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13일(토)

수채화는 수성 물감으로 그리는 그림이다. 초보자에서 숙련자까지 널리 애용하는 그림의 종류이다. 물감 사용이 비교적 쉽고 섞는 물의 양에 따라 다양한 색감을 낼 수 있다. 또 여러 종류의 물감을 섞어 다채로운 색깔을 낼 수 있다. 물감 번지기 기법 등 물을 적절히 사용하면 의외의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수채화는 맑음이 생명이다. 색칠이 간결하고 물을 많이 사용할수록 맑고 깨끗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물감을 자주 덧칠하면 그림이 탁해진다. 빛은 혼합할수록 흰색에 다가가지만, 물감은 덧칠할수록 색이 어두워지기 마련이다. 물에 흠뻑 젖은 물감이 수채화 종이에 잘 스며들게 칠해야 한다. 너무 자주 가벼운 붓질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말도 덧칠이 많아지면 본질이 흐려지고 뜻이 탁해진다. 잦은 말끝에 실수가 나오고 불필요한 사족이 오해를 낳는다. 말이 길어지면 그 뜻을 다르게 해석할 소지가 많아진다. 구구한 억측이 난무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말이 많아서이다. 말이 길어서 손해 볼 일보다 말이 짧아서 손해 볼 일이 훨씬 적다.
말이 맑고 투명하려면 짧고 간결해야 한다. 듣는 이가 분명하게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 해석의 여지가 많거나 행간의 의미를 새겨야 하는 말은 고수들 사이의 대화법일 수 있다. 은유와 비유가 가득한 말을 보통 사람에게 하면 어찌 알아들을 수 있겠는가. 고수나 현자보다 보통 사람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노자의 《도덕경 5장》에는 ‘말이 많으면 곤란한 일에 봉착하니 속으로 담아두는 것보다 못하다’(多言數窮 不如守中)고 경고한다. 말이란 일단 입 밖으로 나가게 되면 그것은 듣는 사람의 가치관이나 처한 환경에 따라 달리 해석한다. 그러니 짧고 간결해서 투명하게 이해되지 않을 바에는 말을 삼가는 게 좋다.
《잠언 10장 19절》에서 ‘말이 많으면 허물을 면키 어렵다. 반면에, 자신의 입술을 제어하는 자는 지혜롭다’고 한다. 역시 말이 많음을 경계하라는 뜻이다. 솔로몬의 지혜에서 이렇게 충고할 정도라면 말을 줄여야겠다. 듣는 이가 맑고 투명하게 알아듣게 짧고 간결하게 말해야겠다.
우리는 남의 말을 들을 때보다 내가 말할 때 더 즐거움을 느낀다. 신나게 말할 때 뇌에서는 도파민이 솟아난다. 즐거움의 샘에서 봇물이 터진다. 모든 쾌락에는 중독성이 있다. 즐거움을 누린 만큼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말을 많이 하다 보면 습관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기한 일은 노력하기에 따라 습관도 바뀐다는 사실이다. 습관이 바뀌는 것은 사실 뇌 신경회로의 변화를 뜻한다. 열심히 또 진지하게 다른 사람의 말을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듣는 행동이 도파민을 솟게 한다. 뇌의 신경회로가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에서 도파민을 분출하게끔 바뀐 것이다.
투머치토커(too much talker)보다 too less talker(투레스토커)로 사는 건 어떨까. 말이 빠르고 많아서 좋은 점도 있다. 말 잘하는 사람이 말 못하는 사람보다 더 존중받는 세상이 되었다. 그렇지만, 실수 없는 다변이 힘들다면 오히려 어눌한 말솜씨로 사는 것도 나쁘진 않다.
말이든 물감이든 잦은 덧칠은 본질을 탁하게 한다. 말과 색칠은 간결할수록 맑고 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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