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리아나와의 사랑
책의 저자가 아드리아나라는 것을 알아차린 길은 귀 거리를 장만해서 1920년의 밤으로 그녀를 만나러 간다. 길은 스타인의 집에서 아드리아나가 아프리카에서 돌아왔고, 피카소와 헤밍웨이와도 결별했다는 소실을 전한다. 그녀가 초현실주의화가의 결혼식장에 혼자 있다면서 길이 가면 반가워할 거라는 말을 덧붙인다.
서둘러 아드리아나를 만나러 결혼식 피로연장으로 간다.‘왜 왔냐?’는 그녀의 말에 길은 그녀를 만나러 왔다고 말한다. 이미 그녀의 마음을 읽은 그는 그녀의 복잡한 마음을 알 것 같다면서 그녀를 다독인다.
그녀는 ‘당신은 곧 결혼할 사람이 아니냐?’고 다시 미묘한 감정을 내비친다. 길은 아직 어떤 것도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그녀를 데리고 밖으로 나온다.
두 사람은 오렌지 가스등 불빛이 몽환적인 거리를 걷는다. 그러다 길은 그녀의 입술에 달콤하게 키스한다. 그러나 그녀는 ‘인생은 너무 슬프고 지금은 떠나야 할 때’라고 말한다. 그러자 길도 자신의 생각과 삶의 고민을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낮에 준비해 간 귀 거리를 그녀에게 선물한다. 그녀는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며 예쁘다며 귀에 건다.
그 순간 마차 한 대가 그들 앞에 선다. 마차에 탄 사람이 내려 두 사람에게 같이 갈 것을 권유한다. 마치 길 앞에 클래식 자동차 섰고 스콧 피첼랄드가 그랬듯이 말이다. 망설이는 그들에게 빨리 탈 것을 손짓한다. 두 사람을 태운 마차는 아드리아나가 그토록 갈망하던 벨 에포크 시대의 ‘맥심’카페가 아닌가? 당시 유럽 최고의 사교장이던 그곳에서 두 사람은 감미롭게 포옹하고 춤을 춘다.
맥심에서 활홀한 시간을 보낸 그들은 물랑루즈로 간다. 캉캉 공연을 보며 손뼉을 치던 그들은 반대편 테일블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물랑루즈의 화가 로트렉(1864~1901)을 보았다. 피카소가 로트렉을 엄청 좋아했다면서 그녀는 길에게 로트렉에게 인사하러 가자고 한다. 그들은 로트렉의 자리에 합석해서 그의 데생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때 누군가 로트렉에 인사한다. 그들은 바로 타이티의 화가 폴 고갱(1848~1903)과 ‘발레수업’을 그린 에드가 드가(1834~1917)가 아닌가? 아드리아나와 길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아드리아나, 과거와 작별
“이 시대는 공허하고 상상력이 없어. 르네상스 시대가 더 낫죠”라고 고갱이 말한다.
“아녜요. 지금이 황금시대죠”라고 아드리아나가 응답한다.
그러자 고갱이 친구가 발레용 의상을 담당할 사람을 구한다면서 아드리아에게 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다. 길은 우리는 감시 들렀다가 가야 하니까 거절하라고 말한다. 그러자 그녀는 길에게 따로 이야기한다.
“길 우리 20년대로 돌아가지 말아요. 지금이 파리 역사상 가장 아름답고 위대한 시절이에요.”
“아드리아나, 1920년대는? 피츠제럴드, 헤밍웨이는? 난 그때가 좋아요”
“길, 그건 현재잖아요. 현재는 지루해요.”
“지루해요? 난 현재가 아니죠. 난 2010년에서 왔으니까. 우리가 1890년대에 온 것처럼 난 1920년대에 잠깐 들른 거예요. 나도 당신처럼 현재를 벗어나 황금시대로 가고 싶어 했죠.”
그러면 길은 아드리아나에 말한다. 여기 머물면 아름다운 시대가 곧 현재가 되고, 또 다른 사앙 속의 황금시대를 동경할 거라고 경고한다. 그녀는 현재란 늘 그런 거라면서, 늘 불만스럽고 삶이 그런 거니까 자신은 여기 머물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아쉬운 작별을 하고 길은 1920년대로 돌아온다.
이네즈와의 파혼
스타인은 길이 자신의 지적을 잘 이해하고 소설의 방향을 잘 잡았다고 칭찬한다. 끝까지 그렇게 쓰면 좋은 작품이 될 거라는 확신도 말해준다. 길도 최고의 소식이라며 세상을 얻은 기분이라면서 크게 기뻐한다.
그녀는 헤밍웨이도 길의 글을 읽고 칭찬했다는 말도 한다. 그러면서 “어떻게 약혼자가 바람을 핀다는 사실을 주인공이 모르는가? 믿을 수 없다”는 헤밍웨이의 말을 전한다. 사실 이 소설은 길 자신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것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헤밍웨이는 주인공이 현재와 과거의 환상에 빠지는 사이에 ‘이네즈’가 현학적인 인물 ‘폴’과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간파한 것이다. 헤밍웨이의 아픈 지적은 길이 과거의 환상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오는 계기가 된다.
낮의 시간인 현재로 돌아온 길은 헤밍웨이의 지적을 들려주면 이네즈를 추궁한다. 처음에 강력하게 부인한다. 죽은 사람들의 말을 듣고 웬 헛소리냐는 투로 반박한다. 길은 헤밍웨이의 직관을 믿는다고 몰아붙이자 이네즈는 폴과 바람을 피웠다고 소리를 지른다. 화가 난 이네즈는 죽은 사람들 이야기나 지껄이는 길에게 진절머리가 그랬노라고 말한다.
이네즈는 미국으로 떠나고 길은 파리에 남았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는 끝이 났다. 비에 젖는 걸 싫어하고 파리를 싫어하는 그녀와 비에 젖은 파리를 너무 사랑하는 그와는 애초부터 맞지 않는 사이였다. 혼자 남은 길은 노천 카페에서 맥주를 마시고 책방을 들렀다. 그리고 하염없이 길을 걸으면 방환한다. 그러다 밤이 되고 멀리 에펠탑의 불빛이 반짝 거리는 것이 보인다. 그는 이제 1920년도 돌아가는 차를 타지 않는다.
가브리엘, 현재와의 만남
한참을 걷다 알렉상드로 3세 다리를 걷다가 가브리엘을 만난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길은 파리로 이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분명 만족할 거라고 말한다. 며칠 전 사징이 콜 포터의 새 음반을 구해와 길을 생각했다는 그녀의 말에 길은 기뻐한다.
“함께 걷든지 커피 마실까요?하고 길이 묻었다. 그녀는 수줍게 미소지며 고개를 끄덕인다.
“오 비가 내리네”
“괜찬아요. 나는 젖어도 상관없어요.”
“정말요?”
“그럼요. 파리는 비가 올 때 제일 예쁘죠”
“내가 늘 하는 말이 그 말이죠! 참 맘이 맞네요!!”
두 사람은 처음으로 서로의 이름을 말하며 두 사람은 빗속으로 걸어간다. 길은 비 맞는 것을 싫어하고 비에 젖은 파리를 싫어하는 이네즈를 떠나보냈다. 그리고 비 맞는 것을 좋아하고 비에 젖은 파리를 사랑하는 가브리엘을 만난 것이다. 1920년대의 아드리아나를 벨 에포크 시대로 떠나보낸 길은 가브리엘이 있는 현재로 돌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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