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추억의 차이

2022년 3월 31일(목)

기억과 추억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전을 찾아보면, 기억은 예전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한다. 추억은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거나 그런 생각을 뜻한다. 둘 다 지난 것을 돌이켜 생각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

 

우리가 기억하는 모든 것이 추억이 될까? 우리가 추억하는 것은 모두 기억일까? 둘 다 같은 뜻이라면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겠지만,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의미로 말하고 있다. 사람들이 그 둘을 달리 부를 때는 그만한 까닭이 있을 것이다. 곰곰이 생각하니 기억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흐릿해지고 가물거린다. 세월이 한참이나 흐르고 나면 사람의 얼굴이나 이름이 머리에서 흔적 없이 사라지듯 기억은 그렇게 잊히는 게 아닐까?

 

그러나 추억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또렷이 떠오르는 모습이다. 세월에서 한참이나 멀어진 일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나고 아쉽고 돌아가고 싶은 장면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먼 옛날 찍어둔 흑백사진이 빛이 바래고 낡고 희미해지면 기억일 테고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오히려 화려한 색채로 살아나면 추억일 것이다.

 

기억과 추억에는 왜 이런 차이가 날까? 그건 아마 어느 곳에 담아 두느냐에 따라 그런 것이 아닐까? 복잡한 머릿속에 보관하면 기억이 되고 마음에 담아 두면 추억이 될 것이다.

 

우리가 느끼고 경험하는 모든 것들을 그저 머리에만 채워둔다면 그것은 기억이 될 것이다.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두서없이 머리에 담아 둔다. 읽었던 책의 구절, 보았던 풍경, 만났던 사람들, 이 모든 것들이 뒤죽박죽되어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도대체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없다. 기억은 그렇게 새로운 것들에 밀려서 사라진다.

 

추억은 우리 마음 한구석에 담아 두는 것이다. 진정으로 끼고 소중히 여기는 것들만 들어가는 그곳이 마음이다. 함께 한 시간의 흔적들. 사랑하는 이의 얼굴, 아쉽게 돌아서야 했던 애틋한 이야기들은 소담스럽게 우리 마음에 자리한다. 추억은 오래오래 묵힐수록 오히려 선명해지고 또렷해진다. 삶에 지치고 외롭다고 느낄 때 조용히 꺼내서 볼 수 있는 것, 그래서 말없이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것은 우리 마음에 추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에 담아 둔다는 것은 마음으로 보고 느낀다는 뜻일 것이다. 아무런 애정 없이 그저 머리로 보는 것이 아니라 튼튼한 바위에다 글을 새기듯, 따뜻한 가슴으로 느끼고 새기는 것이 추억이다. 누군가를 그리 바라보는 마음이 있다면, 때로는 온밤을 꼬박 새워 누군가를 위한 마음이 안쓰럽고, 하릴없이 애태우는 마음이 있다면 곱디고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모든 일상이 속절없이 세월 따라 흘러가고, 귀밑에 하얀 눈이 소복이 내려앉을 때쯤이면 반추할 아름다운 추억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때까지 내가 그리워하는 모든 이들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다들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