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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의 미학

비를 맞으면 까무러치게 아름다운 도시 파리 3

by 전갈 2022. 5. 8.

파리 야경

 

길을 멀리하는 아드리아나 

다시 밤이 깊어지자 길은 1920년대로 가서 무도회장에 이는 아드리아나를 만난다. 그녀와 함께 파리의 밤길을 걷는다. 길은 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한다. 모든 거리와 대로가 하나의 예술품이라는 것을, 냉정하고 무의미한 우주에서 파리가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를 격정적으로 설명한다.

 

당신 너무 시적이네요하면서 아드리아나가 애정 어린 눈빛으로 길을 본다.

 

길과 아드리아나

두 사람은 아름다운 밤거리를 걸으며 다정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아드리아나는 길이 이네즈와 약혼했고 결혼할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혼한다는 이야기는 안 하셨죠?”하고 그녀가 말을 꺼낸다.

그게 한참 미래의 일이라...” 길이 더듬거리며 대답한다.

당신 책에 행운을 빌어요. 또 결혼도..”하고 그녀가 축복한다.

 

길이 이네즈와의 관계에 대해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자 그녀는 피카소에게 가봐야겠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피카소와 아드리아나가 갈등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길은 그녀가 갑자기 피카소에게 돌아가겠다고 해 적잖이 당황한다. 그것도 바래다주겠다는 그의 제안을 뿌리치는 그녀를 보고 뭐가 잘못 됐는지 당황해 한다.

 

길을 추적하는 사립 탐정

현실의 아침이다. 길은 약혼자 이네즈에게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열정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이네즈에게 애정공세를 펼치려하자 그녀는 거절한다. 폴이 시골길을 보고 멋진 점심을 함께하기로 했다면서 서두른다. 길에게는 함께 가고 싶지 않으면 빠져도 좋다고 한다. 길 때문에 좋은 기회를 놓치기 싫다는 말을 덧붙인다.

 

밤마다 시내를 쏘다니는 길이 의심스러워진 예비 장인은 사립 탐정을 고용해서 길을 뒷조사를 시킨다. 딸과 곳 결혼할 사람인데 딸이 옳은 결정을 하는지 알고 싶다면서 일을 부탁한다. 탐정은 직접 길을 미행해서 밤마다 그의 행적을 보고하기로 한다.

 

오래전에 죽은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피카소를 만났다는 길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는 게 이상한 일이다. 게다가 밤이면 밤마다 1920년의 파리로 돌아가 그 시대의 유명 예술가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는 말을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가 받아들이겠는가? 약혼자인 이네즈와 예비 장인 장모 입장에서는 길의 정신 건강 상태가 의심스럽거나 아니면 분명 바람을 피운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영화라 해도 길이 현실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데에는 길 자신의 책임도 있다. 그렇게 현실의 길은 소외받고 방황한다.

 

헤밍웨이와 아프리카로 떠난 아드리아나

다시 밤이 되고, 길은 같은 장소에서 차를 기다린다. 탐정 사무소의 직원이 먼발치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다. 기다리던 차가 미끄러지듯 길 앞에서 선다. 이번에는 <황무지>의 시인인 T.S.엘리엇이 그를 맞이한다. 길은 엘리엇의 시를 너무 좋아한다면서 흥분한 마음으로 차에 올라탄다.

 

아드리아나와 헤밍웨이

스타인의 집에 도착한 길은 피카소의 하소연을 듣는다. 헤밍웨이가 아드리아나를 데리고 아프리카로 떠났다면서 피카소가 스타인에게 하소연한다. 그러자 스타인은 아프리카 사냥에 데려갔으니 그녀가 곧 돌아올 거라며 피카소를 위로해 준다. 밤에 텐트 밖에서 하이에나 소리가 들리는 킬로만자로는 파리가 아니라서 그녀가 곧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녀가 떠났다는 말을 들은 길은 매우 심란해 한다.

스타인은 길의 책에 공상과학적 요소도 있고 해서 매우 독특하고 재미있다고 칭찬한다. 그러면서 “길 예술가의 책임은 절망에 굴복하지 않고 존재의 공허함을 채워 줄 해답을 주는 거예요. 당신 글은 표현이 힘 있고 명확해요. 패배주의자처럼 굴지 말아요.”하고 길에게 자신감을 심어준다.

 

길에게 늘 우호적이고 따뜻한 밤이 지나고 현실의 낮 시간이다. 이네즈와 가족은 노르망디 지방에 있는 아름다운 휴양지인 ‘몽생 미셀’로 이동하려 한다. 예비 장모가 다음날 밤 파티가 있으니 길의 양복을 챙기라고 이네즈에게 일러준다. 이네즈는 길은 호텔에 남아 글을 쓰기로 했다면서 함께 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한다. 길이 피카소가 화실을 떠난 지 않은 것처럼 자기도 그렇게 다시 글을 쓰고, 다시 쓰고 해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도 들려주었다.

아드리아나의 사랑을 알아챈 길

그들이 몽셍 미셀로 떠난 뒤 혼자 남은 길은 세느 강변을 걷는다. 그리고는 벼룩시장의 레코드 가게 점원인 가브리엘(레아 세이두)를 찾아간다. 콜 포터의 음반을 찾는 그를 그녀는 반갑게 맞아준다. 그리고는 서로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밝게 대화한다.

아드리아나의 일기장을 읽는 가이드와 길

 

가브리엘에게서 콜 포터의 음반을 구입한 길은 다시 길을 걷다 헌책을 파는 가판대 앞에서 멈춘다. 책을 이리저리 뒤적이다 아주 오래된 책을 집어 들고는 깜짝 놀란다. 헌책 주인은 나이 많은 할아버지라 영어를 모르고 길은 불어가 완전하지 않아 책 내용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래서 그는 급히 돈을 지불하고 어디론가 달려간다.

그는 로댕미술관의 가이드(카를라 브루니)를 찾았다. 이네즈와 폴 일행이 한번 들렀고 그 후 길이 따로 그녀를 한 번 더 찾아왔던 곳이다. 그래서 그녀와는 이미 안면을 튼 상황이라 책 내용을 물어보러 온 것이다. 그 오랜 된 책의 주인공은 피카소와 마티스 등과 사겼고, 아름다운 시대(belle epoque)시대를 동경하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방금 만난 미국 작가와 사랑에 빠졌다. 이름은 길 펜더다.‘하고 그녀가 읽자 길은 깜짝 놀란다. 바로 자신의 이름이 오래된 헌책에서 나오다니?

 

말로만 듣던 순간의 마법 같은 일이 내게 벌어졌다. 피카소와 헤밍웨이 둘 다 나를 사랑하는 것을 안다. 하지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길에게 마음이 끌린다.’하는 구절을 읽는다. 첵의 주인공은 길은 이네즈라는 약혼자가 있고 곧 결혼할 거라는 알기에 인생은 늘 슬프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길이 자기에게 귀걸이를 선물하고 같이 자는 꿈을 꾸었다는 것도 밝혀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