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9일(일)
동충하초, 욕망의 뿌리
동충하초(冬蟲夏草)의 포자(胞子)는 바람을 타고 날아가서 살아 있는 곤충의 몸에 달라붙는다. 그리고는 곤충의 딱딱한 키틴질의 껍질을 녹이고 곤충 몸 안으로 뚫고 들어간다. 곤충의 몸 안에 뿌리내린 씨앗은 내장과 살을 모두 먹어치운다. 그런 다음 겨울 동안 벌레의 몸 안에 잠복해 있다가 봄이 되면 마치 식물처럼 싹을 키운다. 곤충의 머리 부분에서 싹이 돋아 나뭇잎 모양의 부분이 푸른 색깔이 된다.
말하자면, 동충하초는 살아 있는 곤충의 몸에 기생해서 살을 파먹고 사는 육식성 버섯이다. 겨울(冬)에는 곤충(蟲)이고 여름(夏)엔 약초(草)라는 뜻이다. 죽은 곤충의 애벌레를 숙주로 삼아 자라는 식물이다.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버섯이 곤충 애벌레를 파먹고 자란 동충하초를 영험한 약초라 여겼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면서 동충하초를 수요하는 사람들이 대폭 증가하여 동충하초는 금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는다.
1992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마군단(魔軍團)으로 불렀던 중국 육상선수들은 모든 육상경기에서 우승을 싹쓸이하고 날마다 세계신기록을 작성하여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육상 경기에서 몸집이 크고 체력이 월등한 서양 선수들을 제치고 몸집이 작고 체력도 약한 동양인들이 세계신기록을 세운 것에 놀란 것이다. 사람들은 중국 육상 선수의 체력을 특별히 강하게 하는 비약(秘藥)을 먹었을 거라 말했다. 나중에 중국 육상 선수들의 감독은 중국의 육상 선수들이 동충하초 음료를 복용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것이 알려진 후, 많은 사람이 동충하초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동충하초를 캐는 고단한 삶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난한 네팔 사람들에게는 동충하초가 목돈을 만지려 드문 기회가 되었다. 동충하초를 캐려는 그들의 행렬은 열흘이라는 긴 시간 동안 험준한 히말라야를 오르는 고행으로 이어진다. 해발 2140m의 두나이(Dunai)에서 해발 3220m 추가르Chhyugar) 3755m 감가르(Ghyamghar)를 거쳐 4050m의 도타랍Do Tarap)을 오르는 엄청난 고통이 따르는 길이다. 그리고 마지막 목적지인 해발 4500m 탕보체(Thyanboche)에서 야차굼바를 캔다. 약 한 달간 온 산을 기다시피 하면서 야차굼바를 캐는 모습에서 삶의 고단함과 애잔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한 발 삐끗하면 천 리 길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는 위험천만한 여행길이다. 아니 여행이나 아니라 고행길이다. 한 달 동안 황량한 히말라야의 험준한 산에서 땅에 납작 엎드려 동충하초를 찾는다. 한 청년은 동충하초를 팔아 대학 등록금을 내고 남는 돈을 가족에 나눠주겠노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그리 슬픈 표정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는 얼굴이다.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잠자지도 못하는 높은 산 속의 생활이라 무척이나 불편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한 달을 그곳에서 지낸다. 오직 가족을 먹이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밑천으로 삼고자 하는 것이 그들이 가진 꿈이다. 과하지 않은 그 소망을 위해 그들은 꼬박 열흘간 쉬지 않는 험준한 산길을 걸었던 것이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을 귀가 따갑게 들었다. 내 삶을 타인과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한 행동이다. 그러나 나보다 더 못한 삶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내 마음을 추스르는 데 도움이 된다. 더 힘들고 고통스러운 형편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교훈을 얻는다. 주어진 환경을 원망하지 말고 그 속에서 내가 해야 할 것은 최선이다. 한숨 쉬는 시간에 기억해야 할 것은 끝없는 산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그들의 얼굴이다. 그건 인내하고 참고 견디라는 동초하초가 일러주는 욕망과 고난의 경제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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