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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문학 산책

강아지 키키, 귀엽고 예쁘기는 한데 머리는 그닥...

by 전갈 2023. 6. 23.

강아지 키키와의 재회

"오, 키키 오랜만이야~~"

 

키키 듣기에 좋으라고 경쾌한 하이 톤으로 인사를 건넸다. 강아지들의 동료를 부를 때 하이톤의 하울링 한다. 대신 상대를 위협하거나 공격할 때는 낮은 톤으로 으르렁댄다. 중저음인 원래 내 목소리 톤으로 말을 걸면 키키가 긴장할 수 있다. 키키를 편안하게 해 주려 목소리를 변조했다.

 

까칠하지만 귀여운 강아지 키키는 몰티즈 종이다. 며칠 전 녀석과 재회했다. 이 녀석 여전히 귀엽고 해맑은 얼굴이다. 날 빤히 쳐다보더니 왈왈 짖는다. 아직 나와 그리 친하지 않다는 신호다. 내가 누군지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하니 우선 적으로 간주하는 셈이다. 사람이 낯선 사람을 보면 경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내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려야 했다. 아직 친하지 않은 상대가 눈을 빤히 쳐다보며 머리를 쓰다듬기라도 하면 완전 쥐약이다. 먼저 키키의 경계심을 풀기 위해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랬더니 짓기를 멈추고 내 발에 코를 대고 킁킁댄다. 열심히 탐색하더니 내가 자기를 해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았나 보다. 잽싸게 돌아서서 나한테는 관심을 두지 않고 이곳저곳을 열심히 살핀다.

 

나는 반가운데 키키는 아직 그렇지 않은가 보다. 살짝 서운하지만 그렇다고 꼬맹이 강아지한테 삐치기는 어른스럽지 못하다. 하긴 첫 만남 이후 꽤 시간이 흘렀으니 키키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한 번 본 사람을 한 달 지나 알아본다는 것은 사실상 무리다. 그러니 키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키키 아빠에게 천재견 호야 이야기를 했다. 개가 그렇게 똑똑하다는 사실에 놀랐다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키키도 당연히 머리가 좋을 거로 생각했다. 그랬더니 키키 아빠인 후배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하하하, 우리 키키가 착하긴 한데 머리는 그닥 좋지 않아요."

"아니 똘똘하게 보이는데 영리하지 않다고?"

 

갑자기 궁금증이 생긴다. 강아지 키키가 페르시아고양이보다 머리가 좋은 건 알지만, 강아지 중에서 IQ 순위가 어떻게 될까? 이것을 해결해 준 사람이 동물심리학자 스탠리 코렌(Stanley Coren) 교수다. 그는 2006년 발표한 그의 저서『The Intelligence of Dogs』에서 강아지 131종의 지능 순위를 발표했다. 같은 등수에 다수의 견종이 있는 경우도 많아 최종 순위는 79까지만 나온다. 

 

머리 좋은 견종 이름을 10위까지만 소개하자. 양치기 개 보더콜리1위, 2위 푸들, 3위 저먼 셰퍼드, 4위 골드 레트리버로 머리 좋은 순위가 정해진다. 그다음은 5위 도베르만핀셔, 6위 셔틀랜드 쉽도그, 7위 래브라토 리터리버, 8위 파피용, 9위 로트와일러, 10위 오스트레일리안 캐틀 독의 순으로 지능이 높다. 

 

스탠다드 푸들 Pixabay

 

머리가 좋은 개들은 대부분 양치기나 사냥용으로 훈련받은 개들이다. 푸들은 우리가 흔히 보는 작은 애완견이 아니라 키가 50cm가 넘는 스탠다드 푸들이다. 스탠다드 푸들도 처음 오리 같은 물새 사냥을 도왔던 사냥개로 키웠다. 이들 양치기 개나 사냥개는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영리한 머리를 갖췄다. 반면에, 애완견은 오직 주인의 사랑을 끌어내는 귀여움만 있으면 되기에 머리는 그닥 좋은 편이 아니다. 

 

키키는 79위 중 59번째

생각에 잠긴 키키

 

그렇다면 귀여운 몰티즈 키키는 몇 등일까? 두근두근~~ 둥둥!! 앞에서 하나씩 짚어간다. '어럽쇼, 나타날 때가 됐는데 안 보이네'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면 한참을 내려간다. 드디어 몰티즈가 눈에 확 들어온다. 브뤼셀 그리퐁(Griffon Bruxellois, 벨기에)와 공동 59등에 있다. 몰티즈 키키는 전체 79위 가운데서 59위를 차지했으니 IQ가 하위 그룹에 속한다.

 

"에게, 79위 중 59번째네"

 

키키가 속한 몰티즈 견종이 내심 상위 그룹을 기대했는데 실망스러운 등수다. 키키 아빠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전혀 실망한 기색이 없다. 키키 아빠는 머리가 썩 좋은 개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랑스럽다고 말한다. 키키 아빠 눈에는 다른 개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긴 10년도 넘게 함께 생활했으니 깊은 정이 들었을 것이다. 4계절을 함께 보낸 횟수가 몇 번째인가. 이미 가족이 된 지 오래다. 내 가족이 뛰어나지 않다고 다른 사람을 좋아할 까닭이 없다. 그것이 부모의 마음이요 가족의 사랑이다.

 

코엔 교수는 강아지의 지능 중 51%는 유전적으로 물려받았다고 한다. 지능의 나머지 49%는 환경에 달렸다고 첨언한다. 따라서 개는 양육 환경과 훈련에 따라 순위가 올라갈 수도 있다. 이것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양육 환경과 교육 방식에 따라서 머리는 후천적으로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다는 사실이 뇌과학이 밝혀냈다. 우리 자녀를 소중히 양육하듯 강아지도 정성으로 돌보면 똑똑한 개로 거듭날 수 있다.

 

개는 사람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자란다. 마치 아이들이 부모의 넘치는 사랑과 보살핌 속에서 자라는 것과 같다. 나의 반려견이 머리가 나쁘다고 구박할 일은 없다. 더구나 개는 수능시험 볼 일도 없고, 명문대학에 진학할 일도 없다. 하긴 자식이라도 그걸 강요하거나 윽박질러서도 안 된다. 그저 함께하고 같이 생활하면서 사랑을 듬뿍 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