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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현불사-황금 닭이 알을 품다.

by 전갈 2022. 4. 26.

2022년 4월 26일(화)

황금 닭이 알을 품다.

수완깨토굴에서 불과 몇 걸음 떨어져 있지 않은 현불사 본당으로 발길을 향했다. 현불사는 조계종의 적통을 이은 대사찰인 설악산 신흥사의 말사로 등록되어 있다.

왕금산(王金山)의 품속에 안긴 현불사의 모양은 마치 황금색 닭이 알을 품은 금계포란(金鷄抱卵)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현불사의 오른쪽과 왼쪽으로 왕금산의 힘찬 기세가 뻗어있고, 앞쪽으로 모네의 ‘수련’을 닮은 다리 아래로 맑은 물이 흐른다. 그야말로 좌청룡 우백호에 배산임수의 상서(祥瑞)러운 기운이 넘치는 명당이다.

본당에서 내려다본 마당 우측에는 요사채인 ‘취정선원’이 자리하고, 왼편으로는 곧게 자란 소나무가 군락을 이룬 숲이 있다. 붉은 황토 위에 긴 다리를 뽐내는 소나무들을 보니 이곳의 토질이 빼어나게 좋다는 걸 알게 한다.

 

현불사 진묘원

현불사에는 우리나라 사찰에서 볼 수 있는 일주문(一柱門)이 없다. 이것은 사찰에 들어가는 첫 번째 문으로 기둥이 일자로 서 있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일주문은 신성한 가람에 들어서기 전에 세속의 번뇌를 씻고 진리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상징적인 뜻을 담고 있다. 말하자면 속세와 부처의 가르침 사이에 경계를 짓는 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불사는 일주문을 세우지 않아 완전히 개방된 모양새다. 중생들이 자연스레 부처의 세계에 들어와 시작과 끝의 경계를 구분하지 않고 언제나 불법과 함께하도록 배려한 것이다. 절과 내가 사는 곳이 서로 다름이 아닌 하나임을 말하려고 한 것은 아닐까. 어쩌면 불법(佛法)의 바다를 향한 개방적 플랫폼일 것이라 짐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