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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왜 남의 말이 잘 안 들릴까? 1(기능적 듣기)

by 전갈 2022. 8. 4.

2022년 8월 4일(목)

왜 남의 말이 잘 안 들릴까? 

왜 나이가 들면 남의 말을 잘 안 듣게 되는가? 또 젊은 나이인데 다른 말귀를 잘못 알아듣고 자기 말만 하는가? 이런 사람은 고집이 세다고 할 수 있고, 꽉 막힌 벽창호라는 소리도 듣는다. 같은 몇 번씩 반복해도 늘 처음 듣는다고 딴청을 피우는 사람도 있다. 회사에서 이런 상사를 만나면 일하기가 무척 힘들어진다. 사람을 놀리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골탕 먹이려 하는 건지 의심이 들 때도 많다. 하도 말이 안 통해 미치고 폴짝 띄고 싶은 심정이 들 정도다. 

 

왜 이런 듣기와 소통의 문제가 발생할까? 일부러 그런 것일까? 물론 그런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보다는 듣는 기능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 아예 듣지 못하는 것은 난청의 문제다. 그러나 듣는 기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엉뚱한 소리를 하는 등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듣기는 듣는데 그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인지능력의 문제다. 이것을 알아보려면 듣는 활동이 우리 뇌에서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알아보는 것이 좋다. 

 

우리의 뇌는 4개의 중요한 영역으로 구분된다. 각 영역은 고유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이마 부분인 전두엽의 통제를 받는다. 전두엽 중에서도 앞쪽인 전전두엽은 두뇌의 종합작전사령부와 같은 역할을 한다. 눈, 코, 귀, 입, 손, 발 등 모든 감각기관에서 입수한 정보가 모이는 곳이다. 이렇게 모인 정보를 뇌의 각 부분에 보내 이것과 관련된 과거의 경험이나 추억 혹은 아는 바가 있으면 보고하라는 명령을 하달한다. 명령을 하달받은 뇌의 각 부분은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전전두엽으로 보낸다. 

“장미꽃”이라는 말은 어떻게 뇌로 전달되는가?(기능적 듣기)

 

 

우리가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이해하고 판단하는 것도 전전두엽의 정보 종합과 판단이라는 메커니즘을 따른다. 어떤 사람이 “장미꽃”이라고 말하면, 이 말은 파동의 형태로 귀에 들어온다. 소리의 파동이 고막을 통과하면서 전기신호로 바뀐다. 달팽이관 안에 있는 유모세포(hair cell, 有毛細胞)가 파동에 흔들리면서 전기신호를 만든다. 말하자면, 달팽이관의 유모세포는 소리의 파동을 전기신호로 바꾸는 발전기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전기신호로 바뀐 다른 사람의 말은 뇌의 청각 기능을 담당하는 측두엽을 지나 전두엽으로 올라간다. 전전두엽은 이렇게 전달된 전기신호인 “장미꽃”이라는 말을 듣는다.

 

 

전전두엽은 이제 “장미꽃”이라는 정보를 뇌의 각 부분에 보내 이것과 관련된 과거의 경험이나 추억 혹은 지식을 신고하라는 명령을 하달한다. “장미꽃”과 관련된 색깔, 향기, 날카로운 가시, 장미꽃의 추억 등 여러 가지 사연들은 뇌의 여러 분야에서 분산 저장되어 있다. 이런 정보를 모으기 위해 전전두엽이 명령을 하달하는 것이다.