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26일 결국, 러시아가,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푸틴이 총알이 잔뜩 장전된 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국가의 반발을 아랑곳하지 않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유럽에서 전생이 발생했다. 2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경험은 유럽인에 세계적인 전쟁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사람들은 전쟁이 커져 3차 세계대전으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뜬다.
전쟁의 충격은 어김없이 금융시장을 강타한다. 투자자들은 공포에 질린다. 세계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생각보다 하락하는 폭이 크지 않다는 사실이 다소 위안을 준다. 미국 증시가 생각보다 충격이 크지 않은 까닭으로 전쟁이 일어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든다. 한마디로 미리 알아서 정리할 사람은 정리했다는 뜻이다. 또 한 가지 이유로 드는 것은 전쟁이 미국 내의 전쟁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이 전쟁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대한다는 것이다.
전쟁이 시작되자 거꾸로 주식을 사라는 조언도 나온다. 전쟁이 나면 여전없이 미국 증시는 폭락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주식시장은 폭락을 회복하고 꾸준히 상승했다. 베트남전쟁이 시작되자 미국 뉴욕증시는 폭락 후 반등했다. 이후 미국 증시는 꾸준히 상승하여 전쟁의 영향에서 탈출했다. 그 이후의 걸프전, 이라크전쟁 등 몇 번의 전쟁에서도 미국 증시는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이제 전쟁은 더 이상 미국 증시에게는 극단적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적어도 미국 본토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한 그럴 것이다.
지극 미국 증시 투자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전쟁보다 높은 물가상승률과 이로 인한 금리 인상이다. 그리고 그동안 엄청나게 살포한 달러를 회수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정책이 더 큰 변수다. 이들은 세계 증시를 대폭락시킬 수 있는 핵폭탄의 뇌관이다. 여기에다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더해졌으니 금융시장이 불안해 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오르내리고, 세계 경제와 증시에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먹구름이 짙게 드리웠다.
2022.3.16일자 조선일보에는 <"계좌가 녹고 있다" 개미의 비명--- 98세 투자 전설의 조언은>이라는 재밌는 기사가 실렸다. 급변하는 주식 시장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는 찰리 멍거의 이야기다.
기사에 따르면, 주식 투자에서 누구나 필연적으로 반토막 주식의 아픔을 겪는다. 전쟁과 인플레 등이 일으키는 혼란스러운 장세에 월가 투자의 전설들도 반토막 수익을 경험한다. 대표적인 인물로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을 들 수 있다. 멍거는 세계적인 투자자인 워런 버핏의 오른팔로 불린다. 미국 경제 잡지인 포브스에 따르면, 멍거의 재산은 25억 달러(약 3조원)에 달한다. 98세의 가치 투자자인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자본시장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다.
그는 작년 초부터 중국 주식이 싸고 전망도 밝다면서 분할 매수를 시작했다. 멍거는 당시 “중국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 큰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멍거가 회장으로 있는 데일리 저널은 2021년 말 기준으로 중국의 거대 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주식을 60만2060주 보유하고 있다. 작년 초부터 매 분기 꾸준히 샀다. 그런데 2020년 말만 해도 주당 320달러까지 치솟았던 알리바바 주가는 2022년 3월 15일(현지 시간) 기준 76.8달러까지 떨어졌다. 알리바바의 주가가 대폭락했다. 이런 상황을 보고 멍거 부회장은 4분의1 토막이 난 알리바바 주가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BBC와 가진 인터뷰에서 멍거 부회장은 반토막 주식을 말했다. 그는 “버크셔헤서웨이 주식이 고점 대비 50% 떨어진 경험을 이미 3번이나 했지만 단 한 번도 걱정한 적이 없다.”면서 “장기 투자자가 반토막 주식을 경험하는 것은 시장에서 겪는 정상적인 우여곡절(normal vicissitudes)이며, 투자 경험을 쌓아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100년에 두세 번은 찾아오는 반토막 급락장을 평정심(equanimity)을 갖고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당신은 주식 투자자가 되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라며 “시장 변동성에 철학적으로 대응하는 기질이 있는 사람에 비해 성과도 신통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나오는 찰리 멍거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이렇다. 한마디로 진득하니 오래 참고 견디라는 말이다. 주가가 오른다고 홀라당 팔고 하락한다고 잘못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는 뜻이다. 가치 있는 주식은 단기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해도 오랜 시간 지나고 나면 상승한다. 문제는 그것을 견딜 수 있는 인내가 있느냐에 달렸다. 투매의 공포에 휘둘리지 않고 계좌잔고에 붉은 글씨가 증가하는 것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무슨 일을 하든 인내하고 견디고 길게 봐야 한다. 큰 고기를 잡으려면 큰 그물을 드리워야 한다. 그렇지만 낡고 성긴 그물이 아니라 촘촘하고 튼튼한 그물이어야 한다.
