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느림의 미학

상처 많은 강은 소리 없이 흐른다. 2

by 전갈 2022. 4. 25.

2022년 4월 25일(월)

내 마음에도 강이 흐른다.

우리 마음에도 강이 흐른다. 흐르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분명 마음속의 강은 흐른다. 그 강이 깊을수록 조용히 흘러갈 것이다. 세상살이의 고단함이 깊을수록 굴곡 많은 삶이고 내면의 상처도 깊어진다. 강물이 제 살 갉아 속을 넓히듯 큰 사람은 시련을 통해 넓은 마음을 갖는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스스로 앞가림을 하고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는 일이 없다. 조용히 깊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그렇게 행동하기 때문이다.

 

내 마음의 강은 얼마나 속 깊이 흘러가고 있는지 상념에 젖는다. 아직도 조그마한 고통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여전히 불평과 불만이 속에서 올라온다. 때론 쉬 흥분해서 속에 있는 이야기를 삭힐 여가도 없이 토해낸다. 내 속 좁은 탓에 마음의 방죽을 헐어버린 적이 어디 한두 번일까. 내 마음의 강이 깊고 넓으면 좋겠다. 폭풍우에도 흔들리지 않고 고요히 흐르고 싶다. 내 마음의 강물이 흔들리는 것은 바람 탓이 아니다. 오로지 강의 깊이가 얕은 탓이다.

스위스의 사상가이자 법률가인 카를 힐티(Carl Hilty, 1833~1909)의 말을 빌자.

“강의 범람이 흙을 파서 밭을 일구듯이, 고통은 모든 사람의 마음을 파서 갈아준다. 고통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그것을 견디는 사람은 더 깊고, 더 강하고, 더 크게 거듭난다.”

‘병’이라는 단어를 ‘고통’으로 대체했다. 깊은 고통을 이겨낸 사람의 영혼은 더 단단해진다. 

모든 사람이 서로를 다 좋아할 수는 없다. 좋아하지 않아도 미워하지는 말아야겠다. 각자에게는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그러니 그것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것이다. 누가 옳고 누가 틀린 것인가? 그 판단은 누가 할 것인가? 어쩌면 맞고 틀림이 아니라 서로 다름만 있을지도 모른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틀렸다 말할 수 없다. 상대의 생각이 틀리고 내가 맞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가르치거나 훈계해서는 안 된다. 끝없는 대화로 의견을 맞춰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강변에서 흐르는 강물을 관조하듯 내 마음의 흐름을 살피고 싶다. 그리하여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먼저 내 마음의 강폭을 넓혀야겠다.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