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메라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전에 세상에 등장했다. 1800년대 되면 여러 사람이 사진기를 만들고 최초로 사진을 인화하는 사람도 나타났다. 그래서 실용적인 사진기는 대략 1800년대 초중반부터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사람과 자연을 묘사하는 것은 화가의 영역이라 여겨졌는데 사진기가 사물이나 인물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기 시작했다. 사진기는 예술과 정신의 산물인 묘사를 자신이 더 잘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사진기의 발명과 보급은 화가뿐만 아니라 문학가까지 당황하게 했다. 인물과 자연을 충실히 재현하던 화가들과 아름다운 문장으로 풍경을 묘사하던 문학가들에게 사진기의 발명은 그야말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인물화에 능한 화가들은 초상화를 그려 수입을 올려 그림 활동을 계속했다. 그러나 사진기가 발명되자 화가가 그린 것보다 더 정확한 초상화를 보고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 후 부자들은 화가에게 초상화를 부탁하지 않고 사진사에게 의뢰했다. 비단 인물화뿐만 아니라 자연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사실주의 화가들도 큰 타격을 입었다. 그래서 많은 화가는 그들의 설 자리가 없어졌다고 비탄에 빠졌다.
사진기는 화가에게 꼭 불리하게만 작용한 것은 아니다. 초상화를 그릴 때 모델에게 장시간 서거나 앉게 만드는 대신 사진기로 찍은 사진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모델이 장시간 서 있는 불편함을 없애고 또 모델의 자세가 변하거나 흐트러지는 현상도 없어졌다. 이처럼 화가들이 사진을 자신의 그림 작업에 적극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사진기와 공존하는 길을 찾기도 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사진기의 발명은 미술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사진기가 발명된 1800년 말은 산업혁명의 성공으로 많은 돈을 번 신흥 부자들이 탄생하는 시기였다. 신흥 부자들은 주체할 수 없는 많은 돈으로 새집을 장식품을 사는 것에 아낌없이 돈을 썼다. 그 가운데서 초상화를 빼놓을 수 없다. 사진가 발명되자 부자들은 초상화를 그리지 않고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이다. 초상화 수요라는 화가의 경제적 기반이 상실되자 그들은 가난에 내몰리며 그림 작업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예술에 전념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화가들은 이제 큰 위기에 직면하였다. 외부의 도전에 대응하고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인간의 위대한 능력이다. 화가들은 사진기의 묘사 능력을 극복하기 위해 정면 대결을 벌이지 않고 새로운 화풍을 개척했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지 않고 화가의 시각에서 재해석한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보고 느끼는 감동을 보는 이에게 돌려준 것이다. 작가의 생각과 이상을 담은 그림을 어떻게 해석하는 것은 전적으로 관찰자의 것이 되었다.
이제 화가는 구체적으로 사물을 보여주지 않고 모호하고 비유와 상징으로 드러냈다. 이제 세상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림 뒤에 숨긴 상징을 찾도록 했다. 그 상징은 정답처럼 하나로 확정된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다르게 보인다. 그것을 우리는 각자의 감동 혹은 느낌이라 말한다. 이런 것을 그림을 보고 느낀 사람의 인상(impression)이라 하고, 그러한 화풍을 인상주의라 부른다.
클로드 모네를 중심으로 한 인상주의 화가들은 그림을 직선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으유와 비유로 묘사했다. 그들은 명도와 채도가 높은 색을 사용함으로써 실제 자연 속에 있는 색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이 상상한 색을 그림으로 표현하여 사람들이 자연을 상상하도록 만들었다. 말하자면 인상주의는 있는 그대로 사물을 묘사하는 회화 기법을 거부하고 다양한 색채의 변화를 통해 자연을 묘사했다.
이러한 흐름은 1860년대 파리의 미술가들이 주도하기 시작했다. 비평가들은 클로드 모네의 유화 《인상, 해돋이》(Impression, Sunrise)를 보고 이들의 화풍을 인상주의(impressionism, 印象主義)라고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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