 대공황에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시장의 자율 회복기능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세계 경제의 침체는 더욱 가속화되었다. 고전파경제학의 한계가 드러나고 대공황은 세계 여러 나라로 급속히 확산하였다. 거리마다 실업자가 넘쳐나고 무료 급식소 앞에는 끝 간데없는 긴 줄이 이어졌다. 암울한 고통의 시간이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