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은 외부로부터 가장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감각기관이다. 인간의 감각기관을 통하여 정보를 받아들이는 비중은 미각이 1%, 촉각이 2%, 후각이 4%, 청각이 10%를 차지하고 나머지 83%를 시각이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세상과 접하고 교감할 수 있는 것도 시각 신경 덕분이다. 우리가 사물을 보고 색감을 구분하는 것은 우리 뇌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눈이 색을 보는 것이 아니라 뇌가 색을 읽는다고 하는 편이 옳다.
빛의 삼원색을 기반으로 한 RGB(Red, Green, Blue)의 색상 모형은 각각 0~255까지 256단계의 색상 값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RGB 모형을 읽는 컴퓨터 화면은 각각 256단계를 곱한 16,777,216(256×256×256) 가지 색을 표현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사람은 혼합되지 않는 단색광(단일 파장의 빛)은 200~250색, 즉 색상을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색상·명도·채도의 세 가지 속성이 혼합되어 서로 다른 색을 낸다. 색상에서 색의 밝기인 ‘명도’나 색의 혼합 정도인 ‘채도’의 차이에 따라 색은 달리 보인다. 이런 조건을 고려하면 우리가 식별할 수 있는 색의 수는 수백만 가지가 된다.
우리가 눈으로 색을 본다는 것은 망막이 작동한다는 뜻이다. 망막에는 막대세포(간상세포)와 원뿔세포(원추세포)라는 빛을 받는 두 종류의 세포가 있다. 막대세포는 밝고 어둠의 명암을 감지고, 원뿔세포는 빨강, 초록, 파랑의 세 가지 파장의 색을 감지한다. 원뿔세포 안에는 빛을 받아들이는 세 종류의 ‘감광 색소’가 있고, 이들이 흡수하는 빛의 파장과 색이 다르다. 물체가 반사하는 빛의 파장에 따라 3종의 원뿔세포가 다른 크기의 반응을 보인다. 그 반응의 차이가 색의 차이를 보이고, 어두우면 반응을 하지 못하기에 색을 구분할 수 없다. 원뿔세포의 감광 색소가 받아들인 빛의 색은 전기 신호로 변환되어 조합되고 시신경에서 색을 읽는 뇌의 앞부분으로 전달된다. 뇌의 앞부분이 전두엽은 시신경을 통해 입수한 감광 색소가 보내온 신호를 읽고 색을 안다.
사람을 포함한 영장류 일부 이외의 포유류는 원뿔세포의 감광 색소가 인간보다 하나 적은 두 종류밖에 없다. 개나 고양이를 포함한 포유류의 조상은 진화 과정에서 야행성을 오래 경험했기에 세 종류의 감광 색소가 필요 없었다. 그러나 인류의 조상은 나무에서 내려와 낮에 주로 활동하고 색깔이 선명한 나무 열매 등을 먹게 되었다. 그 결과 인간의 시신경에는 감광 색소가 하나 더 증가하여 화려한 색채의 세계를 보게 되었다.
빛이 대기 중의 공기나 먼지와 만나서 산란하면서 화려한 색채를 온 세상에 뿌린다. 만일 사람에게 색을 구별할 수 있는 세포가 없으면 색깔을 구분할 수 없다. 다행히도 사람에게는 색을 구분할 수 있는 원뿔 모양 세포(원뿔세포)와 밝고 어둠과 밝음을 구분하는 막대 모양 세포(간상 세포)가 있다. 망막에 있는 막대 세포는 빛 에너지를 신경세포가 인식하는 전기 신호로 바꾼다.
사람의 시신경에는 약 1억 2,000~15,000만 개의 막대 세포가 있다. 우리가 어둠 속에서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이들 막대 세포 덕분이다. 우리 눈은 밝음과 어둠을 구별하면서 동시에 사물의 색채를 인식한다. 색채를 구분하고 인식하는 세포가 원뿔세포다. 사람의 시신경에는 약 약 700~800만 개의 원뿔세포가 있고, 한 종류만 있는 막대 세포와 달리 청, 홍, 녹의 3종류의 원뿔세포가 있다.
빨강, 녹색 그리고 파랑의 세 가지 빛을 적당한 비율로 섞으면 온갖 색깔이 만들어진다. 사실 색깔이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뇌 시신경세포가 색깔을 그렇게 섞어 인식한다. 인간의 뇌에는 색깔을 감지하는 세 가지 종류의 원뿔세포가 있고, 이들 세 가지 세포가 적절하게 조합해 그에 맞는 색깔을 인식한다. 색깔을 인식하는 이 세 가지의 세포들
이 적당한 배율로 작동하면 인식하지 못하는 색깔이 없다.
세 원뿔세포가 파장에 따라 빛에 반응하는 정도가 다른데, 이 차이를 대뇌가 인식하여 다양한 색을 구분한다. 노란 개나리꽃을 보면 적원뿔세포와 녹원뿔세포가 비슷하게 반응을 하여 노란색으로 인식한다. 세 가지 원뿔세포가 인식하는 세 가지 색의 조합에 따라 우리는 다양한 색을 구분할 수 있다. 말하자면 빛의 삼원색을 혼합하면 여러 가지 색깔의 빛이 만들어지는데, 우리 뇌의 원뿔세포가 그 색들을 구분하고 인식한다.
세 종류의 원뿔세포는 각각 주로 반응하는 고유한 파장 영역을 가진다. 특정 파장에 대해서 2개 이상의 원뿔세포가 함께 반응한다. 예를 들어 500nm의 파장에 대해서는 R, G, B 원뿔세포들이 하얀 세 점에 동시에 걸쳐 모두 반응하여 옅은 하늘색을 감지한다. 그러나 550nm의 파장에는 R과 G 원뿔세포만 반응하여 노란색에 가까운 녹색을 감지한다. 이렇게 세 종류의 원뿔세포가 특정 파장의 색에 반응하여 다양한 색을 구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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