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31(수)
사람은 자칫하면 자신이 늘 옳다는 잘 못된 자기확신에 빠진다. 옆에서 진심으로 조언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깨닫기 힘들 다. 주위 사람들이 다 좋은 말을 한다면 흡족해 하지 않을 사람은 흔치 않다. 그럴수록 추상같이 자신을 돌본다면, 그런 사람을 현인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다.
이런 생각이 든다. 바닥에서 온갖 고생을 하면서 정상에 오른 사람들은 자신을 희망의 증거라 생각한다. 스스로를 성공 모델이라 자부하고 자랑한다. 그 때문에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확신을 갖는 게 아닐까. 실패하지 않았다는 자부심이 자만심을 불러오고, 모든 일을 과거 성공의 기준에서 바라볼 것이다. 고지식하고, 고집불통이 되기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 그런 마음은 더 하면 더 하지, 덜 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이 스스로 변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나이가 들면 더욱 완고해지는 것이 사람이고 보면, 아무리 설득해도 생각을 바꾸기는 어렵다. 과거 성공했던 방식을 회상하고 거기서 한발작도 전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도 백약이 무효이다.
그렇다면 어떡해야 할까? 내가 변해야겠지. 지나친 기대를 내려놓고, 과도한 욕심을 줄이는 것이 좋다. 때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인내해야 한다. 기다려도 그때가 오지 않는다면 그건 운명이다. 내 인연이 짧고 복이 모자라는 걸 누굴 탓하고 원망할까.
다른 누군가는 그때를 만나고, 바라든 기회를 잡을 것이다. 그대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 꿈을 실현할 것이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누군가는 땅을 일구고 씨를 뿌린다. 다른 누군가는 수확을 하고 그 열매를 맛본다. 그리하여 영광마저 그의 것이 될지도 모른다. 씨 뿌리고 가꾼 사람이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인생의 밭에서는 말이다.
아직 할 일이 있는 건 내 복이다. 게다가 책을 읽을 수 있고,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더디긴 하지만 생각이 깊어지고, 깨우침이 있다면, 사는 것이 행복할 것이다. 많이 가져 행복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나 적게 가져도 행보할 수 있다면 더 좋겠다. 가득 채워서 만족하기 보다는, 비워서 만족하는 마음이 된다면 더욱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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