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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경제학

쪼개기 경제학-우리는 합리적 경제인인가? 1(상업자본과 자본 축적의 시간)

by 전갈 2022. 6. 10.

2022년 6월 10일(화)

상업자본, 산업혁명을 준비한 자본 축적의 시간

중세 말, 대항해 시대가 열리면서 상인들은 세계 각국으로 다니며 진기한 물건을 사고팔았다. 상인들은 중국의 비단, 동남아시아의 향신료, 중남미 식민지의 진기한 물건을 떼다 유럽에 팔아 큰돈을 벌었다.

돈을 모은 상인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들은 옷이나 신발 등 공산품을 대량으로 생산해 후진국에 팔면 떼돈을 버는 장사라는 것을 눈치챘다. 눈 밝은 상인들은 그동안 모은 돈으로 기계를 사고 공장을 지어 직접 물건을 만들었다.

우리가 공장을 짓고 물건을 만드는 사업을 시작한다고 하자. 제일 먼저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스스로 장사를 해 번 돈이나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재원으로 한다.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리거나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만일 부모님이나 다른 사람의 돈을 이용할 수 없다면 자신이 모은 돈으로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대개 오랜 기간 자본을 모으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은 금융기관과 주식시장이 발달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당시도 금융업이 존재했지만,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았기에 다른 사람의 자본을 이용하는 일이 쉽지 않다. 르네상스가 끝나고 산업자본이 시작되는 초기에는 자금을 주로 자신이 축적한 자본에서 동원했다.

개인의 경우도 그렇지만, 한 국가가 상업자본에서 산업자본으로 탈바꿈하는 데는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 당시에는 국가 간의 자본 이동이나 차관 등이 발달하지 않았기에 그 국가 내의 축적된 자본이 무엇보다 중요한 재원이었다. 그래서 15세기에서 18세기의 약 300년간의 300년을 중상주의 혹은 산업자원 마련을 위한 자본의 축적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산업혁명이 불러온 공동체와 가족의 해체

자본과 기술은 오랜 축적의 시간을 거치고 드디어 비약적 도약을 위한 준비를 모두 마쳤다. 드디어 18세기 말 농업과 상업에서 공장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자본의 시대를 활짝 연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전통 산업의 근간이 농촌은 경제적 지위를 빠르게 상실했다. 수많은 소작농이 농촌을 떠나 도시의 공장으로 몰려들었다. 영국의 런던과 파리 등 대도시에는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18세기 말 영국에서 시작한 산업혁명의 모습이다.

18세기 말에 시작된 영국의 산업혁명은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발명에서 그 기원을 찾는다. 증기기관은 기계를 돌릴 수 있는 동력원을 사람이나 가축에서 수증기(steam)로 바꾼 혁명적 장치다. 증기기관 덕분에 밤새도록 공장을 가동함으로써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증대했다. 영국의 모든 섬유공장에서는 증기기관을 장착한 방직기를 사용함으로써 세계 직물 시장을 석권했다.

증기기를 이용한 기계화는 철도, 배, 자동차 등 운송 수단의 혁명을 가져왔다. 멀리 나들이하기 힘든 시절에는 마을과 공동체에서 주로 생활했다. 자연히 공동체 사이의 유대관계가 끈끈하고 긴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산업혁명으로 농촌 사회는 대도시 공장이 필요로 하는 제품의 원료 기지로 전락하면서 급속히 해체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대도시로 몰려왔고 자연히 농촌 사회의 인구도 급속도로 감소했다.

산업혁명으로 인한 공장의 발전은 심지어 가족 내의 유대를 약화했다. 농촌 사회의 전통적 대가족이 도시의 소가족으로 분해되었다. 공동체와 가족이 하던 일을 시장이 대신하게 되었다. 이처럼 산업혁명은 공동체와 가족의 가치를 약화하고 대신에 공장, 시장, 국가의 기능이 대폭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