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강은 소리 없이 흐른다.
세상에는 큰 강이 많다. 아마존강과 나일강 중 어느 것이 더 긴 강인가를 두고 사람들의 입씨름이 많았다. 한때 나일강의 길이가 제일 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가 최근 아마존강이 7,000km가 넘는 세상에서 가장 긴 강으로 이름을 올렸다.
2008년 5월 리마 지리학회에 따르면, 아마존강의 전체 길이는 7천62㎞로 조사됐고, 아프리카의 나일강보다 391㎞가 길다고 밝혔다. 아마존강은 길이도 길고 넓이가 705만㎢로 나일강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으로 넓은 면적을 자랑한다. 아마존의 강대한 길이와 광활한 강변에는 많은 동물과 식물이 어울려 산다.
아마존강이나 나일강이나 어느 강인들 세계 제일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1등의 시시비비를 가려야 직성이 풀리는가 보다. 따지고 보면, 미시시피강도 6,000km 이상을 돌아서 바다로 가고, 중국의 양쯔강과 황허강은 험준한 산과 계곡을 지나 5,000km를 지나 바다에 안긴다. 우리의 한강도 산을 돌고돌아 쉼 없이 달려왔다.
아무리 큰 강이라 해도 처음에는 산속의 작은 실개천이나 연못에서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한 강은 산허리를 휘감으면서 이리저리 흘러오는 작은 강을 품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햇빛과 달빛을 받으며 강은 점점 덩치를 불린다.
강은 먼 길을 가는 동안 얼마나 제 속을 할퀴며 지났을까? 그 아픔으로 제 속을 후벼 파내 넓어지고 깊어졌을 것이다. 고통스러운 풍화와 침식을 견디고 끝내 깊은 강은 저리도 유장하게 흐른다. 제 속을 무던히도 생채기 낸 강은 고른 숨을 내쉬며 조용히 흘러간다. 상처 많은 강일수록 깊은 침묵 속으로 흐른다.
아마존강은 얼마나 아스라이 먼 길을 달려 대서양의 품에 안기는 것일까? 아마존은 긴 세월 동안 얼마나 폭을 넓히고 속을 깊게 패었을까? 그래서 네이버의 지식 검색을 동원했다. 역시나 아마존강도 소박하게 시작해서 창대함을 이뤘다.
페루 남부 안데스산맥 미스미산(Nevado Mismi, 5,597m)의 만년설에서 녹아내리는 물이 아마존강의 발원지다. 티티카카호(Lago Titicaca)에서 서쪽으로 약 160㎞, 리마(Lima)에서 남동쪽으로 700㎞ 떨어진 지점이다. 이곳에서 시작된 물은 시냇물이 되어 흐르다가 여러 지류와 합류하여 아마존강을 이룬다. 이렇게 시작된 강은 북쪽으로 흐르다가, 적도를 끼고 거대한 아마존 분지를 동쪽으로 가로지르며 대서양으로 흐른다.
강은 넘지 못하는 산을 억지로 넘으려 하지 않는다. 조용히 돌아서 간다. 한마디 불평하지 않고 나간다. 웬만한 비바람에도 당황하지 않고 일상인 듯 조용히 물길을 이어간다. 속 좁은 계곡의 소란스러움을 넉넉히 품어주고 야단법석 아우성치며 흐르는 동내 개천의 우쭐거림도 군말 없이 받아준다. 속 좁은 물길은 작은 비에 제 성질을 못 이겨 방죽을 무너뜨린다. 크고 속 깊은 강은 그 또한 그러려니 하며 토닥이며 품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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