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과 경합해야 하는가?
백화점 세일 기간 중에는 좋은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주부들이 이른 아침부터 매장을 찾는다. 너무 늦게 백화점에 가게 되면 자신이 좋아하는 제품이 다 팔리고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합해야 하는 다른 소비자보다 먼저 상품을 구매해야 한다. 이처럼 사적재화는 좋은 물건을 사려면 타인과 경합해야 하는 경합성을 갖는다.
그러나 공공재는 마을을 보호하는 국방서비스를 제공 받거나 설악산에 입장하기 위해 타인과의 경합하지 않는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타인과 다툴 필요가 다면 소비의 비경합성이 작동한다. 따라서 공공재의 두 번째 특징으로 구매할 때 타인과 경합하지 않는 소비의 비경합성을 들 수 있다.
타인을 소비에서 배제하지 않는 비배제성과 타인과 경합하지 않는 비경합성을 동시에 갖는 재화나 서비스를 순수공공재라 말한다. 내가 소비한다고 다른 사람을 소비하지 못하게 배제하지 못한다. 그리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기 위해 백화점 앞에서 줄을 서는 등 다른 사람과 경합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순수한 공공재는 타인과 함께 소비하고 경합하지 않고 소비하는 성격을 갖는다.
교육 서비스 중 일부는 타인의 소비를 배제하고 타인과 경합하는 경우가 있다. 모든 학생이 특목고나 자사고에 의 입학하는 것은 아니다. 또 누구나 명문대학에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생의 성적과 부모의 경제력은 이들 학교 입학을 제한하고 경쟁적으로 만든다. 그렇다면 모둔 교육 서비스가 공공재의 성격을 갖거나 순수 공공재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
교육은 사회적 파급효과까지 고려해야 한다.
일반 상품이나 서비스는 소비의 배제성과 경합성을 기준으로 공공재인지 아니면 사적재인지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 서비스는 이것만 가지고 구분하기는 미흡하다. 비록 타인의 수요를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공공성과 일치하지 않다 해도 교육의 파급효과가 큰 경우에는 결과로 공공성 여부를 따져볼 수있다.
우리가 경제활동을 하다보면 자신이 의도와는 무관하게 다른 사람에게 경제적 편익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효과를 경제학에서는 외부경제성(Economic Externality)라 부른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럴 의도가 없었는데 나의 경제활동이 다른 사람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를 외부불경제( external diseconomies)도 존재한다. 그러나 교육의 공공성 여부를 따지는 데는 외부경제성만 고려하기로 하자.
원예업자는 꽃을 팔아서 돈 벌 목적으로 꽃을 재배한다. 우리 마을에 철마다 서로 다른 꽃이 피는 넓은 꽃 단지가 조성된다고 하자. 누가 제일 좋아할까? 평소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마다하지 않는다. 사시사철 꽃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벌을 키우는 양봉업자가 좋아한다. 이제 꽃따라 벌통을 싣고 전국을 다니는 수고를 들 수 있다. 돈도 절약되고 집 떠날 일 없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여기서 곰곰이 따져보자. 원예업자가 우리 마을에 꽃 단지를 만든 이유가 뭘까? 꽃을 팔아 돈 벌기 위한 목적이다. 그가 양봉업자를 생각해서 꽃 단지를 재배한 것은 아니다. 오직 자신의 경제적 이익만 고려한 경제 행위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양봉업자에게 큰 이득을 제공한 것이다. 다. 나의 경제 활동이 의도치 않게 다름 사람의 경제 활동에 도움이 되는 이러한 특성이 외부경제성이다. 외부 경제성이 존재하는 경제 활동을 적극 권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과학고를 포함한 특목고 출신들이 사회에 기여하는 외부경제성의 가능성을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개인의 입신양명과 영달만을 위해 이들 학교를 졸업하고, 실제로 그렇게 산다면 외부경제성을 크게 기대할 바가 없다. 만일 이들 학교 졸업자가 대한민국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되는 발명을 한다든가 아니면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어 국가 경제에 기여한다면 어떻게 될까? 계속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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