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밤 내린 비에
쉬 잠들지 못한 바다는 밤새 몸을 뒤쳤였다.
겨우 비 그치고
하늘에는 낮은 구름 짙게 드리웠다.
해는 얼굴 내밀 생각이 없고
덕분에 바다는 모처럼 게으름을 피운다.
갈매기 한 마리가 낮은 포물선을 그리고
부지런한 어부는 만선의 꿈을 안고 먼바다로 떠난다.
첫새벽 잠에서 깬 나는
잔뜩 찌푸린 잿빛 하늘 아래 물색 흐린 바다를 본다.
낯선 해안을 거닐며 까뮈의 알제 해변을 생각한다.
오늘도 나는 이방인이 되어 바닷가 도시에 머문다.
에뜨랑제!!
먼 이국의 단어를 읊조리며
고독마저 감미로운 시간을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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