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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문학 산책

까칠한 강아지 키키가 아빠 말을 다 알아듣는다고?

by 전갈 2023. 6. 16.

사진 Pixabay

강아지 키키가 말귀를 다 알아듣는다?

"키키는 내 말을 다 알아들어요!!"

"그런가?"

"그럼요. 눈치는 또 얼마나 빠른지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음 키키 그 녀석 영리하구나"

 

강아지 키키 아빠인 후배는 만날 때마다 키키 자랑에 여념이 없다. 늘 입이 찢어질 정도로 미소를 띤다. 그야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은 누구나 하는 말이 아니겠는가. 진짜 키키가 말귀를 알아들을까 궁금하다. 최근 뇌 활동을 스캔하는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기능적 자기공명영상)가 발달하면서 여기에 대한 해답을 속속 제시하고 있다.

 

반려견 연구자는 개에게 낯선 단어를 말했을 때 뇌의 청각 영역이 크게 활성화하는 것을 관찰했다. 사람으로 치면 단어의 차이를 처리하는 뇌 영역의 신호가 번쩍인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개의 뇌도 사람 말을 알아듣는 능력을 갖췄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개는 가장 먼저 인간의 품에 안긴 야생 동물이다. 가축화된 지도 수만 년이 흘렀다. 이제 개는 단순한 가축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하는 반려동물의 지위에 올랐다. 인간과 친한 동물 친구가 아니라 가족의 일원이 된 것이다. 인간이 가축화한 동물은 많다. 소도 있고, 닭도 있다. 그 밖에도 많은 가축이 있지만, 개가 유달리 인간과 친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렇게 된 데에는 말귀를 잘 알아듣는 개의 능력이 한몫했을 것이다.

 

   

 

개와 인간의 청각 영역 스캔(뇌의 구조는 다르지만, 청각 기능은 유사하게 작용한다)

 

2014년 3월에 발표된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의 논문(주 1)에서 그 궁금증을 일부를 밝히고 있다. 연구팀은 훈련된 개 11마리의 fMRI 촬영을 진행했다. 뇌 스캔이 진행되는 동안 연구진은 개들에게 사람이 웃거나 우는 200여 가지의 감정 소리를 들려주었다. 그랬더니 감정 소리를 인식하는 개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이 사람의 방식이 매우 흡사했다. 이를 통해 인간과 개의 머릿속 음성 영역 구조가 비슷하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말벗이 되어주는 강아지

개가 사람의 목소리를 알아채는 까닭은 개의 청각 구조가 인간의 그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개는 주인의 목소리를 알아채고, 자기를 친절하게 대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구분한다. 개는 주인이 크게 웃으면 같이 웃고, 주인이 슬픈 목소리를 내면 시무룩해진다. 개는 인간의 언어로 소통할 수는 없지만,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를 통해 인간과 소통하는 능력을 갖췄다.

 

개를 가축화하면서 개와 인간은 같은 사회적 환경을 공유했다. 그 결과 개와 인간의 발성이 서로 닮게 된 것이다. 개는 사람의 감정이 섞인 음향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었다. 종종 사람이 말을 하면 마치 개가 알아듣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오랫동안 사람과 함께한 개가 인간을 조금씩 닮게 됐다.

 

사회는 각박하고 직장 내 경쟁은 치열하다. 날이 갈수록 마음 둘 데가 없어진다. 한 몸 건사하기도 벅찬 세월이라 1인 가족이 늘고 있다. 사람은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야 할 존재다. 그런 사람들도 집에서는 고독할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람은 누군가 말벗이 필요하다. 말귀를 잘 알아듣고 조건 없이 주인을 따르는 강아지라면 반려동물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주 1:  Voice-Sensitive Regions in the Dog and Human Brain Are Revealed by Comparative fMRI.(http://dx.doi.org/10.1016/j.cub.2014.01.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