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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할 것(회자정리 거자필반)

by 전갈 2022. 7. 28.

2022년 7월 28일(목)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은 불교의 법화경에 나오는 말이다. 사람은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고, 헤어진 후에는 다시 만난다. 이승에서 만나지 못하는 인연은 다음 생에서라도 꼭 만난다. 사람과의 만남과 헤어짐만이 아니다. 세상 모든 것과는 만남과 헤어짐이 있다. 인연을 생각한다면 이번 생이면 어떻고 다음 생이면 어떨까. 헤어지지 않는 인연은 없고, 다시 만나지 못할 인연도 없다.

이별이든 사별이든 어떤 만남에도 헤어짐은 있다. 예기치 못한 헤어짐에 아프지 않을 사람은 없다.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고, 눈물이 앞을 가릴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만남에는 헤어짐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조금이라도 마음이 덜 아프지 않을까.

사람들은 만남이 영원할 것이라 믿는다. 사랑도 우정도 변치 않을 거라 착각한다. 아니 그렇다고 믿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건 우리의 바람을 담은 착각에 불과하다. 죽고 못 사는 사랑도 3년이면 충분하고, 삶이 팍팍해지면 뜨거운 우정도 차츰 식는다. 몇 날 밤 앓던 사랑의 열병도, 한때 모든 것을 다 줄 것 같은 우정도 흐르는 시간 앞에 빛이 바랜다.

무릇 종교는 다음 생을 이야기한다. 이번 생에서 못다 한 인연이 있다면 다음 생에는 이뤄질 것이다. 그러니 헤어짐을 너무 슬퍼하지 말고, 또 만남이 영원할 것이라 믿지 말자. 그러면 헤어질 때 너무 아프지 않을 것이고, 만남에 너무 들뜨지 않을 것이다. 신열이 펄펄 끓는 사랑이 지나면 친구같은 사랑으로 남아도 좋다.

만날 때 헤어짐이 있음을 미리 받아들이면 예기치 않은 연인의 이별 통보에도 크게 분노하지 않는다. 상대가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 가슴이 찢어지고 눈물이 솟구쳐도 참을 수 있다. 치미는 분노를 가라앉히고 떠나는 상대를 담담히 보낸다. 헤어짐을 견디지 못해 일어나는 참혹한 일도 줄어들 것이다.

살면서 우리는 무수히 많은 인연과 만났다가 헤어진다. 그때마다 우리는 상처받고 마음의 고통에 몸부림친다. 어차피 세상은 온통 괴로움이고 슬픔이란 말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이별의 고통이다. 따지고 보면, 그 괴로움과 슬픔은 다른 곳에서 온 게 아니라 내 마음에서 생긴다. 이별에 몸부림치고 온통 괴로운 까닭은 마음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인연이 다해 떠나는 사람을 잡을 수 없다. 설혹 우격다짐으로 잡는다 한들 한 번 떠난 마음에 사랑이 남았을 리 없다. 그럴 때는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은 시간은 침묵할 것”을 당부한 강은교 시인의 ‘사랑법’을 떠올리는 것도 좋겠다. 헤어짐을 바꾸지 못한다면 마음이라도 바꿔야 한다.

정녕 떠나겠다는 인연을 강제로 붙들어 매는 일만큼 슬픈 일이 없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만남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될 일이다. 끝내 인연이 남았다면 다음 생에라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함께 기억하자.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