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배제하고 나만 소비할 수 있는가?
교육의 공공성을 여부를 판정하려면 공공재와 민간재를 구분하는 기준을 알아야 한다. 경제학에서는 두 가지의 기준을 제시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소비의 비배제성(non-excludability)이고 다른 하나는 소비의 비경합성(non-rivalry)이다. 때에 따라서는 이 두 가지가 중첩되거나 하나만 충족되기도 한다. 그럴 때는 순수공공재와 준공공재라는 말로 구분한다.
공공재의 대표적인 예로 국방서비스의 경우를 살펴보자. 특정 지역에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마을을 보호하고 있다고 하자. 이 때 군부대가 마을을 보호해주는 효과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동으로 미치고 있기 때문에, 특정 사람이 그 서비스를 독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특정인을 배제할 수도 없다. 경제학에서는 어떤 재화가 갖는 이러한 성격을 말할 때, 그 재화의 소비로부터 일부를 배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에서 소비의 비배제성이라 한다.
요금을 내지 않는 공짜 손님이 문제다.
그런데 소비의 비배제적 성격을 갖는 상품을 왜 일반기업에서 공급할 수 없고 정부가 공급해야 할까? 즉 왜 이런 상품은 공공성을 지닐까. 그것은 정상적인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 차에 올라타는 무임승차(free-rider) 문제 때문이다. 만일 버스에 매일 공짜 손님만 타면 그 회사는 운영을 하지 못할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무임승차자를 골라내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고 대부분의 승객이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차를 탄다. 이는 버스회사에서 돈을 내지 않고 공차를 타려는 사람을 버스 이용으로부터 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방서비스의 경우에는 어떤 사람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만 보호에서 배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소득이 없다고 해서 정부가 그들을 소비에서 배제할 명분도 없다. 그러다 보니 간혹 정당한 소득이 있으면서도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정부 행정서비스를 공짜로 이용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마치 돈을 내지 않고 버스에 올라타는 무임승차자와 같은 사람이 존재한다.
이런 경우 공공서비스를 민간에 맡기게 되면 무임승차자 때문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결국 국방력은 약화되고 국가의 안위가 심각하게 위협 받는 상황이 초래된다. 소비의 비재세성은 무임승차 문제를 유발하고, 이는 다시 서비스 공급 기능을 시장이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정부에서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도 주고 산 내 아이스크림
그러나 아이스크림을 사먹거나 빵을 구입하여 먹을 때, 내가 지불한 상품의 소비로부터 다른 사람을 배제할 수 있다. 자본주의체제에서 개인은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소비활동을 한다. 자신이나 가족의 다양한 소비활동을 통해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에, 자신의 소득이나 지출 범위 내에서 가능하면 가장 큰 만족을 느끼도록 소비하려 한다.
이처럼 개인적 이 익동기가 알뜰한 소비, 혹은 적은 예산으로 효율적인 소비라는 결과를 유도하게 된다. 시장경제에서 개인의 소비행동을 분석할 때 재화가 갖는 비배제성이라는 특징은 사람들로 하여금 가장 적절한 소비행동을 결정하도록 유도하는 내부적 장치가 된다.
만일 내가 소비할 때 다른 사람도 같이 소비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굳이 알뜰살뜰하지 않을 것이다. 단풍이 아름다운 설악산 국립공원에 입장할 때 우리는 입장료를 지불한다. 그렇다고 설악산 아름다운 모습을 혼자 즐길 수 없다. 우리 가족 외에도 누구나 입장료를 지불하면 설악산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설악산 국립공원이 제공하는 가을의 아름다움을 누구 한 사람이 독점할 수 없다.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의 비재제성이 적용된다. 소비의 비배제성이 작용하는 재화에 대해서 사람들이 절약하거나 보존을 위해 노력할 필요를 크게 느끼지 못한다. 우리가 국립공원에 갈 때, ‘산을 보호하자!’,‘자연을 훼손하지 말자!’라는 구호를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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