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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경제학

돈의 중력장 탈출하기

by 전갈 2022. 3. 23.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 해도 돈으로 불행을 막을 수 있다. 돈으로 불행을 막지 못하고 불행을 불러들이는 사람도 있긴 하다. 그건 보통 예외적으로 봐야 한다. 권선징악을 주제로 한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현실 세계에서는 돈이 많은 사람은 행복하기 쉽지 불행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돈이 없는 사람이 행복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이들이 불행하는 일은 너무 쉽다. 한 발만 디뎌도 바로 불행의 블랙홀로 직행한다.

블랙홀

불행을 블랙홀에 집어 던지고 웜홀로 행복이 튀어나오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우나 고우나 돈의 중력장을 통과해야 한다. 돈이 노는 곳에 가야 블랙홀이든 웜홀이든 만날 수 있다. 우주선이 광활한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는 이유도 블랙홀을 찾아가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블랙홀 안으로 들어가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잘 모른다. 사건의 지평선도, 특이점도 어떤 현상인지 설명하기 어렵다. 그건 아는 사람만이 안다. 마찬가지로 돈의 중력장으로 발생하는 블랙홀을 우리는 짐작하기 힘들다. 그렇겠거니 하고 짐작하지만 그건 물리학을 제대로 모르는 일반인이 블랙홀을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돈이 반드시 행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돈은 편안함을 살 수 있게 해주고,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도록 해준다. 편안함이 차곡차곡 쌓이면 행복해진다. 따라서 돈으로 행복을 살 없다는 말은 대체로 틀린 말이다. 돈으로 충분히 행복을 살 수 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행복을 느끼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말이다. 그건 예외적인 일이다. 세상의 모든 법칙에는 예외 없는 법칙이 없으니까 말이다. 말하자면, 행복도 돈의 중력장 안에 있다. 돈이 많다면 불행할 확률보다 행복할 확률이 현저히 높다.

 

돈이 없으면 행복한가?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돈이 없으면 불편함이 한두 개가 아니다. 불편함이 쌓이고 넘치면 그건 불행한 삶이다. 그렇다고 돈이 없으면 반드시 불행한가? 그것도 아니다. 세상에 넘치는 모든 불편함을 능히 감수하면서도 즐겁게 사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역시 예외적이지만 그렇다. 여기서 돈이 없다는 말은 일상생활을 제대로 유지할 수 없거나 유지한다 해도 지나치게 많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상황을 말한다. 돈이 없다면 행복할 확률보다 불행할 확률이 현저히 높다.

 

행복도 불행도 모두 돈의 중력장 안에 있다. 많은 돈은 불행을 빨아들이는 대신 행복을 토해낸다. 말하자면 돈은 불행의 블랙홀이자 행복의 웜홀이 되는 셈이다. 돈이 없으면 주위에 넘쳐나는 불행을 빨아들일 방법이 없다. 함께 살아가고 감내해야 한다. 차고 넘치는 불편함이 사라지지 않고 일상화되면 그건 불행하다. 불행을 빨아들여 산산조각 내고 대신 행복을 토해낼 그런 존재가 없다. 따라서 돈이 많다는 것은 행복의 충분조건이 아니라 해도 필요조건을 충족한다. 동시에 돈이 없다는 것이 불행의 충분조건은 아니라 해도 필요조건은 된다. 예외 없는 법칙이 없다는 것은 이 경우에도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