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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몸치인 내게 골프는...

by 전갈 2022. 5. 5.

어떤 운동이든 쉽고 만만한 게 없다.
아득한 옛날, 사냥감을 둘러싼 사람들 사이의 싸움이 치열했다. 국가가 생기면서 사냥감 다툼은 침략 전쟁으로 발전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우리 핏속에 내재한 다툼의 욕망을 현대화한 것이 운동 경기라는 말이 있다. 과거 전쟁과 같이 피를 흘리지 않아도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경기에는 늘 속으로 피눈물이 솟는다.

모든 운동 경기는 승자를 가리기 위해 설계됐다. 수많은 경쟁자 중 공정하게 한 사람의 승자를 뽑기 위해서는 규칙이 엄격해야 한다. 그러니 인간이 규칙을 만들고 목표를 정해 놓은 운동 중에 어디 만만한 게 있을까. 승패를 가려야 하고 우월을 판정해야 하는 운동은 단 하나의 예외 없이 어렵다. 누구나 이길 수 있다면 다툼을 통해 1등과 2등을 가르는 의미가 없어진다. 전투에서 승리한 승자의 쾌감을 대신할 것이 없다. 그렇지 않다면 사람들이 기를 쓰고 운동할 이유가 없고, 그런 운동을 금방 외면한다.

운동 경기의 챔피언은 영광과 승리의 환호를 마음껏 즐긴다. 그는 전투의 승자가 전리품을 챙기듯 승리에 따른 두둑한 보상을 챙긴다. 전리품과 보상이 많을수록 경쟁은 치열하다. 더구나 인터넷과 정보통신 기술은 전 세계인을 하나로 묶었기에 인기 높은 운동 경기의 인기와 승리의 보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월드컵이 열리는 해에는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광기에 빠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라마다 인기 스포츠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개 축구, 농구, 야구 등 구기 종목의 인기가 높다. 미식축구 시즌이 되면 미국인들은 광란의 도가니로 빠져들고 NBA의 결승전이 치르지는 날이면 팬들은 흥분으로 거의 자지러진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와 스페인 라리가 리그의 인기 축구 선수의 수입이 천문학적으로 뛸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구단주는 세계적인 선수에게 높은 연봉을 주더라도 경기 입장 수입, 광고 수입 그리고 상품 판매 수입을 합치면 충분히 남는 장사다.

운동에 소질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다 최고가 되길 원한다. 그래서 열심히 배우고 익히고 연습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월계관은 모자라고 도전자는 넘쳐난다. 경쟁은 치열하고 승리의 월계관을 차지하려면 최고의 기량을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연습만으로 최고가 될 수 있다면 누가 연습을 마다하겠는가. 그러나 스포츠는 연습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천부적인 재능을 갖춰야 한다.

두뇌 신경망이 운동능력을 결정한다.
우리 뇌의 앞이마 부분(전두엽)은 인체의 종합작전사령부에 해당한다. 외부의 정보를 종합하고 분석한 후, 손과 발 그리고 눈코입 등 모든 감각기관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명령한다. 감각 정보를 신체 운동으로 전환하는 지휘본부를 말한다. 인간의 모든 이성적 사고의 결과는 움직임, 즉 운동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두뇌의 앞이마는 운동 능력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다.

앞이마의 운동 능력은 소뇌를 통해 근육으로 전달된다. 소뇌의 신경세포인 뉴런의 숫자가 많거나 뉴런 연결 부위인 시냅스가 풍부한 사람은 뛰어난 운동 신경을 자랑한다. 가지가 많은 나무가 풍성한 잎과 화려한 꽃을 피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람의 운동신경의 수준도 앞이마와 소뇌의 신경세포의 연결망이 결정한다. 연결망이 조밀하고 풍부할수록 팔과 다리의 정교한 근육을 더 빨리, 더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

두뇌에서 뉴런의 숫자가 많거나 시냅스가 풍성하면 손과 말의 운동 근육이 정교하게 발달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빨리 더 강하게 움직일 수 있다. 당연히 반사 신경이 우수한 학생은 뛰어난 운동 실력을 보인다. 그것은 천부적인 재능이고 신의 축복이다. 축구나 야구 등 수많은 구기 종목에서 다른 사람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출중한 선수가 그들이다.

적당한 수준의 운동신경을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앞이마 부분과 소뇌가 적당한 수준으로 발달한 사람은 반복적으로 연습하고 열심히 훈련하면 앞이마와 소뇌의 시냅스 강화를 통해 실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그것은 두뇌의 가소성(可塑性, plasticity)이라 부르는 학습, 훈련 그리고 공부를 통한 시냅스 강화의 효과다. 뇌는 한 번 발달한 이후 반복적으로 학습하면 시냅스가 퇴행하지 않고 계속 발전한다.

수많은 운동 중에서 그나마 골프가 천부적인 반사 신경을 갖지 못한 사람이 도전해 볼 만한 영역이 아닐까? 물론 앞이마와 소뇌의 시냅스가 활성화된 사람은 골프에서도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한다. 그런 사람이 열심히 연습한다면 최고 선수가 될 확률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이치다.

축구를 하면 헛발질을 일삼고 야구 배트는 허공을 가른다. 대부분의 구기 종목은 뛰어난 반사신경이 요구된다. 연습을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안타깝게도 처음부터 내게 맞지 않는 것이다. 가끔 텔레비전을 통해 세계적인 선수들의 멋진 골 장면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하는 게 내 역할이다.

나처럼 태생적인 몸치는 골프가 그나마 도전하기 좋다. 그렇다고 골프가 결코 쉽고 만만한 운동이라는 뜻은 아니다. 열심히 연습하면 잔디 위에 얌전히 놓인 공을 맞출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최고의 선수를 감히 따라가지 못해도 최소한의 성적을 올린다. 어쩌다 골프 신이 강림하는 날이면 의외의 좋은 타수를 기록하기도 한다. 그것이 골프의 매력이다. 그렇다 해도 골프에 온전히 빠지지 못하는 것은 여전히 부족한 내 운동신경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