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29일(수)
생각은 답답하고 좁은 울타리를 넘지 못하고, 사고는 꽉 막혔다. 자유의 하늘로 날지 못하는 생각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늘 한 곳에서 맴돈다. 어떻게 하면 현자의 생각을 배울 것인가. 허황한 바람이라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먼발치에서 바라볼 정도만 되어도 좋을 것이다. 아예 멀리 내쳐져 잊히는 것보다 끄트머리가 되는 것이 낫다.
생각이 얕고 지식이 박약하면 지혜와 통찰력도 떨어진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앞날을 내다보는 눈도 없다. 중요한 일도 한 치 앞만 보고 결정하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한다. 바둑의 대가는 몇 수 혹은 몇십 수 앞을 보는데, 겨우 한 수 앞만 보는 실력으로 어찌 대마를 잡겠는가.
지식과 앎은 지혜의 출발점이자 창의의 불꽃을 터트리는 화약이다. 머리에 차곡차곡 쟁여 놓은 지식이 서로 부대끼며 머릿속에서 폭발을 일으키는 것이 창조적 사고다. 머릿속에 켜켜이 쌓인 지식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짓눌려져 화약처럼 싸이고 또 싸인다. 그렇게 쌓인 지식의 화약 더미에 생각이라는 불쏘시개가 더해지면 사유의 폭발이 일어난다. 창의력은 화려한 불꽃을 튀기며 천지사방으로 불꽃을 퍼트린다.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세상 밖으로 튀어나오는 순간이다.
지식의 화약을 담아두는 곳은 뇌 신경세포인 뉴런이다. 뉴런과 시냅스는 지식을 켜켜이 쌓아둔다. 지식의 양이 많지 않으면 창의성의 불꽃은 일어나지 않는다. 작은 불꽃이 일어도 쉬 꺼진다. 활활 타올라 무지의 어둠을 밝히는 거대한 불꽃이 되려면 연료가 풍부해야 한다.
말라비틀어진 장작 몇 개로 긴 시간 불을 피울 수 없다. 사람 허리통보다 더 굵은 거대한 장작더미에서 어둠을 밝히는 큰 불꽃이 인다. 싸이고 쌓인 지식이 끈끈하게 얽히고설켜 주위를 밝히는 아이디어가 된다. 그렇듯 지식과 앎이 풍부해야 창의력의 불꽃을 크게 피울 수 있다.
두뇌는 지식을 먹고 지혜와 통찰을 생산한다. 지식의 양이 많아지면 뉴런이 윤택해진다. 더 빠르게, 더 많은 양을 더 빠르게 전한다. 지식이 쌓여 생각의 양념을 버무려 발화하면 지혜가 된다. 찰나의 순간에 부딪히는 수많은 지식은 스스로 불꽃을 일으켜 섬광을 만든다. 번쩍하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창의성이 폭발한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라는 카프카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따지고 보면 책은 도끼요 책은 지식이라는 화약을 담은 통이다. 카프카의 말대로 책은 꽁꽁 얼어붙은 내면의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다. 그러면서 책은 창의력이라는 머릿속 폭발을 만드는 지식의 화약통이다. 차곡차곡 다지고 다진 화약의 폭발력이 무시무시하듯, 차곡차곡 쌓인 지식은 거대한 창의력의 불꽃을 만든다.
무릇 지식을 쌓고 지혜를 얻고자 하는 사람은 책을 읽어야 한다. 무지의 이성을 깨치고 지식이라는 화약을 다지는 데는 책만 한 것이 또 어디 있으랴. SNS나 유투브를 통해서도 지식을 익힐 수 있으니 세상 참 좋아졌다. 인터넷의 장점을 활용해 지식을 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렇지만 지식의 원천인 책을 보는 즐거움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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