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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문학 산책

시속 2000rpm, 강아지 키키의 꼬리펠러 속도

by 전갈 2023. 6. 16.
몰티즈 꼬리펠러, 사진 : 픽사베이

 

강아지 키키의 꼬리 펠러

"키키는 진심으로 나를 사랑한다고요"

"뭐 강아지가 다 그렇지"

"퇴근하고 오면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고 아주 난리가 납니다"

"뭐 그 맛에 나이 들어 강아지 키우는 사람이 많구나"

 

까칠한 강아지 키키는 아빠가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오면 정신없이 꼬리를 흔든다. 그 모습이 마치 헬레콥터의 프로펠러가 회전하는 것과 닮았다 해서 꼬리 펠러라 부른다. 강아지 키키의 꼬리 펠러 회전속도는 엄마, 누나 그리고 아빠라고 한다. 그래도 키키 아빠인 후배는 키키의 꼬리 펠러 속도가 시속 2000rpm을 넘는다고 흐뭇해한다.   

 

키키 아빠인 후배는 키키 칭찬에 입에 침이 마를 시간이 없다. 키키가 정말로 자기를 사랑하는 거라고 철석같이 믿는다. 강아지가 사람 말을 알아듣는 것보다 사랑의 감정을 갖는 것을 증명하는 건 무척 어렵다. 이것을 확인하기 위해 과감하게 도전한 사람이 있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키키가 후배를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아니면 학습을 통해 반갑다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있다.

 

2013년 미국 에모리대학의 뇌 과학자이자 신경경제학자인 그레고리 번즈(Gregory Berns)는 『반려견은 인간을 정말 사랑할까?』(김신아 옮김, 진성북스, 2013)에서 개도 사람과 감정을 공유하는 거울 세포(Mirror Neuron)가 있다고 말한다. 거울 세포는 타인의 행동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사회적 상호작용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번즈는 사람의 동작에 대한 개의 반응을 측정하기 위해 fMRI를 사용했다. 번즈의 연구팀은 개에게 핫도그를 주기 전에 먼저 수신호를 훈련했다. 손가락 하나를 들고 몇 초 후에 개에게 핫도그를 주었다. 그랬더니 개의 대뇌피질의 중앙에 있는 영역이 활성화되었다. 이것을 번즈는 거울 세포가 작동한 것으로 해석했다.

 

사랑하면 서로 닮는다

개와 주인의 교감은 아기와 엄마가 주고받는 교감과 비슷하다. 개의 사진을 바라볼 때와 아이의 사진을 볼 때 주인의 뇌는 똑같이 반응한다. 위험한 일이 벌어지면 대부분 동물은 도망가지만, 개는 주인 곁으로 달려간다. 어린아이가 두려울 때 엄마 품을 파고드는 행동과 닮았다. 신기하게도 개는 사람과 눈을 마주 보며 서로에게 공감한다. 영장류 가운데서 이런 능력을 갖춘 동물은 개가 유일하다. 

 

개의 뇌 영상을 보고 번즈는 개의 뇌에 전두엽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전두엽이 있다고 해도 인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면적이 작다. 전두엽은 인간과 다른 동물을 구별하는 특별한 영역이다. 미래와 과거를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능력과 다른 사람의 생각을 추론하는 능력이 전두엽과 관련이 있다. 이 부분이 뇌에서 없다는 사실은 개가 인간에게 일방적으로 복종하는 심리를 잘 설명한다. 

 

개의 뇌에 전두엽이 발달했다면 어떻게 될까? 개도 사람처럼 상상하고 이해하고 사유할 수 있다. 생각하고 추론하는 능력은 자기의 유리한 것과 불리한 것을 따지게 한다. 그렇게 되면, 개는 지금보다 훨씬 더 영악할 것이다. 심지어 사람의 뒤통수를 치는 행동도 서슴지 않을 것이다. 배신의 감정을 익힌 개는 사람한테 일방적으로 무한의 애정을 쏟지 않게 된다. 

 

사실 반려견을 사랑하는 사람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하고 반문한다. 개를 키우는 사람은 개가 자기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확신한다. 번즈는 자기 연구가 개의 사회적 인재 능력을 최초로 관찰했다고 것에 의의를 둔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강아지 키키는 후배와 감정을 공유하며 진심으로 그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반려견은 주인에게 위안을 준다. 물론 우리는 가족에게서도 위로받고 격려도 받는다. 상황을 설명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핀잔을 듣기도 한다. 그렇지만 강아지는 아무 조건도 없고, 아무런 말대꾸도 없다. 그저 일방적으로 주기만 한다. 물론 보호자가 그 대가로 먹이와 보금자리를 제공한다고 해도, 반려견이 인간에 보내는 무한의 애정이 더 크다. 사람도 때로는 아무 말 없이 위로받고 공감받고 싶어 한다. 이때 반려견은 훌륭한 위안의 대상이 된다. 

 

‘사랑하면 서로 닮는다’는 말이 있다. 개와 인간이 함께한 세월은 몇 만 년이 흘렀다. 개는 안정적인 먹이 제공자이자 보호자인 인간의 감정을 헤아리려고 무단히 노력했을 것이다. 그 결과 사람의 마음을 읽는 거울 세포가 발달했다. 그렇다면 자기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반려견을 버리는 일은 가당치 않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귀찮다고 버리는 행동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런 사람은 비난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