돈이 돈을 번다는 이야기가 맞다. 여유 자금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주식을 사야 한다.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 귀신도 주식시장의 바닥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바닥에 가까운 지금 사도 좋을 듯하다. 그다음은 기다림의 시간이다. 1년이 걸릴지, 5년이 걸릴지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5년 안에 큰 장이 설 거라는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더 걸릴 수도 있지만 대략 그 기간을 견디면 손해 볼 일은 없다.
경기는 사이클을 그리며 순환하기 때문이다. 호황과 불황의 반복은 자본주의 체제의 작동 원리다. 물건이 잘 팔리고 돈을 많이 벌면 생산을 확대한다. 너도나도 물건을 많이 생산하다 보면 물건이 안 팔리고 재고가 쌓인다. 불황이 시작되면 소비는 더 위축된다. 경제 상황은 악화의 길을 걷는다. 기업이 부도가 나고 주가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어느 정도 기업이 정리되면 공급량이 줄고 재고가 소진된다. 그러면서 다시 경기는 회복되고 주가는 오른다. 주식시장은 실물 시장보다 먼저 움직이기에 변동의 사이클로 빠르다. 대략 5년이면 반등 시장이 형성된다.
자본주의 경제는 시장경제라는 엔진을 장착했다. 시장경제의 엔진은 돈을 벌려는 사람의 욕망을 연료로 해서 움직인다. 인간의 욕망은 경쟁을 통해 시장경제의 엔진에 엄청한 폭발력을 제공한다. 욕망이 강할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고 엔진의 회적속도가 높아진다. 시장경제라는 엔진은 매일 기록을 갱신하여 세계 신기록을 수립한다. 말하자면 연일 새로운 기술이 발명되어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경제 규모가 커지고 파이는 성장한다. 주식 시장에도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된다. 길게 보면 경제와 주식시장은 성장한다. 그러나 성장은 직선으로 쭉 이어지지 않고 늘 변동의 싸이클을 그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당황하고 갈피를 못 잡는 것이다.
인간의 욕망은 늘 새로운 기술을 발명하고 그것이 경제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다. 단기적으로 시장은 후퇴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늘 앞으로 나아간다. 주식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한두 달 투자하지 않고 적어도 몇 년을 버티면 돈을 번다는 뜻일 것이다. 문제는 그 기간을 묵혀둘 자금이 있느냐에 달렸다. 가용할 자금이 있다면 묻어두는 게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자들에게는 돈 벌 길이 천지다. 지금처럼 사람이 공포에 휩싸일 때 사면 돈이 된다. 반토막 주식이 어디 한둘인가? 그 가운데서 가치가 좋고 성장성 높은 것들만 골라도 한 트럭이 넘는다.
오호통재라~~ 눈에 뻔히 보이는 수를 놓고도 어찌할 수 없는 심사가 얼마나 애통한가. 길게 보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길게 보는 능력은 여유 자금에 달렸다. 그것이 없는 사람들은 일찌감치 손 털고 자기 일에 몰입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이러니 일반인들이 부자 되는 길은 언제나 요원하다. 그 유명한 존버 정신으로 견딜 수 있는 인내심과 그리고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이 있는가? 동시에 좋은 기업을 고르는 눈은 필수 조건이다. 그것이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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