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4일
런던 출장 이튿날, 호텔 창밖을 내려다보니 주택가 골목길에 차들이 줄지어 눈을 머리에 있다. 밤사이 기온이 떨어져 길가에는 얕은 얼음도 얼었다. 일요일 내린 눈 때문에 차에 눈이 잔뜩 쌓인 걸 보니 어제는 사람들이 결근을 많이 했나 보다. 버스는 아예 다니지 않았고 지하철도 마비가 되었다니까 출근할 방도가 없다.
웃기는 것은 화요일인 오늘도 결근한 사람이 꽤 있다는 사실이다. 큰 도로의 눈은 완전히 녹아 통행에는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런던시 내의 많은 초등학교가 쉰다고 한다. 아이들이 학교 오는 길에 혹시라도 미끄러져 다칠까 봐 아예 집에서 보내라는 뜻이란다. 덩달아 엄마들도 아이들 돌본다는 핑계로 룰루랄라~~ 휴가를 즐기고 있다. 그래도 며칠 전에 내린 눈 때문에 학교가 이틀이나 쉰다는 게 이해가 갈까?
종일 영어 듣느라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영국이든 미국이든 웬만한 공공기관에는 여성들이 중요한 직위를 맡고 있다. 그녀들은 무척이나 친절하다. 묻지도 않은 이야기까지 답까지 쉬지 않고 설명을 하니 시간이야 잘 가다. 중간에 멈췄으면 좋으련만 나중에는 좀이 쑤실 지경이었다. 간만에 몇 시간씩 쉬지 않고 영어 공부를 했으니 고맙다고 해야 할까.

영국문화원과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are)은 서로 붙어 있다. 영국문화원을 나서면 정면으로 높다랗게 솟은 대리석 아치가 눈에 들어온다. 아치 정상에는 멋진 복장을 한 넬슨 제독이 멀리 지평선을 바라보며 우뚝 서 있다.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이긴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이라고 한다. 아치 아래에는 정교하게 조각된 4마리의 사자상이 광장을 지켜보고 있다. 영국의 영광과 힘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위용을 자랑한다.

광장 앞에는 영국 국립미술관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가 있다. 미술관에는 1200년대부터 1800년대까지의 유럽의 중요 미술품이 전시되어 있다. 시계를 보니 아직 오후 5시가 되지 않았다. 오후 일정을 일찍 마친 기념으로 내셔널 갤러리에 들렀다.
다양한 사조의 그림이 여러 개의 방에 전시되어 있다. 그 가운데는 빈센트 반 고흐의 유명한 해바라기도 있다. 노란 해바라기 그림 앞에 서니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미술관의 그림을 살펴보면 시대에 따른 작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중세 기독교의 힘이 온 유럽을 지배하던 1200년대에서 1500년대까지만 해도 교회나 날개 달린 천사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성경 속의 영웅담이나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 마리아를 묘사한 작품도 많았다.
1960년대를 지나면서 상업자본이 급격히 팽창하던 시기의 그림들에는 성경 이야기가 줄어든다. 대신 당시 급속히 발전하던 피렌체와 베니스의 신흥 부자들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 많이 등장한다. 고흐나 마네, 모네 등 비교적 현대에 가까운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방에 들어서니 기호에 맞는 풍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중세 그림에 비해 소소한 일상생활의 모습들이 캔버스 위에 자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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